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의 글밭 - 詩.書.畵/南村先生 詩書

딸 가진 부모만 보세요.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7. 8. 8. 18:07
 

딸 가진 부모만 보세요.



딸을 시집보내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딸 녀석이

키다리 녀석을 하나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킨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해 달라 한다.

옛날에는 

본인들은 얼굴조차 모르고

부모님들 끼리 결정을 하였고

해방 후에는 맛 선을 보아 본인과 부모가

함께 결 정 하더니

이제는 본인들끼리 다 결정 하고

부모는 후 결재 시대다

아니 부모의 결정권이 거의 없는 시대다.

저희끼리 1년 이상 함께 교제하고

저희끼리 결정 내린 후인데

부모의 의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것이 불쾌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사실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당사자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

오히려 당연한 귀결이라 여긴다.


우리 집도 순서에 따라 양가의 부모가 만나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불과 몇 달 후로 잡게 됐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 보면

잘된 일이라고 축하를 해준다.

그러나 부모는 즐거움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네 서민들 우선은 자금이 문제이다.

물론 신랑 쪽에서는 딸 하나 주시는 것으로

감사 하는 바이니 모든 것을 생략 하자 하신다.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가?

그래서 많은 부분을 생략했는데도

그래도 신접살림준비. 시부모의 옷 한 벌.

신랑의 옷 한 벌. 페백 등등

뺄 수 없는 부분만으로도

서민살림살이로는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 든다.

그래서 요즘 이 아비는

여기 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는 것이 큰일이다.

돈은 빌려 쓴다 해도

정말 어찌 할수 없는 문제가 있다.

딸이라고 달랑 하나 있는 거

금이야 옥이야 키우다 보니

아비가 볼 때

가사일을 도대체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도대체 받아먹을 줄만 알았지

대접하고 배례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무엇 보다 큰 문제는

대학 다닐 때부터

밤이면 바쁜 것도 없는데 컴퓨터와 TV앞에

앉아 2시-3시까지 있다가 아침을 잃어버린 지가

이미 오랜 된 생활태도

그런 악습으로 남편 아침이나 제대로

챙겨 먹일 것인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제는 밤 두시에 큰소리로 꾸중을 해 보기도 했다.

아내는 속도 모르고 자식 역성만 든다.

딸을 공주처럼 무엇이든지

다 해 주며 떠받들어 키워온 아내가

이제 와서 갑자기 원망스럽기도 하다.

요즘 급한 김에 아비의 잔소리가

부쩍 늘어났다.

아무리 시대가 변 했다 해도 역시

예의를 알고 행동 하면 어디를 가도 환영 받는다.

예의를 모르면 시댁에서 미움을 받게 되느니라.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먹어서는 안 된다

어른이 집에 계시면 때맞추어 밥상을 차려 드려라.

하면서도 스스로 지난날을 참회한다.

살아오면서 아비 된 자로서

자식에게 가정교육을 얼마나 잘 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아서라! 평소에 안하다가

갑자기 이런다고 무엇이 되랴?

그러나 내 품을 떠난 자식이 그곳 시댁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에 이런 저런 걱정이

소나기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내 품을 떠난  저 철부지 앞에 펼쳐질

인생의 여정들이 혹시라도 힘들어지면

그것은 순전히 이 아비가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교육 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고 쓰리다.


세상에 딸 둔 아버지들이여!

딸자식 결혼 앞두고

부디 저와 같은 못난 고민 하지 마소서


딸이 아직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잘 하시어

우리들의 딸들이 시댁에 가서

모두가 귀염 받고 잘 살게 하소서 

 

-남촌의 세상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