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사진·그림

소신공양 분신의 사진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7. 11. 6. 22:10

승려 틱 꽝 득(Thích Quảng Đức)의 소신공양

시커먼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남성의 몸. 그을린 잔해 속에서, 그들은 믿지 못할 것을 목격했다.


주의: 본 기사는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진 중엔,

그 자체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해 우리 마음 깊숙이 각인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진

보는 이의 가치관마저 뒤흔드는 사진은 그야말로 신적인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베트남 전쟁 당시 찍힌 승려 틱 꽝 득(Thích Quảng Đức)의

소신공양 사진을 들 수 있겠습니다.

Imgur/obnoxiouslyoptimistic

1963년 6월 11일, 틱 꽝 득은 하늘색의 자가용을 몰고 사이공(현재의 호치민 시)으로 떠났습니다.

그의 목적은 단 한 가지, 정부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함이었죠. 뙤약볕 내리쬐던 그해 여름,

불교를 탄압하던 정부의 강경한 정책에 정식으로 맞선 승려는

베트남의 대통령 응오딘지엠(Ngô Đình Diệm)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시사했습니다.

완벽하리만큼 평온한 표정과 자세로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나온 그는

옆에서 흐느끼던 한 제자에게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부을 것을 일렀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성냥을 그어 몸에 불을 질렀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온몸으로 번져나갔고, 당시 거리를 메운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고통도 표출하지 않고 완벽한 평정을 유지한 승려의 몸은

그대로 성난 화염에 삼켜져 타올랐습니다.

Imgur/obnoxiouslyoptimistic

운명의 그날, 참혹한 항거를 목격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은

도저히 제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 소리 없는 절규의 광경은

운명의 그날, 참혹한 항거를 목격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은 도저히 제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 소리 없는 절규의 광경은 평생토록 그의 마음 속에

남았습니다. 핼버스탬은 아래와 같이 그날의 기억을 글로 남겼습니다.



"고개를 들어 다시 그 광경을 보려고 했지만,

한 번으로 족했다. 화염이 사람의 몸 속에서

뿜어 올랐다. 승려의 몸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머리는 시커멓게 변해갔다.

육체 타는 냄새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신체는 놀라우리만큼 빨리 타들어갔다.

내 뒤론 하나씩 모여든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 너무나 큰 충격에 사로잡힌 나머지 울 수도, 뭔가를 적을 수도, 물을 수도,

뭔가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 

화염이 그를 집어삼키는 동안 승려는 미동 없이,

한 번의 신음 소리도 없이 완벽한 평정 속에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며 고통을 호소하던 시민들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으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진작가 맬콤 브라우니(Malcolm W. Browne)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후 퓰리쳐상을 수상했습니다.

틱 꽝 득의 소신공양 사진은 전 세계에 공개돼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으며,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록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데뷔 앨범 재킷에서도 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승려의 항거와 희생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귀한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소신공양을 마친 그의 시신은 이후 화장터로 옮겨져 한 줌의 재로 변했습니다.

이때, 화장터의 인부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승려의 심장이 불타지 않고 그대로 남은 것입니다! 오늘날, 타지 않은 승려의 심장은

강인한 저항 정신과 자비의 상징으로 남아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틱 꽝 득의 희생은 이후 강경한 정부에 압박을 넣는 계기가 되었고,

마침내 탄압을 풀고 불교 대표들을 불러 협상의 시간을 갖기에 이르렀습니다.

꺾을 수 없는 신념과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승려 틱 꽝 득.

수많은 피해자를 낸 베트난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의 아름다운 저항정신은 찬란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틱이 타고 왔던 하늘색 차와 잔해를 후에(Hué) 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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