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부인은 책자 한 권을 건네주었는데 아내가 보니 예전에 잃어버렸던, 어머니께서 손수 쓰신 바로 그 책이었다. 내게도 보여주기에 봤더니 틀림없었다. 그래서 아내가 그 친척 부인에게 가서 책을 얻게 된 유래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친척 부인의 말은 이러했다.
“나는 그 책을 우리 일가인 아무개한테서 얻었고, 아무개는 그 마을 사람인 아무개한테서 샀지요. 그 마을 사람은 길에서 그 책을 주웠답니다.”
아내는 전에 그 책을 잃어버린 정황을 빠짐없이 말해주면서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척 부인은 신기하게 여기면서 돌려주었다. 낙질이 되었던 것이 또 이렇게 하여 다시 완질을 갖추게 되었다. 이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 낙선재본 서주연의 제1권
지난번에 이 책자를 길에서 잃어버렸을 때 오래 지나서도 누군가가 줍지 않았다면, 분명히 말발굽에 짓밟히고 진흙에 더럽혀져 한 글자 반 조각도 다시 찾지 못했으리라. 설사 요행히도 이러한 재앙을 면해 사람이 주웠더라도 주은 사람이 무지몽매하여 책을 아낄 줄 몰랐다면 진귀하게 여겨 감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찢고 뜯어서 벽을 바르는 종이로 사용했을 것이니, 말발굽에 짓밟히고 진흙에 더럽힌 경우와 무슨 차이가 나겠는가?
또 요행히 이런 재앙을 벗어나서 호사가가 얻어 간직하게 됐다고 치자. 간직하여 가져간 자가 만약 하늘끝 땅모서리 먼 곳에 살아서 저와 나와 만날 길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자가 비록 탈없이 지낸다 해도 내가 잃어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찌 애석하게 여길 일이 아닐까?
이제 길에서 잃었는데도 말발굽에 짓밟히지 않고 진흙에 더럽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주웠지만 책을 아낄 줄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에게 가지 않고 결국 호사가가 간직하게 되었다. 또 하늘끝 땅모서리 먼 곳에 살아서 저와 나와 만날 길이 없는 사람 차지가 되지 않고 내 아내의 친척 부인의 집안사람 수중에 들어갔다. 그 책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끝내 내 손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어찌 우리 어머니의 친필이 흩어지고 땅속에 묻혀버리는 지경에까지는 이르게 하지 않으려고 하늘이 도와주신 것이 아닐까? 3년 동안 잃어버렸던 책을 하루아침에 찾는 과정에는 일정한 운수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기이한 일이다. 기이한 일이야!
그러니 이 일을 기록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 잃었다가 찾은 자초지종을 이렇게 삼가 기록하는 바이다.
- 조태억(趙泰億), 〈언서서주연의발(諺書西周演義跋)〉, 《겸재집(謙齋集)》
※ 글의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 한국문집총간 190집 《겸재집》 42권 발(跋)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