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분수를 알고 지켜야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9. 4.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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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를 알고 지켜야

2009. 04. 02. (목)

사람의 자품(資品)은 각기 등급이 있어,
작은 자는 큰 자리에 처할 수가 없고
어리석은 자는 높은 자리를 엿보아서는 안 됩니다.

人之資品。各有等級。小者不可以處大。愚者不可以窺高。
인지자품。각유등급。소자불가이처대。우자불가이규고。

- 성혼(成渾), 〈부르는 명령을 사양한 소[辭召命疏]〉, 《우계집(牛溪集)》

[해설]

이 글은 우계(牛溪) 성혼(成渾, 1535~1598)이 선조 7년(1574년) 공조 정랑(工曹正郞)에 임명되자 벼슬을 사양하면서 올린 상소문에 쓴 구절입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임금이 벼슬을 내려도 굳이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야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작은 자, 어리석은 자’는 ‘큰 자리,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보기에 따라 자칫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하는, 소극적인 패배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은 그보다는 사람은 누구나 욕심 부리지 말고, ‘현재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능력에 맞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건 물론, 그를 쓰는 사람이 그의 능력에 알맞은 일을 맡겨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할 것입니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능력이 크고 지혜로운 자가 작고 낮은 자리에 있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능력이 작고 어리석은 자가 크고 높은 자리에 올라 제 능력 이상의 일을 맡는 것은 단지 자신만 망칠 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일 것입니다.

옮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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