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음악모움

흔들리는 마음에 꽂은 호미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12. 12. 15:17
다시보는 작품들

흔들리는 마음에 꽂은 호미

                                                                                  

 지은이: 김정희 (작은곰: 소웅)

 

   오늘이 토요일 이랬지 '아함' 크게 하품을 하고는 괜실히 창밖을 본다

여느때 같으면 출근한다고 분주히 서둘렀을 아침 느긋하게 거실을 빙빙 돌다가 

'뭘 하지'

하고 풀썩 주저않아서는 서랍도 열어보았다가 TV도 켰다가

'아니야  모두들 자는데 시끄럽게 하면 곤한 잠을 깨우겠지'

하고는 전원코드를 뽑는다. 주방으로 가서

'오늘은 자고 일어나는 가족을 위해 이벤트를 마련해 볼까?'

하고 수돗물에 손을 씻고 행주에 손을 닦고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막상 무얼할까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닫고 싱크대앞으로 몸을 돌려서  싱크대앞에 있는 창밖 너머로 한참동안 내다보고

'그래 내가 만두를 만들어 줘야지'

라고 생각났다. 다시  냉장고문을 열어 준비물을 챙겨보았다.

먼저 푸른 고추,감자, 돼지고기, 당면, 파.......그리고 밀가루......

하지만 없는게 많다. 사러나가야 하겠구나하고 거실쇼파에 걸쳐있는 간편복 추리닝을  줍어있고

TV옆에 두었던 지갑을 손에 잡았다.

 

아파트문을 열어 조용히 닫고 나왔을때 덩그라니 혼자가 된것 같은 난 

왠지 오늘만은 엘리베이트를 타기 싫어 계단으로 걷고 싶었다.

등뒤로 팔짐을 지고 터벅터벅 계단을 하나 둘 내려오다보니

무심히 떠오르는 만감이 한계단 한계단마다 변하는데

'늘 이렇게 살아야 할까'

묻는다. 눈에 보이는 각층 가정의 문을 스쳐지나가면서 

'저 집은 뭘하고 보낼까?'

궁금하지만 몸은 이미 건물출구에 도달했다.

 

요즈음 아파트에서는 주차하기가 힘들어 당연 차에까지 가려면 조금은 걸어야했기에

건물을 돌아서 가는동안 저기 보이는 차에서는 저 사람 부지런하게도 차에 실려있는 적재물을

꺼집어내서 정리한다고 분주하다. 지나가다 말고 멈춰서서

"어딜 가실려고"

물었더니 강으로 낚시 한번 가볼까한데나 난 아무 답없이 지나가지만 또 생각이 바뀐다.

차앞에 도착해서 막바로 운전석으로 가지않고 차뒤로 돌아가서 뒷 드렁크를 열고

괜실히 실려있는 낚시가방을 만지작거린다......

당초의 생각을 뒤집고 차에 올라타서 시내로 향하는것이 아니라 외곽으로 방향을 전환

저수지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도 하다 차가 매끄럽게 앞으로 향하는것이 아니라

억지로 가는것같이 속도도 나지않는데 마음마져 뒤숭숭하니 주머니에 폰마져 만지작거려진다

 

'어이 이 사람 정말 낚시가고 싶어 가는것 맞아?'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도 보면서

저수지에 도착했는데 다른 날 같으면 곧장 낚시가방을  울러메고  자리를 잡고서 자세를 취하는데

차의 시동도 꺼지않고 멀거먼히 저수지를 바라다보지만 왠지 시푸른물은 나보고 집에 가란다.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 저수지 뚝을 걷다가 금방 돌아서서 주변 논밭을 물끄럼히 바라보노라니

곱게 가꾸어진 콩밭에서는 콩작물이 싱싱하게 자람이 눈에 들어와진다.

'아하 맞다. 나도 몇년묵은 밭이 그냥 방치해서 잡초가 무성하겠지? 그곳에 가보자'

갑자기 발끝에 힘이 생기면서 곧장 차로 돌아간 난 급히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지체없이 집앞에 도착하여 무엇에 쫒겨가는 사람처럼  황급히 다시 차를 돌리고 농기구가게에

세워서 호미3자루를 구입하곤

'그래 밭으로 가는거야, 가보면 달라지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현관문앞에 멈춰섰을때 열쇠로 문을 열면 되는것을

굳이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한참을 있다보니 안에서

"누구세요" 라고

"문 열어" "키로 문 열면 되지 나갈때 잠권 양반이"

" 잠 깨우려고...."

내가 생각해도 뚱단지같은 발상이었지만 내친김에 큰소리로 말했다.

"아들도 일어나라해 지금 밭으로 가야해. 얼른 일어나 씻고 밭에 가보자"

의기가 양양했다

 

잠자다말고 눈비비고 일어난 아들녀석

"아버지 무슨일인데요?"

난 답변치않고 서둘러 헌옷 헌신발 모자등을 챙기는데 가족들은 어안벙벙 내 하는 모습만 지켜본다.

잠옷만 걸친 아내의 얼굴은

'이 양반이 왠 뚱딴지같은 행동을......' 라고 하는 모습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밭을 가꾸지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는것은 이웃밭에 피해를 주는것이겠더군"

가족들은 가기 싫었슴인가 오래동안 꾸물거리다가 오전이 다 가서야 억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이제가서 무얼한단 말인가? ' 

하고 싶은 일마져 식어질려지는데 애써  표정을 감춘채 밭을 향했다.

모처럼 오는 밭이기에 '아 이건 너무 심햇다' 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생기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만 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바라볼수 없어서 일단은 차에서 호미를 꺼내들고

우리들의 키보다 더 높이 큰 잡초를 제거하고자 밭 모퉁이에서 부터 풀을 캐기 시작해보았다.

높은 잡초에 의해 풀밑 땅은  눅눅하여 작업하기가 수월했다.

얼마쯤 했을까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했고 쪼구려 앉아 작업을 하다보니 다리도 저렸고 힘에 부치고

지칠무렵 일어나 얼굴의 땀을 닦으려 몸을 일으켜 세워서 보다보니 우리가 땀흘려 일한 부분은 고작

일부밖에 되지않았고 남은 부분은 며칠을 해야 끝날것 같은 량 이었기에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해야하지, 남의 밭에는 풀도 없이 깔끔한데 우린 이게 뭐지?'

하고는 실망과 자책도 아울러 하지만 남은 일에는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다.

 

한참을 고생하다보니 가까이 살던 동생이 우리가 밭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내외가 밭으로 와서 

"형님, 뭐하시요? 허허 형님, 형님식으로 농사를 지었다가는 쇠가 빠지게 고생만하고

모두 호미던지고 도망가겠소. 요즈음 형님식으로 했다가는  농민들은 굶어 죽었을게요.

그만 형님은 형님이 사시는 방식대로 살으시오. 내가 예초기 구해와서 싹 베어버리고

트랙터있는 후배에게 부탁하여 밭을 갈아드리겠소. 허 허"

그렇다 동생말이 맞는것 같다.

 

농사란 아무나 하는게 아닌것 같다. 이대로 무작정 밀어부치는 스파르타식 농법은 아마 나도 그렇지만은

나 이외에 누구도 농사를 지을려 하지 않을것 분명할것 같아보인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문지르면서 동생앞 나는 부끄럽고 겸연쩍어 말없이 그늘로 가서 홀로 담배를 입에 물고 크게 한모금

빨아드리고 하늘을 향해 희뿌옇게 내뿜고는 '그래 농사란 벼락치기 공부처럼하는게 아니라 조금씩

자주 애정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게야. 이 밭의 모습이 아마도 내 인생의 살아온 모습과 같겠지!'

그러면서 나의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되짚어본다. 왠지 허무해지는 일면을 바라다보는것 같아진다.

잠시후 동생이 어디에다 전화를 하더니 예초기를 가져오랜다.

'그참 난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았지만 어디다 남에게 부탁해본적도 없었는데......' 

앉아서 허송시간을 보낼려니 아까워 아들을 불러 가까운 시내로 가서 먹을거리 좀 사오라고 하고

인근 이웃집 밭을 구경하노라니 감나무, 사과나무, 참깨, 콩, 상추, 가지작물등을 너무나 곱게 재배한 모습이

나를 더욱 더 자극케 한다.

 

'저 집 밭의 주인도 나처럼 직장인인데도 저렇게 깔끔하게 가꾸어 놓았는데 난 뭘했지?'

'그래 난 모든게 허울뿐이고 제데로 갖추어 놓은게 없잖아! '

어딘가 계속 전화하는 동생은 나를 부르더니

" 형님, 걱정마세요, 후배들이 모두 장비가져와 깔끔하게 형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준답니다.

그후부터는  형님이 수시 관리해주셔야겠어요"

왠지 부끄러움에 동생의 대견함과 든든함을 훔쳐본다.

얼마지났을까 듬직한 농군처럼 생긴 사람이 밭으로 도착해서 동생에게 깍듯이 인사하고는 풀깍는 기계로   

순식간에 그 많은 풀을 베어내고는 거대한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었다.

 

탄식할수밖에 없는 난

'우와, 대단하다 대단해'

라고 연발 감탄사를 만들어낸다.

그 많은 풀들은 온데간데 없고 깨끗한 밭으로 변신했다.

'내게도 저러한 밭이 있었나! 와! 무지넓다. 뭐든지 심어만 되겠구나! 우와!'

고맙다는 말을 거듭 표하고 있으니 동생은 내게 체통을 지키라 하면서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라나

'그러면 어때 난 할수있어 뭐든 심으면 되는데'

깔금하게 만들어진 밭을 바라보면서 무언의 희망을 설계한다.

콩도 심어야지, 배추도 심어야지, 아니 상추도, 아니 가지도, 아니 옥수수도......................

일을 마치고 밭뚝에 모두 모여 앉아서 사가지고 온  빵과 음료를 먹으면서 있는 동안

동생은 또 후배를 보고 나를 흉보려 한다.

 

" 이 봐 후배, 농사 농짜도 모르시는 형이 농사를 짓는단다. 어떻게 생각해?"

" 흐 흐  장비도 없으시면서 농사를 지을려면 힘드실텐데, 물론 한번 겪어보시는것도 괜찮아요."

말없이 그 대화에서 자리를 비킨다. 나 자신도 실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저질러 놓은 터라

이제는 물러설수 없고 도전의식을 갖고 쉬는날마다 메달려 보아야 하지 않겠냐 다짐해본다.  

문학이 머무는 여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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