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때에 맞게 말하고 때에 맞게 행하라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8. 30. 09:01

고전명구 024                       (2008. 8. 28. 목)

때에 맞게 말하고 때에 맞게 행하라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면
움직여도 허물이 없고
 
말해야 할 때 말하면
말해도 후회가 없다


當動而動 動亦無尤 / 當言而言 言亦無吝
당동이동 동역무우 / 당언이언 언역무린

- 유도원(柳道源), ‘해야 할 일 네 가지[四當箴]’ 중에서, 《노애집(蘆厓集)》

※ 많은 독자들께서 고전명구 원문에 한자음 표기를 요청해 오심에 따라 이번 발송분부터 한자음을 부기하였습니다.

해설


이 글은 조선 후기 학자 노애(蘆厓) 유도원(1721~1791)의 사당잠(四當箴) 중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이 글에 이어서 “해야 할 일을 하면 해서 이룸이 있다.[當做而做 做亦有成]”는 구절과, “구해야 할 일을 구해야 하니 내 안에 있는 것을 구해야 한다.[求有當求 求在我者]”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글 바로 앞에는 ‘하지 말아야 할 일 네 가지[사막잠(四莫箴)]’를 적은 재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움직였다 하면 허물을 불러들이니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 말했다 하면 후회스러워지니 말하지 않는 게 상책. 했다 하면 되는 게 없으니 안 하는 게 상책. 구했다 하면 비굴해지니 구하지 않는 게 상책.[動必招尤 莫如勿動 言必致吝 莫如勿言 做必無成 莫如勿做 求則自屈 莫如勿求]”이라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의 인격 수양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에 전념하여 경구(警句)를 벽에 써 붙여 놓고 항상 애송하였다 합니다.

세상살이에서 상처받거나 지쳤을 때 사막잠(四莫箴)처럼 푸념을 하다가도 다시 사당잠(四當箴)을 외며 마음을 가다듬던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삶 속에서 수행의 끈을 놓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선비들의 생활 태도를 기려 봅니다.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