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성공한 사람들

^*^★ 다 채우지 못한 친구의 빈잔 ★^*^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9. 1. 29. 10:34

^*^★ 다 채우지 못한 친구의 빈잔 ★^*^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은 돌아왔고
친구들도 함께였습니다.

안보면 보고 싶고 모이면 즐거운 고향 친구들,
그 친구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참 든든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 사고로 떠나버린
친구의 빈자리는 너무나
큰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녀석이 떠난 날 비가 너무나 많이 내렸고
모두가 잠든 새벽
서른여덟의 생명을 놓아야 했습니다.
무참한 뺑소니사고에게 말입니다.

 

그렇게 떠난지 100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생명이 있는 아이들의 백일은
축복이고 감사이며 감동 그 자체이지만
친구의 100일은 너무나도 큰 아픔이며,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이었지요. 

친구를 좋아함을 넘어서
친구들을 만나면 행복했던 사람,
근데 저는  이 친구에게 빚을 졌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저와는 반대로
술을 좋아하는 친구를
깊게 가까이 하지 않았었습니다.

깨복쟁이 친구이면서 단 둘이서
술잔을 기울여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영정 앞에서
술을 따르게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너무나 죄스러워 눈물도 못 흘렸습니다.

아니, 눈물 흘릴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아무리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너무나 아까운 젊을을 두고 가야 했던 친구는
얼마나 떠나가기가 힘들었까요?

백여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뺑소니 피의자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날 목포에서 여러 번의
뺑소니 사고가 있었지만 유일하게
이 사고 만이 증거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고를 낸 후 바로
차량 라이트를 끄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두운색의 자가용 같다는
진술 밖에 확보된게 없습니다.

뺑소니는 범죄 중에서 가장 무거운 범죄입니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느니
자수하는 것이 망자와
그 어머니와 주위 사람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길일 것입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보면 
어릴적 추억 속에 피어 있는
고향 생각이 났었지만 이제는 눈이 아프도록
친구가 보고 싶어집니다.

다 피우지 못한 삶을 그 곳에서라도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요,
눈에선 멀어졌지만 맘에서는
멀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약이다고 한들 다 따르지 못한
친구의 빈잔을 내릴 수가 있겠습니까?

친구야! 친구야! 친구야!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말밖에 없어.
이번에 엄마 뵙고 왔어. 그래, 당연하지.
다들 갔었어, 엄마가 좋아하시는 막걸리 사들구 말야.
나도 사발로 두 잔이나 마셨다? 

네 말대로 막걸리는 한 참 후에 올라오더라.
그리고 예전에는 미쳐 몰랐는데
참 맛있고 시원하더라.

엄마 모르시게 네 사진도 보고 왔어.
활짝은 아니지만 웃고 있는
너를 보니깐 더 그리운거 있지.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