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에서
東山 / 金一洙
새벽에 봄바람이 봉창 문을 두드린다.
일어나 보니 어둠이 슬며시 자리를 비켜나고 있다
비릿한 바람 안고 질척한 어시장 골목길 들어서니
물 좋은 생선들과 게, 그리고 오만디가 물을 뿜어내며
한 것 몸을 부풀리고 있다
생선 다듬질하고 있는 아낙에게
짬을 내어 슬며시 원산지를 물으니
근해에서 잡으면 국산,
북한에서 잡으면 북한산,
중국 사람이 잡으면 중국산이란다.
칼로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손질하며
날개 부분은 가위로 다듬질하는
아줌마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싹둑, 잘릴 판이다
좌판 위에 널려 있는 고기들
오늘 저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수족관에 있는 생선들
오늘 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종일 저들은 푸른 바다를 생각할지 모를 일이지만
은빛 파도가 출렁일 때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오로지,
납덩이 같은 눈으로 푸른 바다를 마중해 보지만
오고 가는 세월을 미루어 보는 이유는
한나절의 부는 바람에
끝없이 흔들리는 이름표이리라
어시장 모퉁이 그물 손질하는 남자들
거북 등 같은 손바닥 놀림을 보고
한 여인네가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며
힐끔 쳐다보았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
이미,
내 마음은 봄 동 따라 줄행랑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만디 : 마산시 진동의 특산물로 미더덕 종류이며
향과 맛이 부드럽다. 경상도 사투리로 오만데(여기저기) 다 붙어 자란다고 오만디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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