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해역의 강진과 그에 따른 해일은 세계지도까지 바꾸어 놓았다. 미국 지질학연구소(USGS)는 한반도 두배나 되는 수마트라 섬이 36m쯤 남쪽으로 내려왔고 수마트라 남서부 섬들도 남서쪽으로 20m쯤 위치를 바꿨다는 컴퓨터 모델링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구의 자전 축과 지구운동이 변화가 감지됐다는 보고도 나온다. 실사해봐야 알겠지만 유라시아판 아래로 인도·호주판이 밀려 들어가 바다밑 1000km의 거대 단층이 움직이면서 해저 지각의 충돌로 지구 축이 다소 변경된 것 같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구가 크게 비틀거린 셈이다.
23.5도 정도 기울어진 채 거대한 팽이처럼 회전하던 지구가 이번처럼 몸부림치다가 발딱 바로 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론상으론 이 기울기가 줄어들면 여름에 덜 덥고 겨울은 덜 춥게 된다. 그러나 깨어진 지구밀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엉뚱한 데서 지구 전체의 지진 활동이 왕성해진다. 인류 역사상 말세(末世)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지만 성서상의 불의 심판 대신 지구축 이동, 회전 변화로 인한 엄청난 기상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화엄경과 주역의 권위자였던 탄허 스님(1983년 입적)은 지구의 미래와 후천세계에 대한 많은 강연과 저술을 남겼는데, ‘부처님이 계신다면’이란 책에서 빙하가 녹고 지축이 서는정역(正易)시대를 예언했다. 북극 빙산이 녹고 바닷물이 불어나 지축을 바로 세우면 세계적인 해일과 지진이 일어나지만, 역학적 원리로는 말세나 심판이 아니라 성숙이며 멸망이 아니라 지구의 성숙과 새 질서의 시작이라고(주역선해·周易禪解 3권) 그는 설파했다. 일본열도의 3분의 2가 바다로 침몰하고 만주와 요동반도가 한반도에 귀속된다는 게 탄허 스님의 예언이다. 그러나 뉴욕이 바다밑으로 수장되고 플로리다가 가라앉아 점점이 떠 있는 섬으로 변한다는 서구의 지축이동설과 종합하면 한반도가 ‘워터월드’ 같은 세계의 중심이 된들 별로 반가울 것 같지가 않다. 역시 지구축은 적당히 기울어진 채 안정돼 있는 편이 낫겠다.
차미례 논설위원
지축 변화와 ‘정역(正易)’
이번에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해서 수마트라섬의 위치가 36m나 남서쪽으로 이동되었다고 한다. 남북으로 1700km, 너비가 450km인 수마트라섬은 한반도의 2배나 되는 거대한 땅덩어리인데, 이런 덩어리가 움직일 정도였다고 하니 그 지변(地變)이 놀랍기만 하다. 더 놀라운 부분은 지축(地軸)의 변화이다. 과학자들은 호주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의 충돌로 말미암아 지구 축의 기울어진 각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지축의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조선 말기의 예언자 일부(一夫) 김항(金恒·1826 ~1898)이 생각난다. 그가 계룡산 국사봉 밑의 토굴에서 공부하며 저술한 책이 ‘정역(正易)’인데, 그 핵심은 지축이 바뀐다는 내용이다. 지축이 바뀔 수 있다는 암시는 일부가 자신의 스승인 연담(蓮潭) 이운규(李雲圭)로부터 전수받은 한시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하니 권군심차진(勸君尋此眞)하소’라는 구절이다. ‘그림자가 하늘의 달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므로 그대는 이 이치를 깊이 탐구하게’라는 뜻이다. 김일부는 스승이 준 ‘영동천심월’이 과연 무슨 의미인가를 평생 동안 탐구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 바로 지축 변화였고, 그 지축 변화로 말미암아 1년 365일이 360일로 바뀐다고 보았다.
그렇게 되면 지구상의 총체적인 변화가 뒤따른다. 그 변화 중의 하나가 일본이 물속으로 점점 침몰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지축이 바뀌면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일본이 가라앉고 동해안도 강릉 일대는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반대로 서해안은 점점 융기되어 수천리의 바다가 육지로 변한다고 전망하였다. 70년대 후반 탄허 스님은 앞으로 일본이 물에 잠긴다는 예언을 여러 번 한 바 있다. 탄허 스님의 이러한 예언도 ‘정역’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풀어서 인용한 것이다. ‘수조남천수석북지(水潮南天水汐北地), 천일임수혜만절필동(天一壬水兮萬折必東)’. 북극과 남극의 바닷물이 모두 모여 동쪽으로 향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동쪽은 일본으로 해석한다. 이번 지진을 보면서 지축마저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구불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