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우주과학

'우주의 유령'이 숨어 있다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7. 12. 9. 18:49

[IF] 여기는 지하 1000m.. '우주의 유령'이 숨어 있다

 

   중성미자 연구의 聖地, 일본 '수퍼 가미오칸데'를 가다
- 중성미자는 '유령 입자'
우주의 기본 입자로 전자·타우·뮤온 3종류
질량 없고 반응도 안해
- 우주의 진화 보여줘
중성미자 질량 밝혀내 물질의 기원 규명 가능
반물질 소멸도 추적
- 노벨상의 보고
日, 2002·2015년 수상
전세계 과학자들 몰려
"하루에 30번 정도 중성미자 흔적 잡혀"

지난달 24일 일본 기후현 이케노산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차로 10여 분 달려가자 가미오카(新岡) 광산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폐광(廢鑛)에 지나지 않지만 전 세계 중성미자(中性微子) 연구자들에게는 꼭 한번 찾아가고 싶은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 중성미자 연구로 두 번이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가미오카 우주소립자 연구시설, 즉 가미오칸데(Kamiokande, Kamioka Nucleon Decay Experimemt)가 있기 때문이다. 나카하타 마사유키(中畑雅行) 가미오칸데 소장은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 연구시설 신설 작업이 완성되면 이곳에서 세 번째 노벨상이 탄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알본 기후현 가미오카 광산에 있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인 수퍼 가미오칸데. 산 정상에서 지하 1000m 지점에 지름 39m, 높이 41m의 거대 수조가 있고 그 안에 순수한 물 5만t이 담겨 있다. 수조의 사방 벽면에는 커다란 전구 모양의 중성미자 검출 장치가 1만1129개 달려 있다. 중성미자가 물 분자를 이루는 원자나 전자와 부딪힐 때 발생하는 원형의 전자파를 감지한다./일본 도쿄대 제공
나카하타 마사유키 소장이 모니터에 나타난 중성미자의 흔적을 가리키고 있다. 수퍼 가미오칸데에서는 하루에 30번 정도 중성미자가 검출된다./가미오카(일본)=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네 번이나 노벨상을 안긴 중성미자 연구

터널 입구에서 3㎞를 더 들어가자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이 나오고 그 앞에 수퍼 가미오칸데 입구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돔 형태의 커다란 방이 나타났다. 나카하타 소장은 "발밑에 지름 39m, 높이 41m의 수조(水槽)가 5만t의 순수한 물을 담고 있다"며 "산 정상에서 1000m 지하여서 우주에서 온 다른 방사선 입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성미자는 우주 기본 입자의 하나로 전자중성미자·타우중성미자·뮤온중성미자 3종류가 있다. 1930년대 미국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처음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별이 폭발하면서도 나오고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이 대기입자와 충돌할 때도 나타난다. 원전의 핵분열이나 입자가속기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 '유령 입자'로 불려왔다.

중성미자는 노벨상의 보고(寶庫)이다. 1956년 미국 물리학자 라이너스는 원전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관측했다. 그는 199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앞서 1988년 미국 과학자 세 명이 입자가속기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관측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다음은 가미오칸데의 시대이다.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도쿄대 교수는 물 4500t을 담은 1세대 가미오칸데에서 초신성이 폭발할 때 나온 중성미자를 관측해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그의 제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교수는 가미오칸데의 업그레이판인 2세대 수퍼 가미오칸데에서 대기에서 발생한 중성미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종류가 바뀐 것을 관찰해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가미오칸데에서 노벨상이 잇따라 나오면서 해외 연구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나카하타 소장은 "현재 150여 명 연구자가 수퍼 가미오칸데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절반이 미국·캐나다·한국·중국 등에서 온 외국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성미자 검출 모니터실에 있는 과학자 두 명도 외국 연구자들이었다. 중성미자는 물탱크 안으로 들어와 드물게 물 분자의 수소, 산소 핵이나 전자와 부딪히는데, 검출기는 이때 발생하는 원형의 전자파를 감지한다. 서울대 출신으로 수퍼 가미오칸데에 도쿄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와 있는 양병수 박사는 "하루에 모니터에 30번 정도 중성미자의 흔적이 잡히는데, 태양에서 온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가 20개, 우주 방사선이 대기에 부딪히면서 생긴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10개 정도"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은 미래 세대 위한 지식 생산

일본 정부는 1983년 가미오칸데 건설에 수백억원을, 1995년 수퍼 가미오칸데 건설에 또 1000억원을 투입했다. 나카하타 교수는 "다시 55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하이퍼가미오칸데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 가미오칸데는 이른바 '물질-반물질 비대칭'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계획이다. 우주가 탄생하면서 물질과 함께 물리적 성질이 정반대인 반물질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물질만 남아있고 반물질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다. 나카하타 교수는 "일본양성자가속기(J-PARC)에서 반중성미자를 만들어 먼 곳의 검출기로 쏘아 그사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볼 계획"이라며 "여기서 획기적인 성과가 나오면 다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미오칸데에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 외에 암흑 물질의 정체를 연구하는 엑스마스(XMASS) 연구실과 중력파를 검출하는 카그라 시설도 있다. 암흑 물질은 우주의 27%를 차지하지만 빛을 내지 않아 아직도 관측이 되지 않는 미지의 존재이다. 중력파는 작년 미국 라이고 연구단이 처음 검출해 올해 노벨상을 받았다. 2015년 노벨상 수상자인 가지타 교수가 카그라 연구를 이끌고 있다.

나카하타 소장은 가미오칸데에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 연구 결과가 있느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가 "중성미자 검출 장치에 들어간 고감도 센서가 공항의 전신 검색대와 기류 분석에 이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초과학의 목적은 우리가 아는 현재 지식의 너머를 알아보는 일이지 당장 필요한 기술을 만들거나 노벨상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기초과학자들이 정보를 나누기 위해 웹을 발명한 것이 인터넷 시대를 낳은 것처럼 기초과학을 해야 미래 세대가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

12개 기본입자 중 전기를 띠지 않는 3종류. 매초 손톱만한 면적에 1000억개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지구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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