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흥여행의 이틀째.
어제 계획한 대로 오늘은 오전에 대우릉과 동호, 오후에는 난정, 밤에는 심원이란 코스를 따르기로 했다.
아침식사 후 카메라와 생수 한 병을 챙겨서 방을 나와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대우릉으로 향했다. 기본 요금이 7원이니 작은 도시에서 어지간한 데는 택시로 가도 50원 나오기가 어려우니,
경험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버스나 삼륜차 등을 탈 필요가 없이 택시가 가장 효율적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회계산 대우릉.
회계산의 "회"자는 중국어로는 "훼이"(hui)라고 읽으면 안되고, "콰이"(kuai)라고 읽어야 한다.
우릉이라 하지 않고, 대우릉이라 한 것은 그만큼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리라.
짧은 역사지식이지만 <서경>에 의거하여 잠시 언급하면,
중국역사는 흔히 태평시대의 대명사인 요임금, 순임금으로부터 시작한다.
요임금이 나라를 물려줄 때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효자였던 신하 순을 여러 차례 시험해 본 후 물려주었고, 이를 배운 순임금 역시 자기 아들에게 나라를 물려주지 않고, 신하 중에서 치수에 큰 치적이 있는 우에게 나라를 물려주었다.
당시 중국, 즉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황하유역은 우기가 지속되던 시대, 그야말로 공룡의 시대였던지 황하가 범람하여 민생이 말이 아니었는데, 먼저 우의 아버지 곤에게 치수를 맡겼더니 제방을 쌓다가 결국 실패하고 그 아들 우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치수를 했는데, 아버지와는 반대로 물길을 계속 터 나가는 방법을 써서 결국 성공했다고 한다. 얼마나 맡은 일에 열심이었던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자기 집 앞을 두 차례나 지나갔지만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임무에 열중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천하를 물려받고, 나라 이름을 하라고 하였으며, 이후 본격적인 세습제가 시행되었다고 한다. 그 우임금의 무덤이 소흥의 회계산에 있다는 기록에 의해 역대로 여기에서 제사를 올렸다고 하며, 그 전통을 이어서 소흥에서 대우릉을 조성했다고 한다.
여긴 아직 입구 중의 입구.
한참을 걸어들어가면.
주변에 수양버들 늘어진 연못도 보이고.
멀리 회계산 정상도 보인다.
이어서 거대한 솥의 형상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본격적인 입구가 시작된다.
대우릉이란 패방 좌우로 역사서 속에 나오는 각종 신령스런 동물들의 석상이 짝을 이뤄 조성되어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문관들은 가마에서 내려서 가야 하고, 무관들은 말에서 내려 가야 하는 신성한 길이다.
이러한 동물의 석상들이 좌우로 나란히 도열해서 우릉에 들어오는 자들을 살피고 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평일, 휴일이 문제가 아니라,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더운 날에 산에 오르겠다고 마음 먹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야생 돼지. 멧돼지란 말이겠지.
우임금 때 황하유역은 공룡시대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잘도 반영하여,
우릉 입구 오른편으로 쥬라기공원을 조성해놓았다.
약간의 움직임과 소리까지.
여기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데, 젊은이들이나 노인들이 이따금 들어가는 게 보인다.
멀리 산 정상에 사람 형상이 보이는데, 저게 바로 우임금의 동상이다.
오늘 목표는 저기다.
쥬라기공원 입장권 매표소.
일단 대우릉 안으로 진입하면 곧바로 좌우로 종루와 고루가 보인다.
그리고 석벽에 대우 시대의 전설을 조각해 놓은 것도 보이고.
그리고 바닥에는 우를 동물로 형상화시켜 놓은 조각도 보인다.
종루.
고루.
정확히 어디에 묻힌 줄을 모르니, 회계산 전체를 릉으로 보는 모양이다.
여기에 제상이 마련되어 있다.
제상 앞에는 향을 피우는 향로도 놓여 있고.
좀더 안으로 들어가 본다.
소흥의 모든 유적지, 관광지의 안내판에는 중국어,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로 표시되어 있다.
우릉에 대한 언급이 이미 공자, 노자가 살았던 춘추시기의 전적에 있었다고 하니, 사실인가 약간은 믿음도 가고.
입구에서 보았던 그 연못과 연결된 물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우릉이다.
우릉쪽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정식 입구인 모양이다.
일단 다른 곳들은 나중에 내려올 때 보도록 하고, 일단은 대우 동상까지 가 보자.
우임금의 사당도 있다 하고, 우물도 있다 하고...
지금까지 도대체 대우릉이란 글자가 몇 번이나 나왔던가.
"우"
청나라 강희제가 특별히 명을 내려 우임금에게 제사를 올리라고 했다는 말씀.
건곤배덕. 하늘과 땅의 덕성을 모두 갖춘 우임금.
열심히 치수 중.
그 덕분으로 사해 안 천하가 모두 평안해졌다네.
그리하여 민생도 도탄에서 구제되어 편안하게 되었고.
드디어 천하에 행정의 구획을 나누고.
정전의 한쪽 모퉁이를 돌아 뒤로 나가면 이러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잠시 망설인다.
이 더운 날씨에 과연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평생 여기 다시 언제 오겠는가라는 생각에 왔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잔 마음에,
결국은 오르기로 결정.
누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걸릴 지 물어나 보지. 일단은 오르고 보자.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20분 정도) 오르니 계단이 끝나고 작은 평지가 나오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동상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힘내자.
그렇게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가 드디어 도착.
동상 뒷편으로 오르게 되어 있어 먼저 동상의 뒷모습과 상봉.
머리 뒷편은 날개인가 지느러미인가?
엄청 크다.
이 큰 것을 어떻게 이 높은 데까지 옮겼을까.
아예 여기서 주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면.
한참을 그렇게 응시하다가 다시 다음 여정을 위해 하산을 시작한다.
반쯤 내려오니,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생수 파는 조그만 가게가 보인다.
여기에서부터 동상까지는 계단이 500개, 늦어도 4시 40분까지는 하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