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죽는다는 것
프랑스 루이14세 때
어느 유명한 광대가 공중 공연 중 실수로
왕의 노여움을 사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왕은 지금까지의 그의 공로를 생각하여
자비를 베풀겠다면서 편안하게 죽는 방법을 택하면
그대로 죽게 해주겠다고 생색을 낸다.
그러자 광대는
칼로 목을 자르면 너무 아플것같고
목을 메달면 너무 답답할것 같으니
늙어 죽게 해달라 하였다.
폭군인 왕도 기왕에 한 약속을 어길 수 없어
집에가서 늙어 죽어라는 은총을 내렸고 그 광대는
당장의 죽음을 면하여 늙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가 죽을때는
각각 여러가지 다른 모습의 죽음을 맞게 된다.
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복 받은 죽음은
천수를 누리고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臥席終身(와석종신)하는 자연사일 것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신체가 점점 쇠약해지고
생리적 기능이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퇴행하여 생명이 저절로 사그라지는 모습,
마치 연탄불이 다 타서 불꽃이 점점 사위어지고
오롯이 연탄재의 形骸(형해)만 남는것과 같은,
그야말로 생명의 불꽃이 조용히 잦아드는 모습,
그것이 늙어 죽는 것일 게다.
불의의 사고나 병에 걸리지 않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자연사를 맞는다면
그것은 천수를 다하고 대자연에 동화하는 것이며
天然心(천연심)으로 돌아가는 寂滅(적멸)이
될 것이다.
이 모두를 자연의 이치려니 생각하고 세상사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지혜를 기른다면 인생살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이 되지않을까.
자연의 흐름의 법칙에는 에누리 없는
'시간의 낫(Times Scythe)'에 베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모두 生하면 滅하는 것
죽음에 임하여 치르는 장례의식은 단순이 죽은이의
부재를 알리는 형식이나 절차만은 아닐 것이다.
엮어온 삶을 마무리 하고 알 수 없는 우주의 흐름
속으로 떠나보내는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이별의식
이라 생각하면 옷깃이 저절로 여며진다.
죽음에 대한 이러한 관조는
루이 14세 때의 궁중 광대가 말하는"늙어 죽는 것"이 될 것이고,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는, 뿌리로 돌아가는
나뭇잎처럼 그냥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소 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