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의 물을 갈아 주어야 붕어가 깨끗해진다.
◈어항속의 물을 갈아 주어야 붕어가 깨끗해진다.◈
예전에 울지 않는 두견새 얘기가 회자(膾炙)된 적이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 버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했다
하여 세 사람의 개인 성격을 비교하기도 했고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두견새를 대하는 태도가 개인적 성격에 따른 것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개인적 성격보다는 오히려 시대적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즉, 전투를 통해 구체제를 파괴하고 새 시대를 세워야 했던,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긴박한 상황을 살았던 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또 전쟁의 상흔을 딛고 통일된 새 시대의 기초를 건설해 가야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게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건설된 새 시대를 안정적으로 평화롭게 유지 보전해 가야 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여론을 중시하며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품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사건들은 때로 개인적 관점으로만 파악하기보다는
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여겨진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소수민족의 총기난사 사건 같은 것도
개인적 나쁜 품성으로만 돌리고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총기판매 규제 반대로비를 아주 잘했던 무기상들의 탐욕, 이민 등
소수민족에 대한 미국사회의 차별, 동료를 짓밟고 이기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이기적인 교육 현실 등과 같은 시대상도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물론 지구 상에는 아주 열악한 처지에 있으면서 밝은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를 탓하기에 앞서 개인의 잘못이 너무나도 크다.
그러나 오늘날 각박해져만 가는 사회 분위기도 한 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살게 되었다고들 하는데 과연 우리 마음도 그만큼
넉넉해졌는지, 약자에 대한 배려나 사람과 환경에 대한 마음 또한 그만큼
맑게 커졌는지 한 번쯤 숙고해 보았으면 한다.
자녀 공부를 득달하면서 과연 이것이 부모가 할 노릇인가 회의가 들 때도 많다.
그러나 친구와 우정을 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마음을 맑게
키워가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힘겹기만 하다.
어항 속의 금붕어가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하려고 물을 내뿜고 토하고
자신의 내장까지 내 뱉어도 붕어의 몸은 깨끗해 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어항 속의 더러운 물을 맑은 물로 갈아 주어야 한다.
개인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바꾸어 가야 한다.
못 살았지만 음복을 나누며 마음만은 풍성했던 어릴 적 시골생활이
경제적으로 좀 나아진 지금보다 오히려 훨씬 행복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후손들에게 부유한 국가를 물려주려는 것 못지않게 부유한 마음을
물려주었으면 좋겠다.
<수필가 황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