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노릇 한다고 비천할 게 뭔가? 衣錦何榮 抱關何卑
의금하영 포관하비 - 성현(成俔), 《허백당집(虛白堂集)》,
십잠(十箴) [해설] 조선 전기의 문인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 ~ 1504)의 문집 《
허백당집》에 실린 십잠(十箴) 중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 대한 잠[知恥箴]’에 실린 내용입니다.
맹자(孟子)께서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워질 일이 없을 것이다.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라고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경전에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잠(箴)에서 저자는 의(義)를 기준으로 해서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다 하고, 악인(惡人)과 함께하는 것을 항상 부끄러워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단옷 입는다고 영광될 게 뭐며, 문지기 노릇 한다고
비천할 게 뭔가?”라고 하여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 것에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부끄러워할 일에 부끄러워할 줄 앎으로써 허물을 고쳐 훌륭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의리를 지키다 부끄러움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리를 저버리고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 안에서는 의리에 비추어 보아 떳떳할 때에는
누가 뭐래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고, 의리에 비추어 보아 떳떳하지 못할 때에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부끄러워할 일을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할 만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비단옷 입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지만, 비단옷 입는 사람이 비천한 건 아닌가?
’, ‘문지기 노릇을 비천하다 여기지만,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숭고한 건 아닌가?’
부끄러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봅니다.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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