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환의 세상사는 이야기-- (5월 6일 목)
|
새내기 농사꾼의 시련
올 4월 12일에는 재래식 5일장(2일, 7일)이 서는 날이기에 읍내 장터에 나갔다.
촌아낙이 좌판 벌린 벌전에서 어린아이 머리통만큼이나 큰 고구마 덩어리가
눈에 띄었다.
새 순이 무성히 자라났기에 사고 싶다는 욕심이 동했다.
아직은 추워서 새싹이 냉해를 입을 터인데 하는 우려와 불안감으로 갈등했다.
욕심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에는 5개에 만 원 주고 샀다.
싹을 더 잘 키워서 새순을 거듭 낸 뒤에 이를 잘라서
장마철에 밭에다 심을 요량이었다.
장에서 돌아 와 텃밭에 심은 뒤에 비닐 천으로 천막 치듯 빛가림을 살짝 해 주었다.
다음날 밭에 나가니 예상했던 대로 밤 사이 찬서리가 내렸는지
고구마순 태반이 얼어 죽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잎사귀가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금년 4월에는 100년 만의 냉해가 심하게 잦다고 한다.
속상해 하면서 보름 정도의 시기를 더 보낸 4월 하순인데도
고구마 싹은 새로 돋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냉해 때문에 그나마의 싹이 제대로 트지 못하고,
자라지 못한 실정이었다.
일전 4월 27일에도 장에 나갔더니만
촌아낙이 파는 씨고구마의 순과 잎사귀는 참으로 싱싱했다.
온실에서 막 캐어 온 듯 싶었다.
또 사고 싶은 욕심이 났으나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날씨가 확실히 풀리거든 그때 가서야 사야겠다고 마음 독하게 다졌다.
비닐하우스 한 동조차 없기에 시설재배를 하지 못하는 나한테는
봄철의 꽃샘추위나 냉해에는 속수무책이다.
그저 따스한 봄날씨만을 바랄 뿐.
이처럼 초보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 게으른 농사꾼은
앞으로도 호된 신고식을 자꾸 치뤄야 할 모양이다.
준비가 덜 된, 기본이 안 된 새내기 농사꾼이라는 뜻이다.
농사를 잘 짓겠다는 욕심만으로는 안 된다.
절기를 어긋나거나 현지의 날씨 기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섣두리 씨앗을 뿌리거나 묘목을 심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텃밭을 점점 더 넓게 늘궈갈수록 농사일이 늘어난다.
어떻게 하면 작물과 유실수를 제대로 키울까 하고 더 오래 생각해야 되고,
남한테도 경험을 문의해야 되고,
작물재배과 유실수 관리에 관한 책을 보면서, 작업의 취사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글쓰기도 농사 짓는 것처럼 오랜 경험과 체험이 배어 있어야 한다.
오래 구상하고, 최소한의 글쓰기 수련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텃발을 가꾸면서 산문쓰기 공부를 조금이나마 더 하고 싶다.
글쓰기 기본을 더 닦아야 한다고 반성한다.
올 농사를 조금이나 더 잘 짓고 싶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 실수와 실패를 조금씩 줄어야겠다.
그러면 내 글쓰기 능력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다.
나한테 글쓰기의 기본은 정다운 우리말을 쉬운 글로 바르게 쓰는 것이다.
<수필가 최윤환>
| |
국보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