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시·수필

☆ 기러기를 보며 ☆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1. 14. 11:28

☆ 기러기를 보며 ☆
 
찬바람이 매서운 새벽에 눈을 비비며 길을 나섰다.
겨울 철새를 보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북쪽으로 향했다.
한 눈에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는 곳이란다.
그 수가 가늠이 되지 않고 궁금한 마음만 가득 부풀었다.

북쪽에서 겨울을 지내러 왔다는 기러기들, 막상 그렇게 많은
기러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 것이다.
철원군 천통리 철새 도래지.
그곳은 혹한에도 얼지 않을 정도의 온천이 나와 부근에는
물고기들이 늘고 있고 새들에게도 먹이와 쉼터를 제공한다고 한다.

곳곳이 얼지 않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모여 있던 기러기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멀리서 비추어
오는 일출의 한 가닥 빛을 느끼고 일제히 일어나 날기 시작한다.

맨 앞줄에 삼십 마리 가량 V를 그리며 오 미터 가량 거리를
유지하여 다음 줄의 기러기들이 연이어 날갯짓을 하며
사선으로 위로 올라가 날기 시작한다.
계속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 모습은 마치 바다에서 어선
두 척이 멀리서 그물을 펼치는 듯하다.

줄을 맞추어 날고 있는 엄청난 기러기 떼를
바라보니 저절로 탄성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어릴 적 국군의 날 행사 때 종로 거리를 행군하던 군인들을 보는 듯하다.
손과 발을 맞추어 일제히 움직이는 군인들의 수를 나는 셀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지 줄지어 이어지는 군인들이 무섭기도 했다.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기러기 떼를 보니 그때 거리를 메우던
군인들에게 느꼈던 공포가 느껴져 내 목이 저절로 기어 들어갔다.

기러기는 저들을 인솔하며 지시를 내려 주는 지휘관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한군데 무리 지어 앉아 있던 새들이 동시에
날아오르면서 서로 부딪히며 우왕좌왕 할 것인데 저런 질서를
유지하며 자기 자리를 지키며 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도
약속된 질서가 있음이 분명하다.
눈앞에 일어나는 광경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생각해본다.

철새를 보러 가는 길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다.
차를 타고 들어가는 길 양옆에 철조망이 쳐있고 그곳에
지뢰라는 빨간색 표지가 매달려 있다.
그 표지도 질서 정연하게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안에는 나무들이 서로 쓰러져 엉켜있다.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나무는 아무도 손대지
못하고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연 그대로이다.

분단으로 비무장지대가 되었지만 문명의 손이 닿지 못했기에
생태계가 보존되어 철새들의 도래지가 되었다니.
또한 보이지 않는 어떤 질서를 위한 것일까?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를 보니 법정스님께서 산사에 계실 때 한 겨울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밤이면 나무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쓰신 글이 생각난다.

지뢰가 묻힌 그곳에 널브러진 많은 나무 역시 눈의 무게에 힘겨워
부러졌건, 한여름 폭풍에 넘어갔건, 삭정이가 되었건
그 모두가 자연의 질서가 아니겠는가.
숲에 엉겨있는 가지들이 자연의 질서 속에 몸을 던진 것 같다.

그 철책 넘어 지뢰밭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넘어지는 나무들이
어지럽게 있으나 또 다른 생명이 있는 나무를 위하여 삭정이로 있던
나무들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 또한 자연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닐는지.

오늘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이 나에게 어떤 생활을 하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질서에 순응하며 지내기 위해 내 생활에서도
던져 버려야 하는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했다.
고집과 편견으로 가득해 한눈을 파니 어느 하나에 성과를 이룬 것이 없다.

가족이나 주변 이웃과 친지들과의 관계도 질서 있게 유지 못하고
내 욕심 때문에 잃어버린 아쉬움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을 조금 할애 해주었다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것을.

내 시간을 아까워하며 허둥대며 지내다 진정
관심을 주어야하는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나에게 주어지는 귀한 관계들이 삭정이 가지가 떨어져
나가듯이 여기 저기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언제나 힘든 일을 끈기 있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지나버린 뒤
후회하곤 한다. 이젠 나 또한 생활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한낱 미물인 기러기에게도 하늘을 날 때는 질서가 있어 수천 마리가
하늘에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며 서로 부딪히지 않고 날고 있지 않는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순수한 사랑과 배려가 배어 나오는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내가 기댈 수 있는 축을 쌓고 싶다.
그 축에 기대어 내 생활 이 새로운 질서로
평온한 나날이 되기를 그리며 돌아왔다.
 
                   <시인  이 희 림>

 

혼자서 살지 못하는 것도 사람이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혼자 살지 못하는 것.
세상 끝나는 날까지 뉘우치고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도 인감임을 알았습니다.
오늘 너무 순수하고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작가님의
아름다운 글을 보고 있으니 하루가 훈훈해 집니다.

가족 여러분…
사람은 얼마나 깊고 크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크기가 결정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 가족님들 모두 큰 사람이 되시길 바라며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이 규 자  드림 ♣


국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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