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시간의 아우성 속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먼저 가능한 ‘자기 것’을 호주머니에
집어넣는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요즘, 야간에 공부를 한다는 일이 대단한 마음의 결심이
없으면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다가 끝나는 시간에 부랴부랴 뛰다시피
수업 시간에 간신히 맞춰 강의실에 들어서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엊그제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학생들이 개강 후,
처음으로 회식자리를 만들어 딱딱한 강의실을 벗어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시간들을 갖게 되었다.
30여명이 개인당 만원씩 걷어 감자탕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어색한 느낌 그대로 나이든 남자들은 한쪽에서, 중년의 여자
학생들도 끼리끼리, 젊은 남, 여 학생들은 그래도 짧은 시간에
대화를 했는지 한쪽으로 몰려 자리를 잡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래도 조금 씩씩한 젊은 친구들이 소주잔을
들고 ‘노땅‘들이 있는 곳에 와 인사를 나누면서 예의를 차리는데
나머지는 ’끼리끼리 문화‘의 산물처럼 식사시간 내내
자기자리를 고수한다.
저녁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학생들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의례적인 회식 자리가 되어버린 듯하다.
내가 볼 때 문제는 서로의 나이차가 많아 동일한 주제로 쉽게
대화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것처럼 보인다.
나만 해도 나와 비슷한 50대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내며 소주잔도
나누고 서로의 일도 말하는 정도로 발전을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통성명도 못했다.
허긴 날마다 보는 부부간에도 대화없이 살아간다고 하는
요즘인데, 하루 종일 일하다가 피곤에 절여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같이 공부하는 동료 입장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면, 나머지 수업을 받는 시간들이
더욱 알차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지라도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최고의 학습 능률을 내는 게 아닐까.
(글 임수홍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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