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사진·그림

[스크랩] 가을 낙수(落穗)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6. 12. 31. 16:15


끝나버린 가을.
잿빛 하늘은 문득 옷깃을 여미게 만듭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면 황량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지만
유심히 바라보면 거기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한장 뿐인 캘린더는 겨울이 분명함을 알려주지만
억새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체감은 겨울.
그러나 눈으로 바라보는 계절은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는 드러눕고 맙니다.
바람에 몸을 맡겨버림이 바로 생존임을 춤사위로 알려주는가 봅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서바이벌 게임.
억새는 봄까지도 저렇게 흔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낙엽이 있어서 가을은 아름답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도 수면에서 또 다른 자태를 뽐냅니다.
가을은 물 속에 잠겨서 한 번 더 아름답습니다.





벌레 먹고,
말라 비틀어지고
그리고 이제 떨어져갈 나뭇잎이지만
그러나 또 초록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기에
저 앙상한 모습이 그리 슬퍼보이질 않습니다.







싹을 틔우고
잎을 벌리고
꽃을 피우고
그리고는 씨방의 모습으로 섰는 모습들.....









초록을 다 벗고는
빨간 열매를 맺어
마지막 태우는 정열.
문득 가련해보일 즈음이면
어느새 나뭇가지엔 새 순이 돋을 것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면 황량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지만
유심히 바라보면 거기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을 가슴에 담고 있었습니다.


출처 : 하얀미소가 머무는 곳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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