남촌의 글밭 - 詩.書.畵/南村先生 詩書

연인산 등반 후기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4. 21. 22:21
 

연인산 등반 후기

                                                          남촌 서 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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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에 녹음방초 흐드러지고 노고 지리 우지지면

도회지 아파트 비좁은 틈새에도 라일락 향기가 비집고 들어와 콧구멍을  간질대고

TV 화면은 연일 벚꽃놀이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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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가난한 가슴에도 궁싯궁싯 회가 동하더니

한겨울 숨어살던 그놈의 역마살이 스물 스물 등줄기로 기어오르더니

어깨로 가슴으로 모가지를 비틀고 수염을 뽑아댄다.

종당에는 눈구멍을 부릅뜨고 주인을 협박한다.

“너는 감각도 없냐? 저 화창한 봄날이 폼으로 있는 줄 아냐?

이 지경이 되면 벌써 허파가 뒤집어 지고

봄바람이 들어서 화끈 화끈 엉덩이에 불이 난다.

때 맞춰 도착한 유림산악회 등반 대장의 문자 메시지

“4월 20일 연인산 등반 신청 하세요!”

울고 싶을 때  뺨때려 주는 등반대장이 화들짝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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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코딱지/땜통/울보/욕쟁이/ 그 녀석들! 만나러 가야지

금시 옛날 유림 국민학고 시절 왕산으로 봄 소풍 가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나서 또 한 번  엄청 강물에 첨벙 첨벙 빠져 본다.

그 6.25 전쟁 후에 지독한 춘궁기 밥 먹는 자체가 어렵던 시절

춘3월 이맘때 보릿고개! 그 가난하고 초라한 봄 소풍인데도

타향살이 평생 동안 봄만 되면 수백 번 우려먹은 개뼈다귀 였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우족 탕 꼬리곰탕 맛이 나는 것은 왜일까?


새벽 5시30

졸고 있는 눈꺼풀에 버팀 개 하고 배낭이며 등산화 지팡이 챙기고

김밥한줄 사서 넣고 부랴사랴 버스 타고 전철을 갈아타는데

전철바퀴 바람 빠졌나? 운전사 군기 빠졌나? 엔진에 나사가 빠졌나?

시간은 번개인데 전철은 거북이다

이러다 속절없이 나만 떼어 놓고 갈 것 같아서

등반대장에게 텔렐레 ---- 텔렐레

 아! 이 전철을 떼 메고 갈 수도 없고? 한 십분 늦겠는데... ...?

 아! 형님! 기다려 줄 테니 오는 대로 오세여!

07:05 사당역 3번 출구로 나가니

경상도 머슴아 가시나가 한 두름 모였는데

충청도 사람이 보면 큰 싸움 난 줄 알겠다.

목소리 크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시끌벅적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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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저 사람들이 서울 생활 할 때는

절대로 저 지경이 되는 일은 없다.

여기 향우회만 오면 금방 돌변하여 유독 더 한다,

사람이 반갑고! 고향 사투리가 반갑고!

옛 추억이 되 살아 나서 거기에 취한다.

어쩐지 함양 본토 발음으로 말을 해야 제 맛이 나기에

사투리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 자기들의 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시끌벅적 한 것인지

아무도 눈치 못 채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

 

글 쓰는 필자도 덜 할 리 없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앉아 향우들의 입들을

번갈아 보는 것도 같이 미치는 것 이상으로 재미가 있다.

07:30 버스가 사당역을 밀치고 스르르 미끄러져 나갔다.

유림출신 머슴아 가시나이들의 소개가 차려로 있었다.

휴천 등반대장 함양등반 대장과 일행이 참여 했다

유림과 휴천은 엎어지면 복숭아 뼈가 걸리는 거리이건만

남의 식구라고 환영이 대단하다, 사실이 고마운 일이다.

요즘 사람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도 여기에 참여키 위해 문인협회/약초산행/심마니 산행 등

몇 건의 초대를 거절해야 했다. 준비된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 동안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아치 밑으로

육교가 설치되어 있는 서초동에서 버스가 멈추었다.

10여 미터 앞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승용차 한 대가 꾸겨진 후지조각이 되어 있고 그 찌그러진 틈바구니에

젊은이가 피를 흘리고 있고 특수 장비로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동차를 조금씩 벌리고 뜯어내고 있다.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기원을 하며 지나쳐 갔다.

우리들이 탄 광광버스가 룰루 랄라 노래를 시작 한곳은

팔당 두물머리 시원스런 호숫가 도로이다. 차가 달리니

도로가에 피어 있던 벚꽃 들이 힌 눈처럼 낙화되어 나른다.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어느 꽃이 10일을 붉게 피어 있는가?

젊은이 에게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준엄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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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두물머리는 무엇인가?

한물은 충주에서 시작하여 남한의 긴 산하를 거슬러 올라온 남한강

한물은 통천에서 시작하여 북한의 원한 맺힌 사연들을 휘감아 담고

원한 서린 철책을 넘어 내려온 북한강이다.

남북 두 물의 머리가 만나는 곳이다.

하나의 민족이 둘로 갈라져 총부리를 들이대고 수백만을 죽이고

휴전을 한지도 반백년 그동안 판문점에서 회담을 수수백번 하였으나

그때 마다 남북회담은 이렇게 끝났다.

面分 雖舊心 生新(면분 수구심 생신)하고

只願急死 速亡亡(지원급사 속망망)이라

虛面 虛笑 去來間(허면 허소 거래간)에

不吐 心情 見汝矣(불토 심정 견여의)라

너와 내가 비록 면분은 오래지만

만날 때마다 마음은 새로워지고

다만 빨리 죽고 속히 망하기를 원하노라.

공연히 만나 헛웃음 짓고 오고 가는 사이에

그대를 보고도 내 심정 토로하지 못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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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한 서린 남북 冤魂(원혼)

남한강 북한강 두 물  따라 너울너울 흘러와서

여기 두물머리 합수하여 서리서리 맺힌 한을

밤새워 부둥켜 어울렁 더울렁 굽이쳐 맴돌다가

새벽닭 울 때면 머리 풀고 올라간다.

하얀 물안개 되어 너울너울 하염없이

황천길 구천 길을 흐느끼며 가는구나.

만국통일 그날에 두물머리 다시모여

解寃馬車 함께 타고 太平歌를 불러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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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팔당 호수는 새벽 물안개 그 경치가 너무도 유명하다

그 물안개가 하 범상치 아니 하여 글 한 수 지어 보았다.

어느새 가평 땅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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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은 잣나무의 고장이다. 그 잣을 발효시켜 만든 잣 막걸리가

유명하다. 연인산으로 가는 도로 옆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이곳은 가을에 오면 좋다 맑은 물 힌 모래사장에서 물고기 천렵을

하면서 건너편 가파른 산비탈에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노라면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른다. 그 개울가 욱어진 밤나무에서

지천으로 떨어진 밤을 줍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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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산 가평 쪽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등산을 한다.

서울의 삼각산/인왕산/북악산이 뼈가 툭툭 불거진 남성의 산이라면

연인산은 동그란 속살을 들여 낸 여성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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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바위가 별로 없고 완만하여 마치 비스듬히 누어있는

미녀의 몸을 타고 오르는 개미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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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배꼽 까지 왔거니 하고 보면 아직도 무릎에서 헤매고 이제

턱까지 왔거니 하고 보면 아직도 젖꼭지에서 헤맨다.

12시가 넘어 배고프다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아직 우리는 여체의

어깨선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인산은 우리에게 큰 선물을 내 놓았다

때 아닌 진달래 꽃 대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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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해발 1000고지다 보니

이제야 진달래가 불 타 오른다. 어른의 팔뚝만큼씩 굵은 고목의

진달래나무가 능선을 따라 숲을 이루어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숲

그 사이로 이어 질듯 끓어 질듯 따라가는 향우들은 감탄사가 연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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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입에 넣고 씹어본다

솔 향 비슷한 진달래 향이 입안 가득히 번진다. 그리고 먹고 난

후에도 그 뒷맛이 달달하게 오래 간다.

진달래 먹고 칡뿌리를 캐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맛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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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경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연인산 좌측 어깨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여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 급경사와 울창한 숲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역시 여체에서 그 곳(?)은 함부로 갈 곳이 못된다.

역시 연인산은 모든 등산객들의 연인이 될 만한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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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등산로에 진귀한 산야초가 피는데 그 꽃의 자태가 고귀하고

산의 높이에 따라 종류가 다른 꽃이며 계곡에는 금낭화가 흔하게

자생 하는데 서울에서는 꾀 귀한 화초에 속하는 토종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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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인 산의 그 여체를 더듬는 동안 아래에서는 두릅을 따고

고기를 사다가 얼큰한 찌개를 끓여 놓고 우리를 기다리는 향우님들

덕택에 내려오자마자 시원한 가평 막걸리에 두릅나물 초장 찍어

안주를 하니 세상이 돈짝만 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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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휴천 등반대장의 개구쟁이 같은 사회에 배꼽을 잡으며 저마다

노래 자랑 하더니 종당에는 유림등반대장이 모두다 미쳐보란다.

말도 참 잘 듣는다. 미쳐보란다고 정말 미쳐서 난리탱탱 부르스를 춘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니까 고맙다는 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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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랫말은 하나같이 슬픈 가사인데 사람들은 기쁘다 못해 미쳐버린다.

그렇다! 이것은 지구촌에서 한국인만 할 수 있는 特長 중에 특장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슬픈 애환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아주 특별한 재주가 우리 민족에게만 탁월하다.

그 특별한 재주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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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민족의 얼과 말과 글과 역사 까지 모두 빼앗았으나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강력한 한민족의

얼과 말과 글과 역사를 찾아 정립 하고 있으며

6,25 전쟁으로 이 땅에 먹을 것이라고는 똥개 한 마리도 남김없이

잃었건만 불과 30년 만에 한강의 기적 세계10위 경제 강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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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향 경남 함양 유림 땅은

우리네 부모가 그 물과 그 흙으로 우리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 산 그 들판에서 걸음마 배워 오늘날 두발로 걷고 있다.

훌륭한 山河가 유명한 사람을 낳기도 하지만

훌륭한 人間은 이름 없는 고향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함양 땅에서 만들어진 그 머리와 가슴과 두발로 역사를 움직이면

우리의 고향이 역사를 움직인 산하가 되겠지요. 향우들이여!

 

우리네 인생도 매양 평탄치 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 버스에서 슬픈 가사의 노래를 기쁜 가락으로

함께 미쳤듯이 슬픔과 고통을 성공의 힘으로

승화 하여 그렇게 힘차게 정의롭게

성공하는 인생 되시길  기원 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연인산 등반후기   -- 남촌 서 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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