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기적·예언·미래

내가 정말 알아야 할것 학교에서는 안가르친다.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7. 2. 24. 12:12
2007-02-22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모(29) 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한국 친구들이 ‘소비자경제’와 ‘응급처치법’ ‘생활법률’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상식 중의 상식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시간이 흘러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모든 학생이 배우는 실용지식을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씨는 고교 1학년 때 보건 과목을 들으며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교육을 받았다. 2학년 사회 과목 수강 때는 기초 생활법률지식을 배웠고 3학년 땐 소비자교육 과목을 통해 신용관리 기법과 경제활동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혔다. 세 과목 모두 졸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이었다.

이 씨는 “어떤 의미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가장 쓸모 있는 공부가 실용지식인데 한국에서는 입시 위주 교육에 치여 이런 실용교육이 등한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경제성장률은 알아도 소비자경제는 모른다

한국의 경제교육은 주로 국가 전체의 경제 상황을 조망하는 거시경제 쪽에 치우쳐 있다. 학생들이 성인이 돼 생활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되는 소비자교육은 외면 받고 있는 것.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교 사회 과목 중 소비자 경제를 다루는 ‘생활경제’가 있지만 전체 고교 2, 3학년 가운데 10% 정도만 이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배순영 연구원은 “20대 신용불량자가 19%나 되는 건 부실한 소비자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중 3분의 2가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만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개발하고도 표지에서 명의를 빼달라고 해 논란을 빚은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모델’에서도 소비자 경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부분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선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소비자교육을 받을 권리를 소비자 5대 권리 중 하나로 채택했을 만큼 소비자교육에 적극적이다. 유럽에선 현재 가격이 좀 비싸도 환경친화적 제품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녹색 소비자 양성 교육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 헌법조문은 외워도 생활법률엔 어리둥절

현재 한국의 초중학교에선 생활법률을 가르치는 과목이 없다. 고교에선 ‘법과 사회’ 과목이 2003년 선택과목으로 도입됐지만 추상적이고 난해한 법률 설명이 주를 이뤄 선택률은 매우 낮다.

2005년 법무부가 고교생 200명을 대상으로 이 과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0%가 흥미가 없다고 답했으며 60%는 내용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법교육학회 김범주 회장은 “한국의 법 교육은 권위주의적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홀대를 받아 이 분야를 가르칠 교사조차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 교육의 부재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한국법교육센터 곽한영 본부장은 “아르바이트 학생이 고용인에게 임금을 착취당하거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이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계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62년 설립된 ‘기본권재단(CRF)’의 변호사와 각 지역 유지들이 고교 교육 보조 자료를 개발해 교사들에게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도 1971년부터 법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 당신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습니까

지난해 11월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서울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8%만이 응급 상황에서 자신 있게 소생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감이 없어서’(44.3%) 혹은 ‘방법을 몰라서’(33.1%) 소생술을 할 수 없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성오 연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국내 심장마비 환자의 소생률은 7%가 채 되지 않지만 미국은 22∼43%에 이른다”며 “이는 양국의 응급교육 수준차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준필 아주대 의대 교수팀이 발표한 ‘초중고교 응급의료교육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제7차 초중고교 교육과정의 교과서 242종을 분석한 결과 과목에 따라 응급처치 관련 내용이 0∼2% 반영돼 있었다.

하지만 응급처치를 설명한 부분 가운데 35%는 부적절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 그림 설명 가운데 60%가 틀렸다고 조 교수팀은 지적했다.

반면 노르웨이는 1961년부터 심폐소생술 교육을 초등학교 정규과목으로 채택해 운영해 오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없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세상에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장차 천하를 크게 문명케 하여 천지의 역사(役事)를 시키려 함인데
현하의 학교 교육이 학인(學人)으로 하여금 비열한 공리(功利)에 빠지게 하므로 판밖에서 성도(成道)하게 되었노라.
(도전 2편 8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