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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리 도덕이 뭐 길래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3. 19. 11:58

북소리· 죽비소리·철부지소리(87)  

                윤리 도덕이 뭐 길래

                 -과부 며느리 시집보낸 이퇴계-

 조선시대의 최고 선비였던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결혼 한지 얼마지 않아 손자도 얻지 못한 채 2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청상과부가 되고 말았다.

 퇴계 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양반집안과 명성과 지체 높은 자기 집안, 그리고 사회적인 이목과 수절만으로 쓸쓸히 평생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하고 걱정이 점점 깊어갔으며,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사회적인 이목과 자기 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퇴계선생은 이를 예방하고자 가끔 한밤중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는 등 번거롭고 귀이 한 습관이 생기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야심한 밤,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필시 야심한 밤에 외간남자를 불러들여 혹시 몹쓸 짓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하여 순간 퇴계 선생은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마음에서 품위를 갖춘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고 금기시 돼왔던 일이지만 체면불구하고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작태요 일인가? 아니 이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 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인형은 바로 며느리의 남편의 생전 모습이었다. 가만히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인형 앞 술상 위 잔에 술을 가득 채워 놓은 채 며느리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한밤중에 잠 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그리고 여러 가지를 염려한 퇴계선생이 야밤에 순찰을 했던 스스로의 행동 등과  평생 청상과부로 지내야 하는 허구 많은 세월과 그 며느리의 애처로운 처지 등등으로 그 사건이 있은 이튿날부터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이냐?’

‘이 시대의 사회가 탄생시킨 윤리와 도덕적 규범에 갇힌 한 이 젊은 저 며느리를 수절시켜야 하다니.........아무리 생각해도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이런 짓은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고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튿날 날이 새자마자 퇴계선생은 하인을 시켜 사돈을 급히 집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결론만 전달했다.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었던 상대에게

 "자네, 딸을 데려가게."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이처럼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사회통념(社會通念)이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안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짓인가?"

 "나는 할말이 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기어이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난 후 몇 년 뒤.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했으므로 한 집을 택하여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여장을 풀고 저녁상을 받아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퇴계선생이 좋아하는 것 일색이었다. 더욱이 간까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음은 말할 나이 없었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온 것이었다. 무척 맛있게 아침을 마치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봇짐을 챙기며 상차림의 의문이 맴돌고 있던 찰나 그 집 나이 든 안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세요.'며 건네주었다. 마침 더러워진 버선을 갈아 신으려 했던 계획이었는데 새 버선을 얻었으니 선물로 받은 버선을 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다.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하고 이때서야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생각하면서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곁눈질로 살펴보니 바로 그 며느리 이었다.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시켰던 것이다.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고, 혹은 때로는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라 악의적인 혹편을 하는 면도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당연한 파격적인 인품의 소유자이었다.’ 라고 하는 옹호론자도 있음은 사실이다.

"퇴계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그 시대의 윤리를 깨뜨리면서까지 역설적으로 윤리를 지키셨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하고 생각이 든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시대를 개혁하고 진보적인 사고와 실천으로 새로운 풍속을 나으며 이 나라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역사적인 인본주의적인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 새롬을 꿈 꾸는 사람들
글쓴이 : 靑岩/정일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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