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에 적고 싶은 전화번호 ♧^*^
글/청호 윤봉석
가슴에 적고 싶은 아름다운 전화번호는
언제나 행복한 그리움을 주고
추억의 일기장을 열면
삶에 찌든 무게까지도 홀연히 벗겨주는
첫눈 오는 날
아름다운 추억의 책장을 넘기다
눈에 번뜩 들어온 무지갯빛 전화번호 하나
빨간 글씨로 쓰인 것을 보면
필경 중요한 전화번호 알 것 같은데
아리송한 수수께끼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아주 특별한 전화번호 같은데
누구의 전화번호인지
골똘히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어
궁금증은 증폭되고 그냥 묻고 지나치기엔
기억이 날 것 같은 핑크빛 전화번호 용광로 불꽃처럼 불똥이 튀던
추억의 전화번호는 찌는듯한 불볕더위에
에어컨 바람을 줄 것 같고
한줄기 소나기로 더위를 식혀 줄 것 같은
그 전화번호에 눈망울이 떨어지지 않는
가슴에 아름다운 전화번호가 하나 있습니다 벨 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흥분을 주는
그 전화번호는 알밤을 줍다 놀란 다람쥐처럼
언제나 나에게 설렘을 주고
낙엽 지는 쓸쓸한 가을날에도 따뜻한 국화차
한잔을 들고 와 나누어 마시자고 할 것 같은
늘 귓전에서 맴도는 전화번호가 하나 있습니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따뜻한 모닥불 같은 전화번호는
썰매를 타자고 애교를 부리며
첫눈이 온다고 눈사람을 만들자고
눈 소식을 전해 줄 것 같은 전화번호는
잊으려도 잊을 수 없고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내 가슴에 거울 같은 전화번호가 하나 있습니다 동백꽃 바람이 자자들 무렵 매화향을 들고와
아지랑이 숲속을 걸어 진달래를 꺾으러 가자고
봄소식을 전해 줄 것 같은 핑크빛 전화번호는
내 가슴에 언제나 찬란한 보석이며
아름다운 꿈을 꾸게하는 꿈에 전화번호는
가슴에 품을 수록 더 빛이나는
샛별같은 전화번호가 하나가 가슴에 있습니다 02로 시작되는 번호에 버튼을 눌렀다 내 가슴에 이슬처럼 영롱하게 때 묻지 않고
보석처럼 찬란히 빛나는 너의 전화번호엔
사시사철 장미꽃이 피고 가슴에 품으면 따뜻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첫사랑 같은 네 전화번호를
노랫말처럼 외우고 시처럼 읊어가며 살련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
잘 안 들려요 크게 말해요 이게 웬일인가
나에게 편지를 쓰게 한
펜팔로만 주고받던 첫사랑을 가르쳐 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전화번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말끝마저 흐려진 전화번호에 가슴이 아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