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세상과 격리된 채 두개골 안에 들어있습니다. 오로지 감각을 통해서만 바깥 세상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제한된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현실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바로 과거의 경험입니다. 뇌는 과거의 경험을 이용합니다. 뇌는 과거의 경험과 시각, 청각적 단서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종종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정확한 현실 구축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같은 물체가 그림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같은 소리를 제멋대로 달리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뇌의 착각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기억과 감각이 쉴 새 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 뇌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착각의 세계를 살펴봅시다.
감각적 도구, 시각
뇌는 그림자, 색, 원근, 움직임 등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농구공이 무엇이며, 공간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까요? 물체에 반사된 빛은 눈에서 전기신호로 전환된 후, 시신경이라고 불리는 신경 통로로 내려가서 뇌의 뒤쪽으로 보내집니다. ‘시각 피질’이라 불리는 이 부위에서 이미지를 식별하게 되는데, 이때 그 대상은 뇌 전체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과 상호 참조됩니다. 무엇인지 확인이 되면 뇌는 물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그림자를 이용해 판단합니다. 영상에서 보면 그림자의 위치에 따라 농구공의 위치와 운동이 다르게 보입니다. 공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단일광원의 세계에서 공간에 있는 물체의 상태를 알아내는 데에 그림자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뇌는 원근법을 이용해 사물의 속도와 방향을 판단하고, 생물의 동작 패턴에서 상당한 정보를 읽어내기도 합니다.
우리 뇌의 30%는 시각에 충당되어 신체가 보이는 것을 믿을지, 다른 감각이 말해주는 것을 믿을지를 선택해야 할 때, 절대적으로 눈을 믿습니다.
감각적 도구, 청각
우리의 뇌는 소리를 이용해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습니다. 정전이 되어 아무것도 안 보일 때 청각은 매우 유용합니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공기의 진동에서 의미를 찾아낼까요? 소리는 내이(內耳)의 신경종말에 의해 처음 전기신호로 전환됩니다. 이런 신호는 뇌를 거쳐서 ‘청각 피질’이라고 불리는 머리의 옆 부분에 보내집니다. 청각 피질은 뇌의 주변 영역과 작용하여 귀에 익은 소리와 닮은 패턴을 찾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전기 신호를 탐색합니다. 영상에서 보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소리만을 이용해 이 소리가 녹음된 장소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어도 뇌는 소리에서 그 의미를 찾아냅니다. 인간의 귀가 특별히 잘 판독하도록 진화한 소리의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입니다. 언어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뇌의 상당 부분이 언어에 충당되는데 이는 소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공기 중에 압력 파를 만들고 입술을 움직이고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 머릿속에 정확한 생각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세상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감각적 도구들 중 하나입니다.
뇌의 ‘시각 피질(Visual Cortex)’이라 불리는 부위에서는 눈으로 전해진 시각 정보를 식별하게 되는데, 이때 그 대상은 뇌 전체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과 상호 참조된다.
‘청각 피질(Auditory Cortex)’은 뇌의 주변 영역과 작용하여 귀에 익은 소리와 닮은 패턴을 찾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전기 신호를 탐색한다.
기억과 감각의 상호작용, 뇌의 착각
지금까지 우리의 뇌가 시각과 청각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실제 세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속 두 사각형을 봐주세요. 두 사각형의 색이 같은가요? 아니면 전혀 다른가요? 위쪽의 사각형은 밑의 사각형보다 더 짙은 회색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두 사각형의 색은 똑같습니다. 손으로 두 사각형의 사이를 가려보세요. 색이 똑같아 보이죠? 이 그림의 경사와 그림자가 위쪽을 빛이 잘 비친 회색 표면, 아래쪽을 빛이 덜 비친 흰색표면이란 단서를 뇌에 제공합니다. 뇌는 과거에 그림자를 본 적이 있으니 그 단서를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두 사각형이 전혀 다른 색이라고 믿습니다. 실제로는 같은 색이지만 뇌는 그림자에 속은 겁니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보고 듣는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착시현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우들이 있는 무대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현실과 닮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소리를 들어 보세요. 배경에는 별 문제가 없을까요? 색, 그림자, 원근까지 다 들어맞습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알아채셨나요? 누구도 예상치 못 했을 것입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믿었을 테니까요.
본 프로그램에서는 영화제작자들이 영상과 소리를 이용해서 설득력 있는 환상을 창조하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를 찾아간다. 우리 주변에 있는 세상이 실제인 것처럼 우리의 눈과 귀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놀라게 될 것이다. 거꾸로 연주되는 노래의 숨겨진 메시지를 우리의 귀는 들을 수 있을까? TV를 보면서 만져진다는 느낌을 들게 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이 박쥐처럼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예술가들이 뇌에 침입해서 감각을 속이는 과정에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