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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라는 영화가 천만 관객 동원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완성도 있는 컴퓨터그래픽에 가족이나 휴머니즘을 담은 이야기를 집어넣어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과, 모두에게 친숙한 관광지가 실제 배경이 되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해운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명승지로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남효온(南孝溫:1454~1492) 선생의 표현에 따르면, “큰 바다가 망망하고 수평선이 아득한 곳에 푸른 하늘에 뿌리박아 볼록 솟은 산이 있고 파도와 맞닿는 곳에 천 명의 인원이 앉을 만한 푸른 바위”가 해운대입니다.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이곳에 저자가 도착하여 여러 사람과 즐겁고 화려한 잔치를 벌이면서, “저녁 조수가 바위를 치고 횃불이 숲을 비출 때”까지, 주인과 손님이 형제와 다름없는 정의(情誼)를 나누던 끝에 하신 말씀이 바로 위의 구절입니다.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기고, 유익한 일을 당하면 겸손하기를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높은 벼슬을 받은 자가 백성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임금을 측근에서 모시는 자가 끊임없이 임금을 선한 쪽으로 인도한다면, 비록 날마다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지라도 괜찮을 것이다. 만약 태평한 세상을 믿고서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를 소홀히 하고,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서 훗날의 근심에 어둡게 된다면, 어찌 이러한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겠는가.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아마도 그날의 잔치가 너무도 흥겨웠던 나머지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어 이런 경계의 말씀을 하신 것이겠지요. 사람 사는 이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을 터. 오늘날 높은 요직에 임명되어 권력을 행사하게 된 사람들은 자기가 출세했다고 여기고 그 자리를 자랑스러워하며 기쁘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권력 속에 들어 있는 엄중한 책임과 의무를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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