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갱년기 넘었다
나는 이렇게 갱년기 넘었다 폐경을 정점으로 하는 여성의 갱년기는 위기이지만 기회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가피하게 닥치는 이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이다. 긍정적으로만 임하면 갱년기야 말로 훌륭한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6인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뒹굴며 퇴직 후의 나른함을 즐긴 뒤 등산화 끈을 질끈 매고 집을 나섰다. 전국의 산을 오르고 길을 걸었다. 고향을 생각할 때의 아련한 그리움이 내내 그와 동반했다. 그렇게 습관을 들인 뒤 그는 마침내 2년 전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었다. 매일 30~40km씩 혼자…. 어느 날 문득 지도를 보다 감행한 것이었다고 한다. “인생 60은 노인 축에도 못 든다”고들 하지만 64세의 여자 혼자 국토를 종단하는 일은 만만찮았다. 걷고 또 걸으며 그는 지나온 삶의 회한과 증오와 미련을 털어 버렸다. 그때그때 다 삭여 없앴다고 생각해 온 그것들은 눈물이 돼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흘린 눈물이 그친 뒤에야 인생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호기심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새살처럼 뽀얀 분홍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머나먼 종단 길에 부려놓은 마음의 짐들. 그것들을 덜어내고 황안나 씨는 더 가볍게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에게는 아직 해보지 못한 일 천지다. 아직 걸어보지 못한 이 훨씬 더 많고 올라보지 못한 산도 참으로 많다. 올 겨울에는 남편과 티베트를 거쳐 인도로 여행을 다녀올 꿈에 부풀어 있다. 내년 봄에는 동해안에서부터 바다를 끼고 남해안을 돌아 서해안으로 돌아오는 ‘해안 따라 걷기’에도 도전해 볼 참이다. 킬리만자로 등정도 빼놓을 수 없는 꿈의 목록이다. 그는 단 한마디로 말을 막는다. 것이 양순자(63)씨의 주장이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 허구한 날 남편더러 쳐다봐달라 놀아달라 조르고,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 자식들에게 왜 챙겨주지 않느냐고 불평하고,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죄다 불러들이고…. 이래서는 남편과 자식들 마음도 괴롭지만, ‘같이 놀아달라’고 불러 놓고는 정작 스스로는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면 그것 또한 못할 노릇이라는 말이다.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노인들의 자살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다. 29년 동안이나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들을 상담해 온 그는 ‘혼자 노는 연습’을 안 해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요즘 유행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노후대책’이다. 양순자 씨에게 노후대책이란 먹고살 만큼의 돈이나 재산을 확보해 두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혼자 잘 노는 연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이라고 강조한다. 젊어서부터 어디를 가도 누구와 같이 가야 하고, 누구와 같이 있어야만 행복하고, 누군가 나에게 특별한 것을 해주어야만 사는 맛이 나고… 이래서는 늙어서 혼자 놀기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못박는다. 사 두는 식이다. 음악 CD도 사 모은다. 그러다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집 안에 머물러야 할 때면 틈틈이 모아 두었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 논다. 공원에도 자주 간다. 혼자 가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머릿속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늙은 어느 훗날, 자고 나면 그날이 그날 같아 죽지 못해 사는 삶에 분노가 치밀고 그 분노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혼자 꼬물꼬물 잘 노는 방법을 찾으라고…. 그러면서 빠뜨리지 않는 한마디. 알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족 모두 잘 살아 주는 집이 평화로운 집이죠. 서로 자꾸 전화해 어디 갔느냐, 이랬느냐, 저랬느냐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보통의 갱년기 증상’을 어쩔 수 없이 겪는다. 여자라는 생각에 울먹이던 그는 어느 날 마침내 마음을 다잡는다. “이렇든 저렇든 나이는 들고 나는 살아간다. 기왕 맞아야 하는 삶의 순간들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달려나가 맞으리라”는 것이었다.
1.‘누구나 그렇다’고 상황을 받아들여라. 뒤로하고 전업주부로 살던 셰릴 자비스.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창조적 기회’가 별로 없는 도시에서 살던 그는 어느 날 반가운 전화를 받는다. 전에 그가 진행했던 TV 프로그램의 PD가 “다시 일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부로서나 전문가로서의 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기 어려워 결국 일을 손에서 놓아야 했던 것. 다시 일을 하게 되면 그는 가족을 떠나 방송국이 있는 도시에서 혼자 살아야 할 판이었다. “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결혼안식년을 가지라”고 권한다. 48세는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이기도 하다. 직업적·영적 성장을 모색하는 기간이다. 공부나 명상 혹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를 만드는 기간이기도 하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떨치고 일어나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그는 “결혼안식휴가를 통해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 못지않게 잘나가는, 그래서 바쁘기 그지없는 여성 사업가인 그는 아직도 1년에 300일 이상 외식을 하고 하루 세 끼를 만족스럽게 먹으며 지낸다. 그러면서도 아랫배가 나올 걱정이 없는 삶, 망설임 없이 모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충만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도 당신의 아내와 같은 50대의 중년 여성이다. 그 나이에도 날씬한 몸매와 윤기나는 얼굴을 유지하는 비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만 세월을 비켜가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용납되던 나잇살이 그에게는 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의 나이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장 아름다울 때라고 한다. 젊어서부터 심신을 잘 가꾸어 왔다면 나이 50은 지금까지 경험하고 깨달은 즐거움을 마음껏 이용하고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시점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55세 이후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만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햄릿처럼 늙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바라본다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향유’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형 할인점에서 냉동식품이나 조리식품을 잔뜩 사다 냉장고에 쌓아 놓고 먹지 않는다. 단 조금씩만 먹는다. 하나를 먹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한다. 단 것이 먹고 싶으면 과감히 먹는다. 대신 제대로 잘 먹는다. 싸구려 밀크 초콜릿을 먹지 않고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을 딱 한 쪽만 먹는다고 그는 지적한다. 영위하느냐에 따라 남은 후반기 40년 정도의 행불행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그는 “이 황금 같은 보너스 시간은 인생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부터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10대들이 멀리 떨어진 학교로 떠나거나 여름에 아르바이트하듯 당신도 새로운 일자리, 자원봉사, 다른 집으로의 이사 등 여러 가지 선택과 시도에 도전해야 한다고 권한다. 이 시도들이야말로 보너스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라는 정체성을 가슴에 붙인 채 가만히 있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과거로부터 떠나는 작업을 자꾸 지체하면 정말로 원하는 일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방법을 그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 12가지가 바로 당신과 당신의 아내가 함께 깨달아야 할 나이 듦의 기쁨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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