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의 글밭 - 詩.書.畵/南村先生 詩書

단편소설 - 걸프만의 모래바람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9. 1. 8. 15:36

 

걸프만의 모래바람    -  南村 서 호원- 

 

 

 

 

1.특수 임무

                                                                      

걸프만은 사막으로 둘러싸인 바다이다.

바다에도 모래 바람이 분다. 사막에서는 얼굴이 깎여질 정도로 굵은 모래바람이 불지만

그 바람이 걸프만 중심에 까지 오는 동안 굵은 모래는 다 바다에 빠지고 아주 고운 모래만

남아 하늘을 검붉은 색으로 뒤 덮어 낮에도 태양이 보이지 않고 어두운데 그 어두운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 색이라서

더욱 공포스럽다. 겨다가 바다는 6-7m의 파도로 미친 듯 광란한다.

또라이 특공대 12명이 탄 배는 3톤짜리 타그 보우트다 그 높은 파도에 비해 그야 말로 일엽편주다.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 칠 때는 배의 꼭대기 안테나만 모일 정도로 파도 속에 파 무쳤다가  다시 솟구칠 때는 배의 스크류까지

보이면서 파도위로 튕겨져 떠오른다. 이때는 갑판위로 올라왔던 엄청난 량의 바닷물이 확 쏟아져 내린다.

그래도 배가 뒤집히지 아니 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은 순전히 또라이 선장의 항해기술이라 믿는다.

앞니가 빠진 또라이 선장은 그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로 외친다.

“야 이 또라이 놈 덜아! 준비해라!” 실수 허는 넘덜은 바다 속에 던지고 가니께 정신 바짝 채리란 말이여“

 

또라이 선장 전 억수 충청도 공주사람  48세로 대원 중에 나이가 가장 많다

평생 거친 바다에서 가난한 어부로서 고물 배만 끌고 다닌 자칭 또라이 뱃놈이다.

항상 말끝마다 또라이 뱃놈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또 하는 행동도 그렇다 언제 어디서나 벌거숭이다.

자기 손으로 예비군복을  짤라 만든 펜티 하나만 입고 종아리에다 잘 드는 사시미 칼을 차고 허리에는 무전기 차고

누가 고기 잡았다 하면 제일 먼저 나타나 3분 만에 회를 떠 주는 사나이

겨다가 머리까지 훌렁 벗어져서 귀 뒤와 뒤통수에만  조금 남은 몇 가닥 머리를 길러서 그 것으로 대머리를 가린

우스꽝스러운 머리통 아래로 부리부리한 눈매에 넓적한 딸기코에  두껍고 거무틱틱하게 생긴 입술로 연신 거친 욕설을 뱉어 낸다.

그래도 그 욕이 웃기고 소박해서 모두가 웃으며 들어준다.

술을 먹으면 구속이 되는 이 회교의 나라에서도 어디서 구해 오는지 항상 술을 배 운전석 어디엔가 감추어 두고 아무도 모르게

한 모금씩 하는 괴짜 사나이 사우디 10년차 대선배다  사우디10년 생활로 아들딸 대학까지 교육시켜 의사도 있고 검사도 있다

24시간 음주 운전이지만 배를 운전하는 솜씨 하나는 최고이다.


대원들은 일제히 안전모와 안전장구를 챙겨 갑판위로 나갔다. 마치 특전사 전투원이 적지 상공에서 낙하를 준비하듯

아주 긴장된 상태로 갑판으로 나갔다. 그리고  배 난간대에다 각자의 안전 고리로 몸을 연결한다. 집채 같은 파도가 대원들의

머리위로 왈칵 덮치고 배는 금시라도 뒤 집어질듯 요동치면 대원들의 몸뚱이는 제멋대로 갑판위로 내동댕이 쳐진다.

죽기 살기로 핸드레일에 매달려야 산다. 마치 바다는 대원들을  어떻게 하던지 배에서 떼어 내려고 상하좌우로 흔들고

바람으로 바닷물로 오두방정을 다 떤다,  숨 막히도록 불어대는 광풍과 저 높은 파도의 바다 속으로 떨어져 나가면

그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6-7m높이로 넘실대는 파도를 가르면서 20m까지 접근 하자 모든 대원 들은 초긴장 한다

망망대해 가운데 철 구조물로 반쯤 지어 올라간 플랜트 시설 노란 안전모를 쓴 대원들이  그들도 안전장구 밧줄로 시설물에

 몸을 연결 한 채 이쪽의 배를 주시 하고 있다.

 

저 플랜트 플랫홈 5m전방에서 배가 멈추었다가  급격하게 후진을 하여 가급적 빠르게

물러나야 산다. 이것은 12명의 생명이 걸린 한판의 승부이다 3톤짜리 타크 보트가 저 시설물 플랫홈에 부닥치는 날에는

이 작은 배는 산산 조각이 나기 때문이다. 또라이 선장의  솜씨는 역시 적중 했다

접근 하던 배가 역주행을 시작 하는가 싶더니 정확히 5m전방에서 배가 물러나기 시작 했다

배는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모든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부들부들 떨며 뒷걸음질을 친다.

바로 이 짧은 30초 동안에 갑판에 매달린 대원들이 저쪽 시설물 위로 은박지에 싼 음식물과 물병을 마구 던졌다.

저쪽에서 2명의 대원이 열심히 받아 챙겼으나 반은 물에 빠졌다. 배가 요동을 치니 던지는 사람들이 자기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교적 성공이다. 차츰 멀어지는 플랜트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거친 파도 속으로 항해를 계속 했다.  대원들도 안전장구를 풀고 그 죽음의 갑판에서 선창 안으로 하나 둘 들어 왔다.

또라이 선장은 그 와중에도 술을 몇 모금 마신 것 같다 더욱 빨개진 얼굴로 파도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뱃머리를 주시하며

“되진 놈이나 다친 놈 손들어 봐라! ”

돌아가며 이상 무를 외친다.  또라이 선장 그 나름대로 인원 점검을 하는 것이다.

"야! 펜대! 너 이놈들 잘 적어 보고해라 죽을 고비 넘긴 이 넘덜 두 대가리씩 달아줘“

그것은 노무담당 선재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구! 선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강 선재 그는 이락크와 이란의 전쟁이 한창이던 1984년 6월에 이곳으로 왔다.

페인트 기능공으로 이곳에 파견 됐으나 그가 차트글씨를 잘 쓸 수 있다는 이유로 행정병으로 차출되어 공무 일도 보면서 겸하여

노무행정을 본다.  걸프만연안의 나라들은 모두가 물보다 기름이 더 흔한 산유국들이다 그런데도 자기 국토내의 유정들은 아끼고

가급적이면 국경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기름을 퍼 올리려는 정책 때문이 국경 부근에 유전이 몰려있고 걸프만도 바다가운데를

국경으로 하는 경우 그 국경 부근에서부터 해저 유전개발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이곳에 진출 했다 

 맡은 공사는 해저에서 퍼 올린 여러 개의 석유 유전 공들을 모아 연결해서 물과 모래를 골라내고 정유만을 육상으로 보내주는

 플랜트 건설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벌써 3일째 파도가 친다. 파도가 심하면 일을 하지 못하고 배에서 쉬게 된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플랜트에는 계속 가동해야 되는 시설물이 많아 발전기 가동을

위하여 2명의 대원이 남아야 하고 그들에게 하루에 한번은 물과 음식을 날라다 주어야  하는데

높은 파도 때문에 목숨을 건 대작전이어야 한다. 그 특수 임무 수행 팀 의 구성은 12명인데 선장과 기관장이 배의 항해를 맡고

노무담당이 참여하여 그날의 참여자와 작업내용을 상세히 기록하여 보고하며 안전요원이 따라 붙어 핼멧/안전띠/구명조끼 등 .

안전장구 착용을 확인 하며 무사고를 감독한다. 물론 선장의 음주단속도 안전요원의 몫이지만 꼭 술을 먹어야만 임무수행을

제대로 한다는 또라이 선장에게 만은 묵인해주는 것이다. 아니 먹는 것을 못 보았으니 그는 모르는 것으로 해 둔다. 

그리고 임무수행 요원8명의 모집은 노무담당 강선재의 몫이다  아무리 높은 수당을 내 걸어도 목숨이 걸린 일이니

누가 선 듯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개중에는 똥 폼 잡는 사람들이 있다. 왕년에는 깡다구 있던 사나이를 항상 주장하는

또라이들을 미리 찾아가서 물밑 접촉을 해둔다. 그리고 모두 모인 자리에서 우쭐하게 폼 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오늘 플랜트에 있는 두 사람의 동지들을 위해서 특수 보급 작전을  나가야 하는데

 워낙 위험한 일이 돼서 왕년에 UDT출신/왕년에 해병대 출신/왕년에 공수특전대등 왕년에

 대단한 일을 했던 의리와 용기를 갖춘 사람이 아니면 어렵 습니다. 물론 2일치의 노임을

 특별 수당으로 지급하지만 노임 보다는 동지를 위한 의리와 희생 봉사 정신으로 자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실 분은 지금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우 본인이 자원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매일 재탕 3탕까지

 그들의 왕년 무용담을 들어 주었던 사람들의 추천으로 등 떠밀려 앞으로 나오게 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출발 하게 된다.

그래서 또라이 선장은 남들 다 쉬는데 그놈의 영웅심리 때문에 목숨 거는 이들을 항상 또라이들이라 부르지만

자기와 똥창이 통하는 놈들이라며 매우 좋아 한다.

또 노무 담당 강선재는 이런 심리를 이용 하여 어려울 때 대원들을 모집 할 수 있다.


몇 년 씩 육지를 밟아보지 못한 채 동그란 원형의 수평선 한 가운데에서 매일 보는

그 멋없는 사내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일하는 이곳의 생활은 빠삐용 바로 그 수용소 같은

생활이다. 그 속에서 왕년의 무용담을 3탕씩 우려먹어도 웃으며 들어 준다.

그나마 그 방에 입담 좋은 놈이 있다는 것을 큰 다행으로 여기며 애써 영웅 대접을 해준다.

 

 

2.지옥의 死鬪(사투)


선재가 모선으로 무사히 돌아와 본부 사령탑에 올라가니 비상이 걸려 있다.

그날 특공대는 쉬지도 못하고 다시 그 파도속의 해상으로 나갔다.

해상 플랜트 건설의 숙소 선은 모두 2대인데  그 해상 플랜트의 안전을 위해 30km정도 떨어진 해상

주변에 어떤 시설물도 없는 무링에리아에 숙소 선박을 띄어 놓고 그 선박에서 쉬게 되는데 숙소 선박은 순전히 이 공사를 위하여 

 2만 5천 톤 급 유조선을 5층으로 개조하여 숙소를 만들었으며 약 500여명이 승선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대는 스스로 항해할 수 없는 엔진이 없는 바지 선인데 그곳에도 300여명의 근로자들이 타고 있다.

그 바지선에 문제가 발생 한 것이다. 그 바지선에는 전후좌우로 8가닥의 거대한 닿을 내려서 우 인치로 당겨서 배를 고정 시키는데

 그 바지선에 발전기가 고장이 나고 우인치가 작동을 못하여

결국 그 8가닥의 로프가 느슨하게 풀리기 시작 하다가 결국은 서로 엉키어 끊어졌다 한다.

 

그 거대한 바지선이 움직이는 데는 4척의 타크 보우트가 4귀에 붙어 끌어야 하는데 파도가 높으면 작은 배가 큰 배에

접근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거대한 와이어로프가 끊어져서 배 주변해저를 휘 젖고 있다면 더더욱 접근은 어렵다.

그곳 상황실의 화급한 상황보고가 속속 들어온다. 모든 직원들이 본부 상황실에 모여 무전기에서 나오는 화급한 상황을 듣고 있다.

그리고 총 지휘관 공구장의 지시를 받으면 분주하게 뛰어 나간다. 

“본부 나오세요! 오버‘

“말하세요! 본부 노무 담당입니다 현재 상황과 본부 지원요청부터 말하세요. 오버”

“현재 발전기 고장으로 양수펌프가 가동 되지 않아 배 아래쪽에서부터 물이 차 올라오고

 모든 화장실이 역류하여 그 오물들이 하층 식당과 냉장고까지 잠기어 식사를 못하고 있고

 8가닥의 로프 중 7가닥이 끊어져 오직 한 가닥만 남았고 배는 파도와 조류에 밀려

 무서운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오버“

“근로자 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오버?

현재 외국인 감리와 감독관들은 자국에서 보낸 헬기를 타고 대피한 상태이고

우리 근로자들은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대기 중입니다. 이상.

“알겠습니다. 300여명의 근로자들의 대피를 위해 우선 헬기와 선박을 준비

 하고 있으며 타크 보트의 접근방법을 연구 하고 있으니 기다리기 바랍니다. 이상

“현재 근로자들의 소요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상”

“책임 있는 지휘관이 나가 안심시켜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이상

우선 모든 근로자들에게 비상 탈출용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하고 헬기로 빵이며 우유

비상식량을 지급했고 발전기 수리공을 공수 하여 시급하게 발전기를 수리를 시도 했으나

이미 발전 실도 물에 잠기어 결국 실패 했다.

“본부 나와라 오버”

“여기 본부 말하시오 오버”

“지금 마지막 한 가닥 로프 까지 끊어졌습니다. 오버“

“당황하지 마세요. 오히려 로프 모두가 끊어지고 한쪽 방향으로 표류 하는 것이

 오히려 작은 배의 접근이 쉬워지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동요 하지 않도록

 즉시 이 내용을 전달 바란다. 오버“

상황은 긴박해져 갔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파도는 아직도 높고 바람은 세찬데 한 시간 후면 어두워진다.

바지선은 하염없이 표류 한다. 물은 차올라서 배 전체가 침몰 위기다. 바지선의 발전실이  물로 가득 차서 그나마 들어갈 수조차

없다  결국 대형 헬기로 발전기  한 대를 공수하기로 했고  타그 보트가 접근 할 수 없기에 거리를 두고 로프를 던져 연결하고

함께 표류 하면서 크레인에 커다란 바구니를 달아 한번에 5-6명씩 타그 보트로 옴겨 타는 식으로 구조작업이 개시 되었다.

배의 갑판이 7-8m씩 상하로 요동치기 때문에 바구니를 타고 내리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밤이 어두워 졌으나 헬기로 조명을 비추면서 7m파도와 싸웠다. 몇 번씩 대원들이 바다에 빠질 뻔 했지만

결국 무사히 모두 구조 된 것은 밤 12시경이다.


그러나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표류하고 있는 바지선이 유전공이들이 즐비하게 설치된 해상으로 접근 하고 있다.

만일 그 해저 유전 개발 시설물들과 충돌 한다면 금전적 손실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이 해역이 모두 기름으로 오염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향을 돌려야 한다. 똥물로 가득 차 있는 바지선의 지하로 잠수해 들어간 UDT출신 잠수대원들의

목숨을 건 투지로 결국  공수된 발전기로 바지선 전기시설에 연결하여 수중 펌프들을 돌리는데 성공 했다.

정말 조금만 늦으면 바지선이 침몰할 바로 직전의 상황이었다. 안쪽에 물들을 밖으로 뽑아내면서  가벼워지는 바지선에 

6대의 타그 보트들이 로프로 바지선에 연결하여 거리를 두고 예인을 했다.  본부 상황실에서 안도의 박수 소리가 나 온 것 은

새벽 4시경이었다. 겨우 바지선의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높은 파도가 문제지만 바다가 얕은 해역에서는 조류도 몹시 빠르기 때문에 배가 침몰하면서 그 조류와 파도에 휩쓸리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지옥의 사투였다. 이번 작전도 일단 상황이 벌어지면

물불 가리지 않는 용기 있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근성 때문에 성공 할 수 있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동료들이 본부 식당에서 24시간 만에 식사다운 식사들을 했다.  밤을 꼬박 새우며 무전기와 씨름했던

선재도 이제 교대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비행기 동기 천 기섭을 만났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함께 떠나온 비행기 동기들을 소중히 여긴다. 군대에서 함께 훈련받고 함께 자대 배치를 받은 동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다. 더구나 죽을 고비를 넘긴 동기를 만났으니 더할 나위 없다. 힘껏 악수를 하면서

“어이 기섭이 지옥에 갔다 온 기분이 어때?”

“말도 마 24시간 동안 지옥의 탈출이였어"

그 굵은 와이어 로프가 한 가닥 두 가닥 툭툭 끊어질 때의 절망감 말이야. 

그 정신적인 공포감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어. 칠 흙 같이 어두운 바다 가운데서

집채 같은 파도가 갑판위로 무너져 내려와 안쪽으로 밀려들어와 식당이고 숙소고

모두 잠기는데 갑판으로 나가면 파도에 휩쓸릴 것이니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배 안에 있지도 못하고 참 이제는 처자식이고 뭐고 끝났다 싶더군.“

“그래 그랬을 거야 여기서도 계속 대원들이 동요 되지 않도록 해 달라 주문 을 했는데"

“발전고장으로 정전이 되니 마이크고 뭐고 모두 두절 됐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통화가 되지 못했지”

 무엇 보다 헬기가 왔는가 싶더니 외국인 감독관과 감리들만 싣고 갈 때는 모두가 분개 했었지“

 “그래 그랬을 거야 하지만 우리근로자들이 300명이나 됐으니 헬기로는 될 수가 없었네.”

  하여튼 모두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 왔으니 다행이야“

“다 자네들 덕택이지 뭐 본부에서 모두 애써준 덕택이란 말 일세”

“나야 뭘 별로 한 것도 없지 뭐 

 우선 지하5층에 임시숙소를 마련했으니 한숨 부치게 그리고 국내에서 온 편지가

 사무실 앞에 꼽혀 있으니 모두 가지고가서 나누어 주게 자네편지도 있는 것 같던데“

“아! 그래 마누라 한 테서 두 달 째 편지가 안와서 애를 태우던 참인데 잘 됐군.”

 기섭은 아주 반색을 하면서 휭 하니 식당을 빠져 나간다.

선재도 사지에서 돌아온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식사를 끝 내고 임시 숙소로 향했다.

불편 없이 모두 자리 잡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노무 담당의 당연한 업무이기도 한 것이다.

 

 

3.배신

 

5층에 도착 하자 이게 무슨 소란인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고 누군가

악을 쓰며 소지품을 바닥에 내 던지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조금 전에 선재와 헤어 졌던 그 천 기섭이다. 선재가 뛰어 들며

“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기섭은 온 얼굴에 눈물 번 벅이 되어 절망적인 얼굴로 편지를 내민다.

“야! 강 노무 나 귀국 수속 좀 해줘! 내 이 년 놈들을 당장!”

하고 두 주먹을 쥐고 두 눈이 튀어 나올 듯 천정을 응시하며 부르르 떤다. 그 양 눈에서 분노의 눈물이 피눈물처럼 줄줄 흘러내린다.

선재가 꾸겨진 편지를 펴서 읽어 보려 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모여와 어깨 너머로 함께 읽는다.

편지는 동생에게서 온 것인데 내용은 형수가 운전을 배운다고 하여 몇 달 째 학원에 다니는데 점점 화장도 진하게 하고 

매일 차려 입고 나가는 행동이 이상해서 뒤를 밟아 보았는데 운전을 가르쳐 주던 남자와 바람이 나서 매일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못해 동생이 몇 번 충고를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니 부득이 귀국을 하여 무슨 해결을 봐야 하겠다는 내용이다.

청천벽력 날벼락도 유분수지 또 이게 어찌  기섭이 만의 일이겠는가? 동병상린이다 당장 내일 내게도 이런 편지가

오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가난을 면해보고 집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처자식과 잘살아 보겠다고 

해상 공사에 나온 사람들 이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해상 수당이 붙는다. 그 수당이 생명 수당이다.

 

한 달 전에도 바지선에서 사고가 나서 3명의 동료가 끔찍하게 죽었다.

육지에서 부식을 실은 배가 3일에 한번 들어온다. 그날도 부식배가 들어와 바지선에 붙여놓고 모든 근로자들이 부식을 하역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 바지선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는데 배가 크게 흔들린 만큼 큰 소리가 나서 모두 놀라

갑판에 나와 보니 바지선에 붙이고 하역하던 부식배가 폭탄을 맞아 침몰하고 있었다. 열 감지 유도탄의 공격을 받아

배의 굴뚝을 통해 폭탄이 들어가 엔진에서 터졌다 당시 그 부식 배 에는 3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몰사 했다.

그 동료들의 머리와 손발들이 폭탄파편에 갈갈이 찢겨 부식으로 들어온 육 고기들과 뒤섞여 바지선 갑판위에 널려있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을 모든 근로자들이 함께 보았었다.

이란과 이락크의 전쟁 때문에 생긴 일이다. 만일 30분 전 작업을 할 때 폭격을 맞았다면 수 백 명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정말 아찔한 사건이다. 당사국에 강력히 항의 했으나 돌아온 답은 그 배가 적국의 간첩선이어서 폭격했다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이 모두이다. 전쟁 중이니 보상도 없다. 그리고 한국의 신문에는  배의 기관 고장으로 침몰하여 3명이 사망했다고

두 줄짜리 단신으로 보도된 것이 모두 이다. 그 날도 안전보장이 안 되면 모두 귀국하겠다고 근로자들이 데모를 하기도 했지만

각자의 가난한 현실로 돌아와 보면 결국 귀국할 입장들이 못되니 하루 정도 시위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다.

오늘도 그 끔찍한 지옥에서 겨우 살아나온 사람들 아닌가? 국내의 가족들이 온 정성을 다하여 위로의 편지를 보내어도

그 고독과 공포를 이기기 힘든 상황인데 아내가 배신을 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다? 이 편지를 함께 읽은

사람들 모두가 허탈하여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다. 어떤 이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 어떤 이는 마치 자기 일처럼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떠는 사람  일시에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기섭이 고함을 지른다.

“에이 시발 내가 미친놈이지” 하며 무엇인가를 바닥에 던져 깨어버린다.

그렇다 몇 달 후 귀국하면 아내에게 주려고 사 두었던 프랑스제 고급 화장품 셋트이다.

지난 밤 그 아비규환의 사지를 빠져 나오며 모든 소지품을 다 버리고 몸만 빠져 나오면서 그래도 아내에게 줄 선물만은 챙겨

가슴에 품고 온 것이다.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저러한데도 그 목숨을 건 애정을 아내가 정말 배신했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선제가 머뭇거리며 다가가 기섭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어쩌겠나? 내가 귀국신청을 해 줄 테니 우선 귀국을 해 보시게

 혹시 아는가?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는 법이니 좀 진정을 하고 냉정하게 처리하게“

 그러자 모두들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보탠다.

“그래 우리도 모두 남의 일 같지를 않아 그래도 어쩌겠나. 냉정해야지 않겠나?

“아이들이 있으니 화가 나도 많이 참아야 할 거야 적어도 애들 앞에서는 태연하게 해야지!”

“엎질러진 물이라면 보내준 돈부터 확인해 보게 ”


천 기섭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고학으로 겨우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장에 들어가 용접 일을 하며 오직 가족을 위해 착실하게 살아온

그에게 생긴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3개월 후면 귀국을 하여 전세를 빼고 2년 동안 이곳에서 벌어 모은 돈으로 집을 하나 장만 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늙은 어머니 모시고 아들딸 길러가며 오손 도손 살아 보겠다던 그 소박한 소망이 하루아침에 깨어지는데 

그 충격과 절망감을 주체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3일 후 그는 긴급하게 귀국을 했다.

그를 보내는 동료들은  모든 것이 거짓이기를 기도 했다. 오해였다는 그의 편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난 후에 천 기섭으로 부터 편지가 왔다. 내용을 요약 하면 이러했다


“친구 선재 읽어보시게

나도 그렇게 바라면서 귀국을 했지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내 동생이 잘못 보았던 일이기를 기도하면서

귀국해서 아내를 만나보니 모두가 사실이었네

 

놈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을 가르치는 놈인데

운전 배우러 나오는 부인들을 꼬여 춤바람을 나게 하여

돈을 빼앗는 이른바 제비라 하는군.

나는 외국 나갈 때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는 모두 정기 예금으로

들어 놓았기 때문에 돈을 빼앗기지는 않았는데 가정이 파괴 되었네


내 아내가  더 이상 돈이 안 된다는 것을 간파한 그놈은

내 아내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종적을 감추었네

지금은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고 있지만

내가 용서해 줄 수가 있겠나? 그 사우디 목숨을 건 해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나를 배신한 아내를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네

지금 아내는 처갓집으로 쫒게 가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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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용서

 

 

선재는 며칠 동안 생각을 하다가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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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기섭이 읽어 보시게

자네가 결국은 아내를 용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어떤 일이던지 마지막의 한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네.

우리가 그 플랜트에 갇힌 동료에게 식량보급을 할 때 배가 접근하다가 후진으로

바뀌는 그 30초에 식량보급의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네가 그 죽음의 바지선 탈출도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로프가 끓어지고

배가 표류하기 시작 할 때 바로 모든 구출이 이루어졌네.

사실 그 한 가닥 와이어로프에 배가 매달려 빠른 속도로 빙글 빙글 돌때는

접근할 방도가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마지막 희망 로프까지

끓어진 후에 기회가 온다는 생각은 누구도 못했다는 말일세.

나는 본부 상황실에서 모든 상황을 다 보고 받고 있으니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더라는 것이네


지금도 자네는 자네중심의 한쪽 방향에서만 상황을 보고 있다네.

그러나 나는 제 3자이기 때문에 자네 아내의 입장과 자네의 입장과

아이들의 입장과 양가 부모들의 입장과 자네 앞날까지 함께 보고 있다네.

자네 아내는 가정에 갇혀서 세상물정 모르고 살다가 그 잘생긴 놈의 철저히 계획된

달콤한 말로 던지는 미끼를 덜컥 물고 말았다네.

아니 세상 어느 여자라도 물리지 않을 수 없이 만들어진 고도의 계산된 미끼였으니까

그리다가 어느 순간 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청난 배신을 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지금 그 죄의식을 주체 하지 못할 것이다.

체면은 없지만 그래도 남편이 용서 해 주기만을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다릴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왜 우리 아빠는 엄마에게 저렇게 대하는가?

하루 빨리 아빠가 엄마를 용서 해 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자네 처가 쪽에서도 면목이 없어 말은 못하지만 용서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인 자네에게 감히 질문 하겠네

용서 하고 전보다 더 좋은 시종을 하나 얻어 평생 큰소리 치고 살래?

아니면 아내와 이혼 하고 그 자존심 하나 지킬래?

그 자존심이 빨래도 밥도 아이들 뒷바라지도 모두 자네가 해야 할 자존심이다.


자네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와이어가 끓기고 드디어 배가 표류하기 시작 한 시점에

헌털뱅이 더러운 바구니지만 그놈의 바구니를 타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야

그리고 귀국을 했는데

다시 한 번 그 마음에 안 드는 헌털뱅이 바구니를 타야할

개 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 같네

나는 상황 전체가 보이는 본부 상황실에 있으니까?

친구 녀석이 자존심 때문에 바구니를 안 탈까봐 그것이 걱정이라네.

아니 그 걱정은 자네 아내와 자네 아이들과 자네 양가 부모들도

어쩌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지

나의 충고는 여기까지네 답장 기다리겠네.

                            

--너를 가장 아끼는 친구 선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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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는 그로부터 3개월 후 기섭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내용을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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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세상에는 쓴잔이라도 그것이 진리라면 마실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깨달았네. 

자네의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충고의 편지가 내 마음을 열어 주어

마음의 상처는 크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다네.

헌털뱅이 보잘것없는  바구니일지라도 그것이 생명의 바구니라면 싫어도 타야한다는 진리 말 일세! 

 

그래 이제 부터는 인생을 살면서 싫은 사람 /싫은 일/ 싫은 음식도 내 몸과 내 인생에

좋다면 반드시 먹어두면서 살아갈 작정이네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그 와이어로프가 끊어진 다음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바로 거기에서 살길이 열리는 진리도 새로 깨달았네.

친구여 귀국 하거든 꼭 전화 하시게

어디 소주 한 잔 뿐이겠는가? 내가 거하게 한번 쏘겠네. 

                         ----선재의 영원한 친구  기섭으로 부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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