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金得臣, 1604~1684)은 17세기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문장가이다. 관찰사를 지낸 김치(金緻)의 아들로서 천재형 문인이기보다는 노력형 문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점을 보여주듯이 나이 59세에 문과(文科)에 급제하였고, 급제한 이후에도 큰 벼슬을 하지 않은 채 주로 창작에 몰두하며 삶을 영위하였다. 서울과 충청도 괴산에 집이 있어 두 곳을 오가며 생활하였다.
선비의 일화를 묘사한 저작물들에서는 그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으로 많이 묘사하고 있다. 그런 묘사가 그릇된 것은 아니나, 그의 인생을 잘 들여다보면 아주 소탈하고도 인정이 넘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진흙으로 구워 만든 사기 술잔을 소재로 쓴 이 글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난다.
우연히 사기 술잔을 얻은 뒤로 그는 늘 이 잔에만 즐겨 술을 따라 마신다. 그런데 이 술잔은 깨지기 쉬운 약점이 있다. 자신은 몹시도 조심하고 아끼건마는 집의 자식들이나 종들은 그의 기호나 조심성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차례 깨지고 다시 장만하는 과정과 그에 관한 소감을 밝힌 것이 글의 내용이다.
이 글의 특징은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를 기록한 데 있다. 그렇게까지 귀하다고 할 수 없는 소박한 물건을 사랑하는 개인의 독특하면서도 인간적인 취향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특히나 사기 술잔을 좋아한 나머지 남의 집에서 취중을 틈타 친구로부터 사기 술잔을 빼앗아 오는 모습에서는 인간적 체취를 엿볼 수 있다. 사기 술잔의 미덕을 예찬한 대목이나 생일날 벗들을 모아 그 술잔으로 술을 마시는 유쾌함을 묘사한 대목은 아주 인상적이다. 개성과 삶을 정제하여 표현한 짧은 이 글은 아름다운 한 편의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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