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역사인물

[스크랩] `옛날의 그 집` 박경리 선생의 마지막 작품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5. 12. 19:23

 

 

 

-= IMAGE 1 =-

 

'토지' 박경리씨, 병세 호전됐지만 여전히 '의식 불명'
[한국경제신문] 2008년 04월 25일(금) 오후 05:08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82)씨가 뇌졸중과 지병 악화로 입원 치료 중이다.

박씨는 원주에 머물던 지난 4일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병세가 다소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병실을 찾은 한 문인은 "의식은 없지만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면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고 가족들이 전했다"며 "상태가 다소 호전되긴 했으나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경리씨는 이미 작년 7월 폐암 판정을 받은 바 있지만 본인이 치료를 거부해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요양하던 차였다.

1926년 10월 경남 충무시에서 출생한 박씨는 지난 3월 월간 '현대문학' 4월호에 '까치 설', '어머니', '옛날의 그 집' 등 신작시 3편을 8년여 만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박경리씨의 의식 불명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하루빨리 완쾌되길 원하는 응원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까치 설 / 박경리-

 

섣달 그믐날, 어제도 그러했지만

오늘 정월 초하루 아침에도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다

푸짐한 설음식 냄새 따라

아랫마을로 출타중인가

 

차례를 지내거나 고사를 하고 나면

터주대감인지 거릿귀신인지

여하튼 그들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채판에 담아서

마당이나 담장 위에 내놓던

풍습을 보며 나는 자랐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음식 내놓을 마당도 없는 아파트 천지

문이란 문은 굳게 닫아놨고

어디서 뭘 얻어먹겠다고

까치설이 아직 있기나 한가


<현대문학> 2008년 4월) - 박경리의 마지막 詩





 
                                                    -토지문학공원-

 


 

-토지문학공원 박경리 선생 옛집-


 

 

 
출처 : 청산아 청산아
글쓴이 : 청산아 청산아 원글보기
메모 :

악성 위장병 고치기

클릭->http://cafe.daum.net/skachstj  

010-5775 5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