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내 것이 아닌데도 취하는 것은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11. 7. 08:46

고전명구 034                      (2008. 11. 6. 목)

내 것이 아닌데도 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데 먹는다면 도적에 가까운 것이고
일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는다면 버러지인 것이다


非義而食 則近盜賊 / 不事而飽 是爲螟닐¹
비의이식 즉근도적 / 불사이포 시위명닐

1) 닐은 등에. 匿 밑에 벌레 훼[虹의 왼쪽 부분, 곤충을 나타내는 부수]가 나란히 둘 붙은 글자.

- 김창협(金昌協), 〈잡기명(雜器銘)〉 중 반우(飯盂), 《농암집(農巖集)》

해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이었던 김창협(1651-1708)이 밥그릇에 새겨 넣어, 밥을 먹을 때마다 경계로 삼았다고 하는 글입니다.

힘이 있거나 교활한 사람들은 내 것이 아닌 데도 취하여 자기 것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빼앗기는 사람은 물론 힘없고 선량한 사람들이겠지요. 그리고 일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기만 하는 사람이란 역시 남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만 불리는 사람일 것입니다.

남의 것을 빼앗았다면 제아무리 지체가 높고, 고상한 척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국 도적인 것이며, 힘을 보탬이 없이 남의 것을 축내기만 한다면 버러지인 것입니다. 도적은 법으로 다스리고, 버러지는 없애버려야 할 것입니다.

옮긴이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