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손수 만들어 보급했던 병조판서 김안국
제3미디어 편집자문위원 김창호
언젠가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한 교육부 관리가 청소년들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으로 '경영컨설턴트, 회계사, 변호사, 에널리스트, 광고기획자, 인터넷정보검색사, 카피라이터, 외환딜러, 건축사, 변리사 등'만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 오늘 나라가 어렵게 된 원인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조선 중종 때 대사간, 공조판서, 예조판서, 대사헌, 병조판서, 대제학, 찬성, 등을 지낸 김안국(1478~1543, 당대 최고의 권력자로 알려져 있는 김굉필 문하의 후배 조광조가 사간원의 정6품 정언으로 있을 때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을 지냄)선생님은 ‘왕도정치의 이상’이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짓고 누애 치는 지식,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학지식, 무역과 외교를 할 수 있는 통역 능력과 천문, 역법, 병법 등의 현실적인 지식이라고 했습니다.
현대 TV 역사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당시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가들이 기생을 끼고 '지치주의'와 '왕도정치'를 이야기 할 때 김안국 선생님은 경상도와 전라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농서(農書)와 잠서(蠶書) 등을 백성들이 알기 쉽도록 한글로 번역해 보급하였습니다.
또한 의학서 「벽온방」, 「창진방」 등을 간인하여 보급하였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한의학적 업적은 조선시대 사대부로서는 유일하게 대한한의사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의가 10인 중 한분으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로 큰 것입니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중인 신분의 역관 최세진을 '동무'라 칭하며 가까이 하였으며, 1542년 중종 37년 최세진의 영전 앞에서는 7언율시의 만사(挽詞) '최동지세진만(崔同知世珍挽)'을 읊기도 하였습니다. 「훈몽자회」의 저자 최세진은 지금은 국문학사에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로 존경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1품 벼슬의 사대부와 중인신분인 역관과의 친교는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1541년 병조판서로 있을 때에는 외세 침입에 대비해 천문, 역법, 병법과 관한 서적의 구입과 국력 신장을 건의하였습니다. 특히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백성들도 글을 사용해야 하며 문화의 대중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손수 물이끼와 닥을 화합하여 태지(苔紙)라는 값싸고 질 좋은 종이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하였습니다.
지금 농촌에는 젊은 농부가 없다고 합니다. 공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만 가득하다고 합니다. 누가 오늘 우리의 농촌과 공장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빼앗아 갔습니까? 반상의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도 가장 비천하게 취급하던 향소부곡의 장인들이나 하던 종이 만드는 일을 손수한 장관이 있었습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왕은 청년시절 마굿간쟁이였으며, 평강공주와 결혼한 온달장군과 백제 무왕(서동)과 온달장군은 마캐던 소년이었습니다. 또한 명재상 을파소는 농부였으며, 낙랑군과 대방군을 축출한 미천왕은 소금장수 출신이었습니다.
김안국 선생님은 "한집안의 번영은 자녀의 교육으로 보장되며, 빈부귀천과 재질을 따질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교육은 필수적이다. 소질에 따라 무슨 직업이든 가르치면 한집안의 생계는 확보되며, 부유한 집과 벼슬 높은 집도 교육을 소홀히 하면 망한다. 금보다 책을 상속함이 낫고, 기름진 논밭보다 작은 재주가 낫다"고 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새겨야 할 지혜의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시절 삽을 들고 기름때와 씨름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가치는 없는 것입니다. 국가지도자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바로잡히지 않고, 사회의 공기가 되어야 할 언론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세상을 바로 보고 있는 국민 개개인이 네트워크가 되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단지 한 사람의 생각은 이상일지 모르지만 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 국민 개개인의 생각을 모아 실천하면 현실이 됩니다. 우리 모두 나부터의 실천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식혁명을 이룰 때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도 민족의 통일을 이루고 세계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김창호 (金昶澔)는 노고산 광릉숲 홍익농장에서 단군신화 속의 곰이 마늘과 함께 먹었다는 쑥은 노고산 곰취라는 인식을 가지고 ‘노고산 곰취’ 재배하며, 광릉숲유네스코운동본부(cafe.daum.net/k255)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너랑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내겐 천국이었어” 학영사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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