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석(楓石) 서유구(徐有[矩/木], 1764~1845)가 쓴 글이다. 19세기의 명저 《임원경제지》 가운데 취미, 오락, 여행, 예술품감상, 서적을 비롯하여 선비들의 여가와 취미생활을 전문적으로 다룬 <이운지(怡雲志)>의 서문이다.
네 명의 친구가 우연히 상제님을 만나 각자의 소원을 말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제각기 평소에 갖고 있던 소망을 피력하여 허락을 받았다. 첫 번째 사람은 높은 벼슬을, 두 번째 사람은 큰 부자를 소망하였다. 부귀(富貴)를 얻고 싶다고 한 그들은 상식적이고 그럴법한 소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세 번째 사람은 뛰어난 작가가 되어 명성을 드날리고자 했다. 앞의 두 사람에 비해 문화적 욕구를 드러낸 소망인데 고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명예욕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뤄주기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상제가 허락한 것은 속물근성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해서 세 사람의 소망은 모두 이루어졌다.
이제 마지막 사람이 남았다. 그런데 그의 소망이 뜻밖이다. 이름 석자 쓸 수 있고, 밥 굶지 않으며 헐벗고 지내지 않는 처지이다. 그러니 교양없이 사는 사람이 되지 않은 채 시골에 묻혀 한 평생 살고자 한다고 했다. 그 말에 상제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런 청복(淸福)은 이런 혼탁한 세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이니 다른 소원을 말하라며 들어주지 못하겠다고 했다.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결론을 내고 있는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여유를 즐기며 사는 행복을 갈구하는 옛사람의 소망을 잘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 사람의 소원이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어렵고, 그런 행복은 전지전능한 신도 누리기 힘들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반추해보게 만든다. 결코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반전과 충격, 흥미를 지닌 글이 액자처럼 글에 삽입되어 있다. 서유구는 이 이야기가 세상에 떠도는 속된 이야기라고 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삼설기(三說記)》란 단편소설집에 들어 있는 <삼사횡입황천기(三士橫入黃泉記)>의 내용과 유사하다. 저승차사의 실수로 인해 생사치부책에 기록된 수명보다 빨리 저승에 끌려간 세 선비가 염라대왕으로부터 보상조로 각자의 소원을 말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소은고(素隱稿)》에는 오이무름이란 별명의 재담꾼 김중진(金仲眞)이 사람들에게 ‘세 선비 소원’이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말했다고 하며 그 사연을 기록해 놓았다. 서유구는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자신의 글 속에 끌어다가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이용했다. 문장을 잘하고 싶다는 소망은 서유구가 덧붙여서 변화를 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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