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밤 되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
『 늦 가을 묘소 』
글 / 권영우
창밖에 나부끼는 단풍비가
그대를 보고싶어 합니다 ,
나도 그대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엉기였던 여름 진드기들은
어느덧 스산한 바람이 되어
이리저리 골목을 훔치며
올 가을도 예전처럼
말없는 눈물로만 고하려합니다 ,
질경이 같은 인생에서
그대를 만난 것은
시들시들 병들어가는
내 가슴을 파랗게 적셔주는 단비였습니다 ,
당신의 비쩍 마른 가슴이 짜낸
고혈 (膏血)에 목축인 여름햇살이
이 가을을 잉태하였음에도
붉게 물든 내 산야에
한번도 그 가슴을 걸어보지도 못하였는데
계절은 벌써
낙엽이 되여가는 아쉬움을 털어 버리려
가을이 저무는 뜨락을 서성이다
문득 그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 별이 지면 내리는 비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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