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의학=中國 전통의학?… 허준이 울고 갈 판
美, 병원마다 한의사 초빙
양의사·한의사 머리 맞댄 통합의료센터 빠르게 확산
전 세계 전통의약 시장… 내년 122조원 규모로 성장
중국 한의학의 獨走
中 한의학 브랜드 'TCM' 세계 의학계 공식단어로 써
중국 침·뜸 등 의약품도 지난해 23억달러어치 수출
한국, 설 자리 없다
법적 제한·양의사와 갈등에 세계시장 出戰조차 못해
작년 中논문은 2430건 발표… 한국 한의학은 35건에 불과
입력 2014.02.08 03:04
지난해 말 미국 보스턴 서쪽 뉴턴에 있는 하버드의대 부속 '브리검&여성 병원'. 건물 6층에 있는 '오셔(Osher) 통합의학센터' 회의실에 모인 의료진 22명이 한 70대 여성 노인 환자의 진료 기록을 돌려보며 의견을 나눴다. 이 회의엔 의사 두 명, 한의사 두 명과 영양사, 요가 강사, 심리치료사, 명상 전문가 등이 함께했다. 오셔 센터에서 한의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중국 출신 청샤오밍 박사는 "매주 목요일 각 분야의 의료진이 모여 센터에서 관리하는 환자들에 대한 의견을 여러 시간 동안 교류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미 주요 병원에 이같이 양의사·한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의술을 모으는 통합의료센터가 확산하는 등 아시아 밖의 한의학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MD 앤더슨 암센터, 메이오 클리닉, 배스 이스라엘 의학센터 등 미국의 주요 암센터들은 대부분 통합의학센터를 두고 한의학에 근거한 치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 포괄적의학협회에 따르면 미국 대형 종합병원의 통합의학센터는 약 10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해 현재 48개까지 늘었다.
지난해 말 만난 이 센터 도널드 레비 센터장은 "아시아 출신 이민자가 많은 미국엔 오래전부터 많은 침술원과 한의원이 있다. 그러나 종합병원 안에 통합의학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은 동양의학이 의학계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큰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의 산업분석기업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에 따르면 통합의학센터를 포함한 세계 전통의약 시장은 2015년까지 약 1140억달러(약 12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에 전 세계 전통의약 시장이 5조달러 규모까지 커져 정보통신(IT)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GIA는 "의술로 특정 질병을 고치기보다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받기 원하는 고령인구가 증가해 양의학 외에 여러 분야의 전통의학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전통의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세계시장을 공략 중인 중국과 달리 한국의 한의학은 이 '한의학 시장 선점 경주'에 출전(出戰)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는 "중국이 아무리 한의학에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한국은 양의사와의 갈등, 법률적 제한 같은 한국 내부의 문제에 걸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3분기 달인 약, 한방 건강보조식품, 침, 뜸 등 중국 전통의학 관련 의약품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늘어난 23억달러어치 수출했다. 이를 가장 많이 수입해간 나라는 미국이었다.
중국 한의학의 세계시장 공략의 중심엔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한의학 브랜드가 있다. 영미권에서 '한의학' 로마자 표기로 이미 자리를 잡은 TCM은 직역하면 '전통 중국 의학'이란 뜻이다. 미국 통합의학센터들이 홈페이지 등에 '한의학 진료를 한다'는 공지를 할 때 대부분 'TCM'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는 "중국은 TCM이란 용어를 쓰도록 각국 의학계에 국가적 차원의 홍보를 했고 이미 이 용어는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을 뜻하는 공식 단어처럼 굳어져 버렸다. 서양 의사들을 만나보면 '동양 의학' '아시아 의학'이라는 말보다는 TCM이란 약자에 훨씬 익숙하더라"고 말했다.
미국 보건원이 주관하는 의학문헌 포털 '퍼브메드'에 따르면 지난해 'TCM'이란 단어가 들어간 학술지 논문은 2430개가 발표됐다. 2004년(494건)의 5배로 늘어난 수치다. 한의학(韓醫學)을 뜻하는 'Traditional Korean Medicine'에 관한 논문은 지난해 35건이었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는 얼마 전 동양의학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TCM과 일본식 표기인 감포(漢方·Kampo)가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없었다.
동국대 한의학과 신흥묵 교수는 "세계 의학계에서 입지를 넓혀가려면 주요 학술지 논문 발표가 필수다. 그러나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온 한국의 규제 아래서는 국제 학술지에 걸맞은 수준의 논문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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