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자료실/생리학자료

[스크랩] 성조숙증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2. 7. 4. 14:46

성조숙증

 

사춘기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몸의 변화로 고민에 빠진 어린이가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빨리 사춘기가 찾아와 당황하는 어린이가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초경을 하거나 몸에 털이 나는 2차성징이 나이에 비해 너무 빨리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사춘기조숙증)’이라고 부른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성조숙증으로 진료 받은 어린이 환자 수가 6400명에서 2만 8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5년간 4.7배나 증가한 것이다. 환자는 대개 여자(92.5%) 어린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고 즐겁게 뛰어노는 대신, 사춘기 언니오빠가 겪고 있는 신체 변화가 나타나 남몰래 고민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5배 가까이 증가했단 얘기다.

 

성조숙증으로 남몰래 고민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gettyimages>

 

 

사춘기 시작 알리는 종소리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사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영양상태, 사회 경제적 수준, 인종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고 모두 성조숙증은 아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최근에는 사춘기를 시작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있다. 성조숙증은 의학적으로 여자 어린이가 만 8세 미만, 남자어린이가 만 9세 미만에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2011년 12월을 기준으로 2003년 12월 이후에 태어난 여자어린이가 가슴 몽우리가 발달했거나 초경을 경험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남자의 경우에는 2002년 12월 이후 태어난 어린이가 대상이다).

 

사춘기 때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은 뇌에서 분비한 호르몬 때문이다. 잠자는 동안 황체형성호르몬(LH)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성선) 축’에 사춘기가 시작된다는 종을 울린다. 시상하부는 간뇌의 일부분으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시상하부에 달린 자그마한 주머니인 뇌하수체를 자극해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게 시킨다.

 

뇌하수체가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면 생식기관에서는 성호르몬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여성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난포호르몬)이나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같은 여성호르몬이, 남성은 정소에서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호르몬이 나온다.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여자는 유방이 발달하거나 초경을 하고 남자는 고환이 커지는 2차성징이 나타난다.


2차성징 시기,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생식기관이 성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성호르몬이 나오면 2차성징이 나타나는데, 충분히 분비되면 생식기관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뇌로 반대신호를 보낸다.

 

 

고기랑 콩 많이 먹으면 성조숙증 걸릴까


어떤 이유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너무 빨리 활성화되면 그만큼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성조숙증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남녀 모두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키가 일시적으로 빨리 자랐다가 시간이 지나 성장판이 닫히면서 키가 멈춘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나이에 비해 2차성징이 빨리 나타날 뿐 아니라, 처음에는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판 이 일찍 닫혀 최종 키(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가 남들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친구들보다 몸이 빨리 발달하는 것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거나 수영장과 목욕탕에서 옷 갈아입기를 꺼려하는 것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발성 성조숙증.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뇌하수체-시상하부-생식기관 축이 너무 빨리 활성화돼 2차성징이 빨리 나타난다.

기질적 성조숙증. 대뇌나 생식기관, 부신에 어떤 질환이 있을 때 생긴다. 뇌하수체-시상하부-생식기관 축이 활성화되지 않아도 성호르몬이 과다분비돼 2차성징이 빨리 나타난다.

 

 

의학계에서는 식습관이나 영양상태, 환경호르몬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1970년대 말 이탈리아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성조숙증이 집단으로 나타났다. 1976년부터 8년간 ‘가슴이 지나치게 일찍 발달한’ 여자어린이가 482명이나 발견된 것이다. 그중 60%는 만 2세 이전에 이미 2차성징이 나타났다. 당시 그 지역 의사들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와 닭고기, 우유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섭취하지 않도록 처방을 내렸다. 그 결과 2~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졌다. 지금도 육류나 콩 같이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식품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지만, 식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DDD(디클로로디페닐 디클로로에탄)나 PBB(폴리브로 미네이트 바이페닐) 같은 화학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어린이에게서 성조숙증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성조숙증이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소아비만이 증가했고, TV와 인터넷을 통해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에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됐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성적 자극을 자주 받으면 뇌신경을 자극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신혜정 전문의는 “성조숙증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한 원인 한 가지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비만과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식습관의 서구화로 인한 소아비만 증가가 그 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출처: gettyimages>

어린 아이가 성적 자극을 자주 받으면 뇌신경이 자극되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출처: gettyimages>

 

 

성장판 닫히기 전에 치료해야


만 8세 미만인 여자어린이가 가슴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은 아니다. 비만 어린이들은 몽우리가 생기지 않아도 가슴살이 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성조숙증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질환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호전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어린이가 소아청소년과를 찾으면 먼저 어린이의 몸을 살펴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확인한다.

 

여자어린이는 가슴 몽우리를 살피고 남자어린이는 고환의 크기를 재어본다. 2차성징이 나타났다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활성화됐는지 관찰한다. 또 다른 질환은 없는지, 사춘기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2차성징을 촉진하는 영양제나 약을 먹고 있지 않은지 고려해 성조숙증인지 판단한다.

 

필요하다면 호르몬 농도나 뼈나이를 관찰하기도 한다. 호르몬 검사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을 투여한 뒤 15~30분 간격으로 2시간 동안 혈액에 들어 있는 성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뼈나이는 왼손을 X선으로 촬영해 알 수 있다. 자기 나이에 비해 사춘기가 빠를수록 뼈가 많이 성숙해 있다.

 

하지만 성조숙증이 나타났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조숙증이 불임이나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빠른 사춘기를 정신적으로 견뎌내기 힘들거나 뼈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살 이상 앞선 경우,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가 지나치게 작을 것(150cm 미만)으로 염려될 때에만 치료한다. 치료는 약물이나 호르몬제를 쓴다. 약물은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 활성을 억제하고 호르몬제(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사체)는 기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사춘기가 나타나는 평균 나이가 될 때까지 생식기관이 자극받지 않도록 억제한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사춘기 진행 속도를 관찰한다. 전문의들은 “성조숙증 치료는 일찍 받을수록 좋으며,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사춘기 진행속도도 늦추고 키도 많이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이 나타났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된 후 유방암이 생기거나 조기폐경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성조숙증과 유방암, 조기폐경이 관련 있다는 정확한 연구 결과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전문의들은 성조숙증이 나타난 어린이도 고기와 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출처: gettyimages>

 

 

비만은 주의!


또 일부 병원에서는 고기나 콩처럼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식품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아직까지 나온 바가 없다. 오히려 영양 불균형과 편식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좋고, 비만한 어린이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섭취량은 적당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어린이의 키와 몸무게를 정기적으로 재고 사춘기가 진행되는지 살펴야 한다. 갑자기 키가 훌쩍 크거나 가슴이 너무 일찍 나오기 시작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1. 2차성징

    성을 판별하는 데 근거가 되는 형질.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는 1차성징과 달리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것으로 남성은 고환과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안드로겐, 여성은 난소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같은 성호르몬으로 조절된다.

  2.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생식기관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조절 메커니즘.

  3. 성장판

    뼈가 자라는 장소. 팔과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 어깨, 손목, 팔꿈치, 무릎, 발목, 척추 등 관절과 직접 연결돼 있는 뼈 끝에 있다. 이 부분이 성장하면서 키가 자란다.

  4. 환경호르몬

    동물이나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물질.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라고도 부른다.

 

 

 

이정아 / 과학동아 기자
과학전문 월간지 과학동아의 기자. 음악과 미술, 요리처럼 즐겁고 맛있는 생활 속에서 과학을 찾는다.

일러스트 이지희

자료제공과학동아

이미지 동아일보, 동아사이언스


발행일 
2012.01.19

 

관련 카테고리

 

 

 

 

 

 

 

 

 

 

 

출처 :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荒嶺 아렛자락 쉼터
글쓴이 : 海 松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