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레얼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자격으로 미주를 방문한 이찬구(62) 박사를 만났다. 이 박사가 최근 내놓은 '홍산문화의 인류학적 조명: 우하량유적의 새토템과 조이족'(사진)은 재야 사학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박사는 바로 '단군'을 신화로만 보는 '식민사관'학계에 한방을 먹일 셈으로 이 책을 내놨다.
"단군을 신화로 그리고 허구의 역사로 만들려는 노력은 한반도의 역사를 줄여서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작업입니다."
한반도의 역사가 일본 열도보다 수백 수천년이 오래됐는데 길어봐야 2000년도 안되는 일본이 문화와 문명을 전수해준 한반도를 오히려 강점한다는 것이 얼마나 추악한 짓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일본 육군 합참과 조선총독부는 조선사편수회 등 식민사관학회를 만들어 집요하게 한반도의 역사를 반토막 내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는 것이다.
대영박물관에는 이찬구 박사가 제시한 부엉이 새와 비슷한 새모양의 옥기를 BC3500년 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홍산문화 호두구 묘지에서 나온 부엉이 옥기. |
단군을 우리의 조상으로 보는 한국인들이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것이 바로 이 '신화'라는 주장이다. 설령 신화가 사실이라도 어떻게 우리가 곰의 자손이 되겠냐는 것. 이 박사는 "이쯤되면 단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이야기꾼이 되고 고조선은 마지막 부분 몇년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그래서 인류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바로 토템의 역사로 해석했다.
"문자가 없는 선사시대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의 하나가 토템 분석입니다. 특정한 동물이나 식물을 부족의 상징 토템(totem)으로 삼고 그 부족원은 그 토템을 서로 같은 조상으로 믿는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곰이나 범도 토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템은 일종의 신앙형태의 하나로 볼 수 있죠. 곰을 토템으로 한다는 말은 곰을 조상신으로 모시는 것과 같지요."
이런 토템은 현대에도 유사한 것이 있다. 마치 기아 타이거스나 삼성 라이온스 넥센 다이노스가 있지만 이들이 호랑이나 사자나 공룡의 용맹을 본따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 박사는 토템 특히 새토템에 데해서 중점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동안 곰부족의 웅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새토템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다.
"삼국유사에 단군이야기가 나옵니다. 환웅과 웅녀가 나오지요. 그런데 환웅이 새토템의 주인공인 동시에 지도자였습니다."
이 박사는 오래된 고문헌인 '산해경'에서 '웅상'이라는 구절을 '혹은 낙상'이라는 구절에 착안했다. 그리고 웅(雄)자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웅을 '낙'으로 본 것인데 이때의 '낙'이 '수리부엉이'라는 겁니다. 제 주장의 핵심이죠. 수리부엉이가 환웅의 토템인 새입니다."
여기에 고려말 '이암' 쓴 '단군세기'에 웅상이 나온다고 한다. 그 웅상이 바로 환웅의 상이라고 밝혀줘 '산해경'의 웅은 곧 환웅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환웅의 수리부엉이와 중국에서 발굴된 5000~6000년 전의 홍산 문화와 연결이 된다. 바로 홍산 문화에서 출토된 옥기들과 연결됐다. 환웅의 시대와 홍산문화의 시대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홍산 옥기중 상당수가 새형상이었다. 부엉이 옥기는 요서(遼西) 일대 곳곳에서 출토되었다. 우하량유적을 비롯하여 나사대(那斯臺)유적 호두구(胡頭溝)묘장 동산취(東山嘴)유적 오한기(敖漢旗)유적 등에서 골고루 나왔다. 요서의 광범위한 범위에서 환웅을 상징하는 부엉이가 출토되었고 그 부엉이가 새토템으로 숭배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우리 민족의 본류에 대한 정답이 나온 겁니다."
우리 조상은 환웅의 새토템족(조이족)과 웅녀의 곰토템족(웅족)이 결합하여 이뤄진 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기원은 아버지 새토템족과 어머니 곰토템족의 결합이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5000~5500년 전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홍산문화중에 우하량 유적이 있는데 이미 여신묘 사당에 새토템과 곰토템을 모시고 숭배한 자취가 발굴됐다. 그 시기는 5500면전 우리 민족의 역사시원이며 고향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이 박사는 "여신묘에서 나타난 우하량유지의 토템 문화는 한국의 단군신화에서 언급된 환웅 웅녀 단군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특히 우하량 유적은 여신의 신권을 중심으로 새와 곰을 토템으로 숭배한 것과 천원지방의 제단과 천제문화를 남겼다"면서 "이는 한국의 고유문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선사시대라서 믿을 수 없다고 폄하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증거로 실제 역사였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첫발을 내디딘 셈"이라며 "청동기의 경우 그정도의 세월이면 사라져 버리는데 비해서 옥기라서 이제까지 남아 증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대사를 신화로 보지 말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서 "이제 진실을 알고 자녀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