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사잠(奢箴)'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즐거움은 누구나 다 누리는 것이고 복(福)은 누구나 다 받는 것인데, 왜 누구는 추위에 떨고 굶주리며 누구는 비단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느냐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더구나 직접 짜지도 않으면서 오색영롱한 비단옷을 입고, 사냥하지도 않으면서 살진 고기를 실컷 먹어서야 되겠느냐고, 무위도식하며 사치하는 이들을 꾸짖습니다. 이어서 한 입 즐길 정도면 다른 집 열 집을 거둘 수 있고, 하루 먹는 양이면 누군가 한 달을 먹고 살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일깨워줍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기아와 질병으로 1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죽어 가고 있고, 매년 600만 명이 결막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너무 많이 먹은 게 원인이 되어 병들고 죽는 일도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만 원짜리 모기장 하나면 한 가족이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2만원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30명에게 고단백 영양식을 먹일 수 있고, 5만원이면 600명의 어린이에게 실명 예방용 비타민A 캡슐을 1년간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하는 것이라며 모른 척하고 살 것이 아니라,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다행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쉽고도 귀한 일들에 정성을 쏟을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