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주에 담긴 정한(情恨)

◈국화주에 담긴 정한(情恨) 李 基 銀 조막손 고사리손 보듬어 잡고나가 가을을 들쳐업고 수줍게 웃고있는 샛노란 들국화를 정성껏 따모아서 그늘에 곱게말려 구수한 고두밥에 누룩과 고루섞고 봄향기 여미어서 솔향기 비벼넣고 세월도 개켜넣어 정성을 가득담아 국화주 맑게빚어 춘삼월 밭일구며 허기진 보릿고개 들녘에 일할적에 긴긴밤 배고플제 새하얀 사기대접 뽀얗게 걸러낸술 한가득 채워지면 향긋한 술향기속 근심도 내려놓고 피로도 내려놓고 평안한 밤되시라 즐거운 밤되시라 해묵은 대바구니 옆구리 끼고나가 한송이 또한송이 활짝핀 들국화를 해질녘 올때까지 따담던 꽃바구니 논두렁 밭두렁을 까치발 살금살금 저녁놀 등에업고 땅거미 친구하며 어여쁜 누이동생 손잡고 다니던길 그리워 그리워서 다시금 찾았더니 고운꿈 간데없고 빈터만 덩그러니 접혀진 세월속에 외로이 졸고있네 해묵은 고향집도 잊혀진 묵정밭도 하얀박 탐스럽던 초가집 흔적마저 이제는 볼수없네 다시는 갈수없네 어버이 살아실제 효도를 다하라던 선인의 고운말씀 귀담아 듣지않아 고향길 그리운길 눈물로 돌아보네 어제의 따슨정을 꿈에도 볼수없어 돌아서 울먹이네 초목도 설워하네 가슴에 새긴정은 아직도 생생한데 세월아 솔바람아 어쩌다 이다지도 아픔만 가득남아 빈가슴 흔들더냐 그리운 내벗들아 희미한 어제들아 어릴적 그시절이 무시로 그립구나

카페 이름 : 문학이 머무는 여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