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시·수필

자존심을 되찾아 준 칠판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6. 8. 19:05
전미야의 세상사는 이야기--  (6월 8일 화)

    . 자존심을 되찾아 준 칠판 요즘 들어 기억력이 떨어져 중요한 물건을 잘 보관해두고서도 막상 그 물건이 필요할 때면 찾을 수가 없다. 나이는 정말 속일 수가 없는 것 같다. 항상 물건을 두고서 온 집안을 시끄럽게 찾으니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며칠 전 통화 중에 "엄마 칠판 필요하세요?"라고 했다. 다른 때 같으면 "괜찮다."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사양도 않고 "그래! 있으면 편할 것 같구나!"라고 말을 했었다. 그랬더니 어미의 기억을 살려주려고 둘째가 오면서 칠판을 사서 가져왔다. 옛 어른들이 '손에 들고 내 담뱃대' 한다더니만 언젠가부터 나도 깜박깜박하게 된다. 중요한 일이나 시장 볼 걸 메모지에 빼곡히 적어놓고도 막상 나갈 때는 그 메모지마저도 잊고 나가기 일쑤다. 예전에 중요한 걸 찾는다고 서랍마다 열고 온 집안을 다 뒤적이면 남편은 보다 못해 "제발 중요한 건 깊숙이 두지 말고 침대 머리맡에 두라니까!"라고 하곤 했다. 잘 보관한 것일수록 더 찾지를 못하니 눈에 잘 띄는 침대에 올려놓으라는 얘기 였다. 심지어는 칠 년 전 차를 바꾸면서 비상키를 야무지게 보관한다고 했던 게 사라져 결국은 그 키를 찾지 못한 채 이번에 다시 차를 바꾸었을 정도이다. 물건을 못 찾아 진땀이 날 때는 찾는 물건에도 휴대전화처럼 전화할 경우 소리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기억력을 되살리는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손 운동이나 두뇌운동을 많이 해야 기억력이 빨리 퇴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글읽기와 글쓰기, 수세기 법이라든가 하루에 노래 세 곡 부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 있다. 두뇌 운동은 뇌에 자극을 주면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회로가 튼튼해지고 뇌의 기능이 향상되어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제일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이기에 뇌 운동은 늙은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뇌 세포를 죽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 중에서 글을 하루에 두 시간씩 읽고 쓰면 뇌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하니 책과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나이란 망각의 지우개로 하루하루를 지워가니 아이는 어미가 안타까워 칠판을 사온 것이다. 선물이란 명품이나 값비싼 물건이라야 좋은 게 아니라 받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돈을 많이 주고 산 물건이라도 받는 이에게 필요치 않다면 그 물건은 무용지물이 되기에 '가려운데 긁어준다.'라는 말처럼 아들은 집에 올 때마다 어미가 필요한 걸 눈여겨봐 두었다가 다음 올 때 사 가지고 오는, 늘 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는 사려 깊은 아들이다. 아들이 사온 '블랙칠판'을 이젤에 끼워 눈에 잘 보이도록 거실에 세워두니 카페 같아서 커피 생각이 날 정도로 기분도 좋아지고 색색의 형광 마카로 글을 써 보니 한눈에 쏙 들어와 잊지 않고 하루 일과를 챙길 수 있어 더더욱 좋다. 늙은이들은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억지 주장을 하며 나이를 감추려 염색을 하고 젊은이들 흉내를 내어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이가 되는 게 아니기에 주름살이 느는 것에 마음 두지 말고 좀 더 많은 너그러움을 갖고 어떤 일이든 유연히 대처해 갈 수 있는 넉넉함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황혼이 안겨주는 허탈감을 하나하나 보완해서 노을 진 풍경을 아름답게 가꾸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이렇게 칠판에 글을 쓰는 것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줄을 왜 몰랐을까……. 칠판에다 글을 쓰니 내일 할 일을 알아서 좋고 뇌 세포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저녁을 먹고 색색의 마카로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칠판에 적어놓고는 '그래! 진작 이렇게 할 걸.' 혼자 중얼거리며 기억 감퇴로 무너진 자존심을 찾은 듯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흥건히 고인다. <시인, 수필가 전미야> ************************************************************************** 가족 여러분... 나이는 우리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앗아갑니다. 그중에서도 혹여 기억력 감퇴로 내 사랑하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올까 봐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많이 읽으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하니 문학을 좋아하시는 우리 가족님들에게는 이 또한 반가운 일이며 저물녘 노을이 초라하지 않을 것이기에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아침 산책길 푸르름이 넘실거려 온통 녹색의 장원(粧園)이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과 눈 맞출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쫓기듯 지친 하루를 껴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가족님들 오늘은 바쁜 일 힘든 일들 잠시 접고 바람도 만나고 푸르름도 만나는 청량제 같은 상큼한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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