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음양
한의학을 배우고 한의술을 이용하는 데는 음양을 구분하면 그만이다. 체질에도 음양의 구별이 있고, 증세에도 음양의 구별이 있고 약의 성질에도 음양의 구별이 있으니, 체질의 음양을 분간하고 증세의 음양을 살피고, 약물의 음양을 맞추면 병적 현상은 자연히 제거되는 것이다.
가. 음양의 개념
한의학 원리에 대한 설명이 음양이니 오행(五行)이니 하여 용어가 비현대적이고 한의사들의 설명 또한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의학 그 자체를 아무런 학술적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설명 방법이 잘못되었다던가,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원리와 사실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음양설은 중국 철학에 굴림을 두고 있으니, 우주 자연의 법칙을 이 음양설로 설명하는 것이다. 음양이 양적으로 어떻게 배합되느냐에 따라서 오행의 물질이 생겨나고 음양 두 기운의 자람과 쓰러짐에 따라 계절이 바뀐다.
오행설은 다원론이요, 음양설은 이원론이요, 태극설은 일원론이니, 다원론은 이원론에 통제되고, 이원론은 일원론으로 돌아가는데 동양 학문의 진면목이 있다.
이 음양설을 철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굉장히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일이므로 여기에서는 다만 한 의학상의 음양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만 말하기로 하자.
알기 쉽게 말하면 양은 동(動)을 의미하고 음은 정(靜)을 의미한다. 양은 적극적이며 음은 소극적이다. 활동을 왕성하게 하면 많은 열량을 소모하여 체온이 높아지고, 활동을 적게 하면 체온이 내려간다. 그래서 더운 것은 양이며 추운 것은 음이다.
이 음양이 잘 조화되어야만 우리는 평상 상태의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고 음양이 조화되지 않아 생리적 조절의 균형이 깨지면 거기서 병적 현상이 생기는 것이므로, 평상의 생리 상태를 벗어난 것은 모두 병이다. 지나친 것도 병이요, 부족한 것도 병이다. 체온이 39℃나 40℃로 올라간 것도 병이요. 35℃나 34℃로 내려간 것도 병이다.
맥박이 정상에서 벗어나 1분에 90번이나 100번으로 많이 뛰는 것도 병이요, 50번이나 40번으로 적게 뛰는 것도 병이다. 앞의 예는 양의 활동이 강하고 음이 약한 것이고, 뒤의 예는 음이 강하고 양이 약한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주의 온갖 사회가 성장 발전과 소멸이라는 음양 변화의 법칙에 따라 계속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따라서 음양은 만물의 강령이며 변화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음양 학설은 또한 자연의 규율을 인식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되어 있다. 의학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체의 생리 활동, 질병의 발생 변화 역시 음양 변화의 이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질병의 규율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질병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음양의 대립과 조화 그리고 그 운동의 변화에 대한 기본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 음양의 대립과 상호 동근
음양이란 상호 대립과 상호 조화의 두 가지 측면으로서 자연계의 각종 사물과 현상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음양의 대립과 조화 현상은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가령 천(天)은 양이고 지(地)는 음, 낮은 양이며 밤은 음, 남성은 양이고 여성은 음, 기(氣)소 양이고 혈(血)은 음인 이라는 등 어떤 사물이든 모두 대립하면서 우주간에 존재하게 되고, 또한 그 일정한 속성에 따라 음과 양의 두개로 나뉘어진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한 걸음 너 나가 설명한다면 일체의 동(動)과 정(靜), 명(明)과 암(暗), 흥분과 억제, 한랭(寒冷)과 온열(溫熱), 외재(外在)와 내재(內在), 무형(無形)과 유형(有形)등이 대립하는 속성(屬性)은 무엇 하나 음과 양의 대립 관계가 아닌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음양 그 자체는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여기에는 물질적인 기초가 있으며, 그것은 일체를 포괄하고 일체에 미치게 할 수 있으며, 온갖 만물의 대립과 조화를 포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양이라 것은 이름이 있으되 형태가 없다. 가령 낮은 양이요. 땅은 음이지만, 낯 중에도 또한 양과 양중의 음의 구별이 있으며, 밤중에도 음중의 양과 음중의 음의 구별이 있다.
음중의 음이 있고 양중의 양이 있다. 아침에서 낯까지는 하늘(天)의 양이면서 이를 양중의 양이라 한다. 대낮에서 황혼(黃昏)에 이르기까지는 하늘의 양이면서 양중의 음이 된다. 일몰에서 계명(鷄鳴)에 이르기까지는 하늘의 음이면서 음중의 음이다. 계명에서 아침에 이르기까지는 하늘의 음이면서 음중의 양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음양 중에 다시 음양이 있다는 이론을 전개 유추해서 다른 그 밖의 사물에 대해 따져 생각하면 온갖 사물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런 관계로 음양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며, 또한 어떤 하나의 사물을 고정적으로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대립면이 바뀜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상호 관련되어 있는 두개의 대립한 사물을 대표하는 것과 함께 같은 사물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상호 대립의 두 가지 측면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에는 반드시 음양 대립이란 객관적인 존재가 있거니와, 이런 따위의 대립면은 서로 용납하지 않는다던가, 혹은 절대로 분할되어져야 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그들 사이에는 상호 자생, 상호 의존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어느 측면이든 다른 측면으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다.
인체 생리면에서 본다면 기능 활동은 대체로 영양물질의 도움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상대적으로 음식물 역시 장부의 활동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나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인체가 필요한 영양 물질로 바뀌어 장부의 조직을 충실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영양 물질은 기능 활동을 만들어 내는 자원이며 기능 활동은 또한 영양 물질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다.
기능은 양에 속하고 물질은 음에 속한다. 이런 종류의 상호작용,상호촉진의 기전은 곧 상호 자생,상호 의존의 구체적인 발현인 것이고 이것이 곧 조화적인 작용이다.
<소문>의 음양응상대론에는 "음은 내부에 있으면서 장을 지키고 양은 외부에 있으면서 음을 억제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생리면에서 음양의 상호의존 관계를 설명한 맏이다. 음기(진액,정혈 등의 유형 물질을 포함)는 내부에 있으면서 양기(기능 활동,이외 기능을 가리킨다)의 공급자이다. 양기는 밖에 있으면서 양기의 보위자가 된다. 이 양자는 서로 의존하고 존망을 함께 한다. 만약 음이 없다면(고음(孤陰)은 살 수 없고 고양(孤陽)은 오래가지 못한다.)은 상태가 되어 일체는 모두 정지적멸(靜止寂滅)하게 되나 조화가 되면 모든 기능이 생동하게 된다.
다. 음양과 인체의 생리,병리와의 관계
동양의학의 개념에서는 인체를 음양에서 따로 떼어 이야기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인체 구조든 생리 기능이든 모두 음양 이론에 의해 문제를 풀이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음양을 말하자면 외부는 양이오 내부는 음이다. 인체의 음양을 말하면 배(背)는 양, 복부는 음이다 장부의 음양을 말하면 장은 음, 부는 양이다. 간, 심, 비, 폐, 신의 오장은 모두 음이며, 담, 소장, 위장, 대장, 방광, 잡초의 육부는 모두 양이다. 또 양중의 양은 심이고 양중의 음은 폐이다. 음중의 음은 신이며 음중의 양은 간이다.
이에 의해 복잡하고도 유기적인 인체는 그 구조 부위든 장부의 속성이든 모두 대립하고 있음과 동시에, 조화된 음양 이론과 그 실천 의의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이론이 구체화되어 있음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음(陰)이 승(勝)하면 양(陽)이 병이 들고, 양(陽)이 승(勝)하면 음(陰)이 병이 든다. 양(陽)이 승(勝)하면 열(熱), 음(陰)이 승(勝)하면 한(寒), 한(寒)이 중하면 열(熱), 열(熱)이 중(重)하면 한(寒)이 된다. 이것은 음양 실조에 의해 일어나는 편승시의 기본적인 병태이다.
어느 면으로든 병변이 일어나면 반드시 다른 한쪽면에 그 영향이 미치게 된다. 음기가 편승하면 양기가 침해되고 양기가 편승하면 음기가 침해된다.
음양의 편승에 따라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현상은 한열 증상이다. 양기가 왕성하면 열증이 나타나고 음기가 왕성하면 한증이 나타난다.
이것은 음양의 편승이 극단에 달하면 이상 현상으로 전화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로서 음양의 조화는 건강을 보증하는데 필수 조건이며 음양의 실조는 질병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라. 음양과 진단, 치료 관계
음양의 실조가 곧 병리 변화의 원칙인 이상 질병에 대한 진단에 있어서도 역시 음양 변화면에서 병상을 탐색하고 질병의 본질을 알아내야 할 것이다.
진(診)을 잘 하려면 색(色)을 관찰하고 맥(脈)을 접(接)해서 먼저 음양을 구별하여 청(淸),탁(濁)을 분명히 한 다음 그 부분을 알아낸다.
척촌(尺寸)을 짚어서 부(浮)(양),침(沈)(음),활(滑)(양),삽(澁)(음)을 관찰하여 병이 일어난 곳을 알아내며, 그에 따라 치료하면 오진하는 일이 없으며 실증(失證)하지 않는다.
이것은 음양의 변별이 곧 진단의 안목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진단을 통해서 질병의 근원을 규명하게 되면 음양 성쇠의 편승에 대처해서 그 편향을 보정하고 조화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당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가 있다.
마. 음양과 양생, 예방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체에 내재하는 음양은 곧잘 자연계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체내 음양의 평행을 유지하려면 결국 자연계의 음양 변화에 적응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소문>의 상고 천진론에는 "음양을 화하게 해서 사시에 조절시킨다".고 했으며, 또한 "사시의 음양은 만물의 근본이다." 그래서 성인은 봄과 여름에 양을 합양 했고 가을과 겨울에 음을 함양함으로써 그 근본을 순종시켰다.
이러한 조절은 만물의 생장에 순행되지만 이런 원칙에 반역하면 그 근본을 쳐서 그 진을 파괴한다. 그러므로 음양 사시는 만물의 시종이며 생사의 근본이다. 이에 반역하면 재해가 발생하고 이에 따르면 대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음양에 따르면 살고 이에 순역하면 죽는다. 이에 따르면 다스리게 되고 이에 순역하면 혼란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연계의 음양 변화에 적응해서 내외 환경의 조화를 유지하면 음양의 편성 편쇠를 일으키는 일이 없으며 그것이 의생(義生)과 질병 예방의 방법이라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1-2. 음양의 생리학적 고찰
사람의 생리 작용에는 두 가지 대립된 힘이 있는데 한 가지는 장기의 기능을 조정하는 힘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 기능을 억제하는 힘이다. 하나의 예로써 심장의 신경 분포 상태를 보면 심장의 억제 신경(음성 신경)은 양쪽의 미주 신경을 지나서 심장의 신경층에 이르렀다. 실험에 따르면 한쪽의 미주 신경을 끊고 그 말초에 있는 끊긴 데를 자극하면 심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작용을 일으킨다.
① 박동수의 감소, 또는 잠깐 동안의 박동 중지(음성 크르노트로프 작용)
② 수축도의 약화(음성 이노트르프 작용)
③ 흥분 전달의 지체(음성 드로모트로프 작용)
④ 흥분성의 약화(음성 바트모트로프 작용)
심장 억제 신경 중추의 흥분은 혈액 안의 산소가 결핍되고 탄산이 적체된 때 증진되고 혈압이 오를 때 증진이 된다.
또 심장 가속 신경(양성 신경)의 중추는 교감 신경이요, 작용은 억제 신경과 반대이다. 만일 심장에 억제 신경이 없고 가속 신경만 있으면 심장의 박동이 일 분간에 일백 번, 일천 번, 무제한으로 빈번해져서 당장에 몸이 타서 없어질 것이다. 반대로 가속 신경이 없고 억제 신경만 있다면 심장의 활동이 정지되어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로 일정한 맥박을 유지하려면 이 두 신경의 흥분이 잘 조절되어야 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 조화이다. 음양이 조화되지 않아서 가속 신경이 항구적으로 흥분 상태에 있어서 체온이 보통 사람보다 높고 맥박이 강한 것을 "음은 허하고 양은 승하다(陰虛陽勝)"느니, "물이 마르고 불이 성하다"느니, "진음이 부족하다"느니 하고, 억제 신경이 계속적으로 지나친 흥분 상태에 있어서 체온이 낮고 활동력이 약한 것을 "양이 허하고 음이 승하다(陽虛陰勝)"느니, "명문의 불이 쇠했다"느니 "기가 부족하다(氣不足)"느니 한다.
이 음양을 조화시키는 각 신경의 흥분을 조절하는 것은 호르몬(내분비액)과 호르몬 이외의 자극 물질로 추정된다. 한의학을 호르몬 조절 의학으로 보는 것도 틀린 생각은 아니다.
음성 체질인 사람과 양성 사람이 나타내는 생리 현상을 대조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가를 수 있다.
가. 양실(陽實) : 음허(陰虛)
* 체온이 높다.
* 서늘한 것을 좋아한다.
* 맥박이 강하고 빠르다.
* 내쉬는 숨이 강하다.
* 감정의 활동이 극렬하고 육체적으로도 차분히 있지 못한다.
* 물을 많이 마시고 특히 냉수를 좋아한다.
* 담백하고 시원한 음식을 좋아한다.
* 소화가 잘 되고 식욕이 왕성하다.
* 얼굴에 붉은빛이 돈다.
* 변비가 잘 된다.
* 소변 색깔이 붉고 분량이 적고 누는 횟수가 드물다.
* 추운 계절을 좋아한다.
나. 음실(陰實) : 양허(陽虛)
* 체온이 낮다.
*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 맥박이 약하고 늦다.
* 들이쉬는 숨이 강하다.
* 조용히 있기를 좋아한다.
* 갈증을 별로 못 느끼고 더운물을 좋아한다.
* 얼굴에 검은빛이 돈다.
* 더운 음식과 양념된 음식을 좋아한다.
* 설사하기 쉽다.(때로는 소변이 한없이 잦고 변비 되는 일도 있다.
* 소변이 맑고 분량이 많고 자주 눈다.
* 따뜻한 계절을 좋아한다.
1-3. 음양과 심리 현상
인간을 생각할 때는 반드시 몸과 마음, 다시 말하면 정신과 육체를 합해서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생리적 변동에는 반드시 그에 관련된 심리적 변동이 따르며, 심리적 변동도 또한 생리적 변동을 수반한다. 이 둘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동일한 현상을 두 방면으로 관찰 한데 불과하다.
자극의 종류를 정신적 자극, 육체적 자극 등으로 구별할 수는 있으나 생체에 영향을 준 결과는 똑같이 두 방면으로 나타난다, a라는 감정은 곧 α라는 생리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며, β라는 생리적 변동은 곧 β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쁜 감정은 기뻐하는 표정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우울한 표정에서 즐거움의 정서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표정은 곧 생리적 변동의 밖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흥분이 될 때는 호흡이 급하고 맥박이 빠르며 평시에 호흡과 맥박이 남보다 빠른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늘 흥분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폐병 환자는 성질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 까다로운 도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폐병 환자는 결핵균에 대해 결사적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리적으로는 활동이 맹렬해서 호흡이 급하고 맥박이 빠르며 체온이 높고 심리적으로는 늘 분노와 적개심의 흥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끝없는 성의를 가지고 애써 간호하는 가족과 간호원에 대해서도 마치 원수나 만난 듯이 적개심을 나타내며 가진 악담과 욕설을 퍼붓고 조그마한 일에도 당장에 칼부림이라도 할 듯이 불같이 화를 내는 때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모두 생리 현상과 심적 변화가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무슨 원인으로든지 흥분되어 있을 때 말로서 정신적 자극을 가하거나 알코올 음료 등으로 육체적 자극을 가하거나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생리적 활동을 앙등시키고 감정을 격화시킨다.
남에게 모욕을 당했을 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사람일 경우에도 어떤 때는 분노하고 어떤 때는 비애에 잠긴다. 분노는 적극적이라 투쟁의 동기가 되고 비애는 소극적이라 원통한 생각을 품게 한다. 건강이 좋고 투쟁의 능력이 있을 때는 분노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설움을 품어서 뒷날의 싸움을 준비한다. 설움은 힘만 있으면 언제든지 분노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술을 마셔도 ‘술이란 무엇이냐, 눈물이냐 한숨이냐' 하고 노래나 하듯이 한숨을 푹푹 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만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져서 끊임없이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모두 생리적 필요에 의해 술의 반응이 적극적으로 될 때도 있고 소극적으로 될 때도 있음을 나타낸다.
식욕이 있다는 것은 생리적으로 소화의 준비가 되어서 음식의 섭취를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성욕이 일어난다는 것은 생식기에 충혈이 되어서 성적 행위를 열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심리 상태와 감정의 발작을 관찰, 조사하여 그 체질과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 심리 현상 역시 음양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양은 삶의 기운이며, 음은 죽음의 기운이라고 한다. 음양의 작용을 생물에 대한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의 작용에 비할 수 있다.
산소는 사람의 호흡에 필요한 기체인데 반해 질소는 동물을 질식시키는 기체다. 그러므로 산소는 삶의 기체로, 질소는 죽음의 기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소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절대로 필요하지만 만일에 공기 중에 질소가 조금도 없고 산소만 있다면 만물이 쉽게 없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생명을 해치는 질소가 공기 중에 적당히 섞여 있는 것이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절대로 필요하다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그와 꼭 마찬가지 이치로 우리들의 모든 장기의 활동을 방해하고 정지시켜서 우리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하는 죽음의 기운, 곧 음이란 힘이 몸안에 작용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절대로 필요하다.
음양 두 형의 심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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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양
소극적 적극적
정적 동적
원한 분노
비탄 환희
침울 경쾌
비겁 용감
사념적 야욕적
1-4. 음양의 생물, 물리, 화학적 고찰
한 의학상 음양은 화학상 산성과 염기성(알칼리성)과 같다. 산성과 염기성은 화학 반응상 상대적 존재다. 이 둘은 전혀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화합하여 둘 중 어느 편의 성질도 가지지 않은 중성의 물질이 된다. 둘 중 어느 한편이 힘이 더 세면 그 센 편의 성질을 나타내게 된다.
인체의 생활 현상, 곧 생명 반응상 음양은 항상 상대적이다. 인체는 음양 두 기가 교차되어서 성립된 것이지만, 그 두 기에 의해서 구성된 인체는 음도 아니며 양도 아니다. 화학상 중성과 같으나 중성은 산성도 아니고, 알칼리성도 아닌 것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완전한 건강체는 음양이 잘 평형을 이루어 양적 현상도 음적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 몸을 말한다. 이 음양의 평형이 깨져서 생활 현상의 변조가 생겼을 때 그것이 곧 질병이다. 이것은 현대 의학의 병리 화학상 인체의 체액은 중성(약 알칼리성)이어야 건강체인데 만일 강알칼리성이나 또는 산성으로 치우치게 될 때 질병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생물 전기학적(電氣學的)으로 볼 때 인체에 질병이 생기면 병이 난 곳에 음성 전위(電位)가 높아지고 그 반대의 극(極)에는 양성 전위가 높아진다. 가령 내장에 질병이 있을 때 그 내장에는 음성 전위가 높아지고 그 반대의 극이 반드시 인체의 표면에 위치하여 거기에 양성 전위가 높아진다.(이것을 밖은 양이 되고 안은 음이 된다.(表爲陽 裏爲陰)고 해석해도 좋다.) 이 양성 전위가 높아진 부분이 한의 경락학으로 따져서 침이나 뜸의 혈처(鍼灸穴)이다. 그 야성 전위가 높아진 부위에 자극을 주어서 전위를 중화시킬 때 질병이 제거되는 것이니 많은 피부 자극 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5. 계절의 음양과 인체의 건강
계절에도 양이 성한 때와 음이 성한 때가 있으니 춘분(양력 3월 20일경)이후 추분(9월 20일경)까지는 양이 왕성해지는 계절이요, 추분 이후 춘분까지는 음이 왕성해지는 계절이다.
양이 왕성한 계절에는 모든 것이 동적이며 적극적이며 생장하고 발달하고 번식한다.
모든 식물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며, 동물계에도 모든 방면으로 활동과 번식 작용이 왕성하여 겨울잠을 자던 동물과 곤충들이 깨어나고 교미가 성행한다. 그리고 음이 왕성한 계절에는 모든 것이 정적이며 소극적이다. 식물은 낙엽이 지고 동물들은 겨울잠에 빠져든다.
계절과 건강 관계를 살펴보면 계절에 따라 그 계절에 특히 많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병이 있는데 청년은 봄과 여름에 몸에 탈이 나기 쉽고 노쇠 병은 가을과 겨울에 악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을 대체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봄철에는 생리적 활동이 너무 왕성한 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피로에서 생기는 병이 많다. 봄을 타나 신경 쇠약에 걸리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여름철에는 몸에 열이 지나치게 많아서 생기는 병이 많다. 폐병, 조울증 따위가 그것이다. 가을철에는 생리적 활동의 위축에 기인하는 병이 많다. 토사 곽란 등 소화기 병이 특히 많다. 겨울철에는 몸에 열이 부족하거나 한기에 상해서 나는 병이 많다. 일반 감기, 노인 해소, 신장병, 기타 신진 대사 기능이 쇠퇴하는 병이 특히 많다.
이것을 음증으로 구분하면 음증은 겨울철에 악화되고 양증은 여름철에 악화된다. 몸안에 양의 기운이 많은 사람이 여름철을 맞으면 몸 안의 양과 바깥 기후의 양이 합세하여 양이 더욱 왕성해져서 음양의 조절되지 않는 정도가 건강을 유하기 어려울 만큼되어서 드디어 질병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몸 안의 음의 기운이 많은 사람이 겨울철을 맞으면 바깥 기후의 음과 합세하여 음증의 병이 생긴다. 사람이 죽는데 횡사나 어떤 급격한 원인으로 죽는 것이 아니고 만성병이나 노쇠로 인한 자연사는 그 시기가 대개 정해져 있다, 노인의 자연사를 보면 해가 진 후 어두워지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밤 12시 무렵이 되면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혼수 상태에 들어간다, 오전 2시 무렵이 되면 더욱 위험해서 방금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로 가다가 오전 5시에서 10시 사이에 절명되는 예가 많다. 이것은 각자가 경험한 것을 회고하고 또 많은 부고를 모아 놓고 절명된 시각을 살펴보면 쉽게 알 것이다.
여러 집의 제삿날을 조사해 보면 겨울철과 봄철에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음이 왕성한 시기에 사람이 많이 죽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그것을 음양으로 설명하면 양은 삶의 기운이고, 음은 죽음의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음이 몸안에서 활발하게 작용해서 생리적 활동을 자꾸 정지시키려고 하는데 밖에 있는 음이 또한 왕성해서 안팎이 합세해서 마침내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1-6. 때에 따른 증세의 변화
하루 중에도 음양의 구별이 있다. 낮은 양이고 밤은 음이다. 그리고 날씨가 맑은 것은 양이며, 비는 음이다. 그러므로 병도 체질과 증세에 따라서 낮 동안에 더 지치는 것이 있고 밤에 그런 것도 있다.
양증의 질병을 가진 사람은 해가 뜬 뒤에 몸이 더 피곤하고 해가 진 뒤에는 몸이 편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그리고 구름이 잔뜩 끼거나 비가 내릴 때 몸이 편하고 전등을 켜는 것을 싫어하며 오후 3시 무렵에 가장 힘들어한다. 이와는 달리 음증의 질병을 가진 사람은 해가 뜨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이 편안해지는데 해가 지고 나면 병이 더 지치고 기운이 없어진다. 그리고 활짝 갠 날에 몸이 편하고 환한 불빛을 좋아하며 오전 5시 무렵에 가장 힘들어한다.
이것은 한의에서 음과 양의 증세를 구별하는데 크게 필요한 판별 법이다. 이제 오후에 열이 나는 것과 새벽에 설사하는 것을 들어 음양을 설명해 보기로 하자.
신열은 대개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높이 올라간다. 폐병과 학질이 그렇고 그 밖에도 오후에 열이 나는 일이 많다. 그 까닭은 하루 동안에 양이 가장 성한 때가 오후 2, 3시 사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가장 가까운 때는 한낮인데 땅 위의 양이 가장 왕성할 때는 왜 한낮이 아니고 오후 2, 3시일까? 그것은 땅에서 열이 올라가는 것은 태양의 직사열 때문이 아니고 땅 표면이 태양의 열을 받아서 달아서 그 복사열로 더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위는 시원하고 열대에 있더라도 높은 산봉우리에는 한대에서나 자라는 식물이 살고 있고, 한대라 하더라도 사막에는 더위가 심한 것이다.
그런데 복사열이 가장 강한 오후 2, 3시 무렵에 양이 양을 만나면 왕성해진다는 원칙에 양이 오후 2, 3시 가장 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에 신열도 최고로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을 돌이켜 생각하면 인체 안에 잠재한 병균이 이때에 활동이 가장 왕성해져서 그에 따라 몸 안의 생명의 기운인 양이 필사적으로 대항하는 활동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이것도 양이 양을 만나면 왕성해진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 하루 동안에 음이 가장 왕성할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다. 그 까닭은 해가 진 뒤에 그 이튿날 해가 있는 동안에 얻은 열을 자꾸 발산만 하기 때문에 지면의 열이 점점 약해져서 새벽 먼동이 틀 때는 절정에 달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이 오전 5시경에는 음이 가장 왕성해져서 양이 허하고 음이 성한 사람에게는 좋지 못한 때이다. 매일 이맘때 규칙적으로 설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양이 허한 증거다. 이 증세는 중년 이후 노쇠기에 흔히 나타나고 젊은 사람도 신경 쇠약이니 소화 불량이니 하는, 곧 핏기가 부족하고 양기가 부실한 사람에게 많이 있다. 그 이유는 생리적 활동이 미약한 사람은 혈액 순환이 활발하지 못해서 체온이 부족한 데다 하루 동안의 기온이 가장 낮은 해뜨기 전에는 그 체온마저 유지하기가 곤란해서 장이 수분을 흡수하지 않고 급히 외부로 수분을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수분을 그대로 몸밖으로 배설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몸안에 수분이 많이 있으면 그 수분까지 체온과 같은 온도를 지니도록 하는데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둘째, 몸 안의 수분은 그것이 호흡으로나 땀으로 소변으로 몸밖에 나아갈 때까지 많은 동력 열량이 필요하다.
셋째, 특히 호흡과 땀으로 수분이 발산될 때는 실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기화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막으려는 자기 보호 적인 생리 조절이 새벽 설사다.
1-7. 체질의 음양
사람의 체질과 병 증세를 나누는 경계선은 아주 막연해서 어디까지를 체질이라고 하고 어디서부터 병 증세라고 할지는 개개인 또는 시대에 따라서 다르다. 그리고 개인의 지식 정도, 그 사회의 문화 정도, 특히 의학의 진보 여하에 따라서 건강과 질병의 경계선에 오르내림이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은 그 사람의 체질을 떠나서 그 사람의 병을 말할 수 없으며 그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떠나서 그 사람의 체질을 말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체질이니 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와 시간의 빠르고 느림을 일컫는다는 것이다.
가. 질병과 건강의 한계
질병과 건강의 구획선은 개인과 계층과 지식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므로, 미련한 사람은 몹시 아프지 않으면 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또한 건강에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사소한 병은 병으로 치지도 않고, 무지한 사람은 웬만한 것은 병인줄 모르고 지나가며, 노동 계급에 속하는 사람은 생활에 쪼들려서 병을 병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이 그냥 견디어 나아간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질병의 한계가 훨씬 높아져서, 움직일 수 없고 몸져누울 때가 질병과 건강을 가르는 경계선이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나, 건강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늘 몸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병자로 자처해서 항상 병을 찾고 있는 사람, 지식 계층으로서 자기 몸을 끔찍이 위하는 사람,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은 질병의 한계가 훨씬 내려간다.
코만 좀 간질간질해도 감기 약을 먹고 이불을 쓰고 누우며, 하루만 뒤를 못 보면 두통이 나느니 정신이 흐릿하니 해서 속히 변비 약을 먹고 고쳐야 한다고 야단이고, 너무 과식을하고 운동도 하지 않고 해서 속이 좀 거북하면 그만 소화 불량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소화제를 입안에 털어 넣고 어느 날 밤에 몇 시간만 잠을 못 이루어도 신경 쇠약이라고 병원으로 쫓아가는 등 건강한 때라고는 없을 지경이다.
사람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수명이 줄어가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곧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강을 빼앗기는 때에 거기에 해당하는 병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병의 한계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고 대체로 가르는 수밖에 없다.
나. 양장과 양증, 음장과 음증
양장은 건강체의 양형 체질을 의미하는 것이고 양증은 질병의 양형 증세를 이르는 것이다. 음장도 역시 건강체로서 음형 체질을 의미하는 것이며, 음증은 음형 증세를 가진 질병이다. 그러나 음장이란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음형 체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늘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음증에 편입되고 마는데 있다. 먼저 양장과 양증의 생리 현상을 대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 양장의 생리 현상
1. 보통 사람보다 체온이 조금 높지만 일정한 한도를 넘어서지 않으며 노동을 하거나 바깥 날씨가 차져도 체온에 큰 변동이 없다.
2. 서늘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차고 더운 것이 조금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3. 맥 뛰는 것이 힘이 있으면서 빠르지 않고 부드럽고 매끄럽다.
4. 호흡은 날숨이 약간 강한 듯하면서도 뱉지 않고 온화하다.
5. 활동적이면서도 침착할 수 있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6. 갈증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7. 자극성 음식물을 먹어도 몸에 해가 없다.
8. 속이 답답한 병이 없다.
9. 혀에 태가 끼지 않고 소화가 잘 되고 식욕이 왕성하면서도 한두 끼 굶는다고 해서 맥이 늘어지는 일이 없다.
10. 안색이 붉으면서도 감정이 침착하고 힘이 아랫배에 숨어 있어 보인다.
11. 소변의 분량이 많고 누는 횟수가 드물면서 맑고 누기 쉽다.
12. 설사하는 일이 없고 대변이 굳으면서도 부드럽다.
13. 계절에 따라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14. 적극적이고 동적이면서도 참고 견디는 힘이 있다.
15. 감정이 극단적으로 나가지 않는다.
16. 침착하고 용맹하다.
라. 양증의 생리 현상
1. 체온이 높다.
2. 서늘한 것을 좋아한다.
3. 호흡은 날숨이 강하고 들숨이 약해서 짧고 급하다.
4. 맥박이 빠르다.
5.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동적이면서 안정감이 없다.
6. 갈증이 있고 냉수를 많이 찾는다.
7. 담백하고 시원한 음식물을 좋아하며 자극성 음식물을 먹으면 몸에 해롭다.
8. 속이 답답한 증세가 있다.
9. 혀에 태가 끼며 소화가 잘 되고 식욕이 왕성하다. 다만 입맛은 예민하지 못하고 때로는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지 않아도 속이 꽉 차서 식욕이 전혀 없을 때도 있다.
10. 안색이 붉으면서도 흥분된 얼굴이다.
11. 소변이 붉고 누기 힘들며 분량이 작고 누는 횟수가 드물다.
12. 변비가 되기 쉽다.
13. 봄철과 여름철에 오후에는 몸이 괴롭다.
14. 지구력이 없다.
15. 분노와 환희의 감정에 치우친다.
16. 조급하고 경솔하다.
음장과 음허는 원래 구별하기 힘들고 거의 같은 것인데 그 정도의 차이를 정해서 편의상 구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장의 체질은 원기가 왕성하지는 못하나마 일정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이름이다. 양이 허한 사람은 음장의 체질을 가지고 음의 활동이 지나쳐서 옷이나 거처나 음식 같은 것을 조금만 차게 하면 곧 감기, 복통, 구통 같은 병이 생기고 그 밖에도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거나 몽정을 하거나 해소 천식 습관적인 설사 등 만성병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음증이라도 병인 이상 몸에 열이 생긴다. 아무리 양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아예 죽어 버리지 않고 살아 있는 이상 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그 약한 양이나마 비상시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맹렬한 활동을 해서 건강을 회복하려 한의학에서 허열 이니 가열이니 하는데 이 가열이 한의학을 울린다. 가열을 진짜 열로 잘못 알고 치료하다가 실패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의는 음양 허실 진가를 잘 가리면 그만 이라고 한다.
마. 증세의 음양
한의학은 주된 증세를 치료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한의학만큼 증후학을 발달시킨 의학이 따로 없다. 증후학과 본초 약리학이 한의학의 두 날개가 되어 증세에 따라 자유 자재로 약을 쓰고 있다. 증세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이 없고 또 이것이 한의학 전부라고 할만큼 범위가 넓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한 두 가지 예를 들어서 음양을 가리는 원칙만 말하려고 한다.
바. 안팎과 음양
밖은 양이요 안은 음이다. 급성병은 대개 밖으로 증세가 드러난다. 오한 발열 두통 관절통 등 맹렬 통증을 동반하고 오는 것이다. 그 반면에 만성병은 대체로 안쪽에 숨어 있는 증세다.
병세도 급격하지 않고 치료도 쉽지 않다. 밖으로 드러나는 병세를 치료하는 방법은 땀으로 흩는다. 곧 발한 해열제에 의해 뼈의 독을 살갗과 호흡기를 통해서 몸밖으로 발산시킨다. 이와는 달리 안에 있는 증세의 치료법은 아래로 내린다.
곧 이뇨제나 대변이 잘 나오게 하는 약을 써서 병의 근원을 대변과 소변을 통해서 몸밖으로 배설시킨다. 땀을 내는 약은 담백한 향기 가나고 위로 올려서 흩어 버리는 성질을 가진 양성 약이며, 아래로 내리는 하제(下劑)는 쌉쓰름한 음성 약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와 안에 숨어 있는 증세를 다시 음과 양으로 갈라서 치료한다.
사. 상하와 음양
불은 뜨겁고 물은 차다. 뜨거운 것은 양이고 찬 것은 음이다. 공기는 열을 받으면 상승하고 추우면 하강한다. 불도 그렇다. 물에 많은 열을 가하면 기화하고 공기도 몹시 차면 액체로 바뀐다. 기는 양이며 액은 음이다.
질병도 양증은 위쪽에 나타나고 음증은 아래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픈곳, 곧 질병이 생긴 부분, 또는 병적 현상이 나타난 부위가 횡격막 위일 때는 양이고, 그 아래일 때는 음이다.
두통 감기 해소 각혈 같은 것은 양이요 각기 설사 탈항 등은 음이다.
열이 많을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상기가 되고 눈이 붉고 귀가 울리며, 열이 부족할 때는 복통 설사 요통증 등 아래쪽에 증세가 나타난다. 그리고 육체의 구조로 보아도 남자는 상체가 발달해서 어깨가 떡 벌어지고 여자(女)는 하체가 발달해서 골반 부위가 크다. 남자로서 어깨가 좁은 사람은 남자답지 못하고 여자가 엉덩이가 좁은 사람은 자녀 생산 등 여자 구실을 못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 호흡과 음양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을 주의 해보면 들이쉬는 들숨과 내쉬는 날숨의 정도가 모두 다르다. 이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 음양을 나누는데 가장 손쉽고 중요한 일이 된다. 열(체온)이 높은 사람은 들이쉬는 숨은 거의 없고 후후 내쉬기만 하며 열이 부족한 사람은 들숨이 강하고 날숨이 약하다. 사람이 죽을 때는 흑흑 느끼며 턱이 떨꺽하고 들이쉬고 만다.
위에서 여러 번 말한바 와 같이 음은 죽음의 기운이다. 죽을 때는 음이 극히 왕성하고 양이 없기 때문에 들이쉬는 숨만 있고 내쉬는 숨이 없다. 그리고 감정으로 보아도 흥분이 되고 화가 나서 속이 답답할 때는 내쉬는 숨이 힘차고, 서러워서 흑흑 흐느껴 울 때는 들숨이 훨씬 강하다.
이것을 생리적으로 본다면 체온이 부족한 사람은 산소를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들이쉬는 숨이 강하다. 열이 많은 사람은 몸 안의 왕성한 연소 작용을 좀 억제하기 위해 산소의 공급을 작게 하는 동시에 몸안에서 다량으로 산출되는 탄산을 속히 몸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 내쉬는 숨이 강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들숨의 억제하는 효과, 날숨의 움직이는 효과 및 신경 중추의 흥분이 클 때는 양증이며, 날숨의 억제하는 효과, 들숨의 움직이는 효과 및 신경 중추의 흥분이 작을 때는 음증이다.
자. 기혈과 음양
한의학에서 기라면 의미가 대단히 광범위해서 몇 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려우나 대체로 호흡에 관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좋지 못한 공기는 호흡기를 상하게 하고 과도한 추위는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찬 것이 몸에 닿으면 피부의 조그마한 숨구멍이 줄어들어서 피부 호흡이 정지되기 때문에 폐의 부담이 과중해져서 폐가 갑자기 무리한 노동을 하느라고 열이 생기게 된다. 또 찬 기운에 쏘여서 몸이 부어오르는 때가 있는 것은 땀의 배설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신장의 부담이 과중한 까닭에 신장염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몸을 따뜻하게 하고 양의 성질을 가진 신향온산지제를 쓰면 피부의 숨구멍이 열려서 땀이 나고 피부의 호흡이 원상으로 회복되어 몸이 편안해진다. 호흡기병은 기에 관계된 병이며, 심장이나 신장의 병은 혈에 관계된 병이다. 기는 호흡에 의해서 산소를 제공함으로써 영양분을 연소시켜 동력을 얻게 하고 피는 혈액순환에 의해서 영양분을 운반하고 공급하는 것이다.
차. 명암과 음양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양이며,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음이다. 이것은 병 증세에 비춰 보면 어떤 병자는 문을 가려서 광선을 막아 달라고 하고 밤에는 전등을 켜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급성 폐병의 발병 당시 등), 어떤 병자는 병실에 볕이 반짝 드는 것을 좋아하며, 밤에도 불을 끄지 못하게 한다. 앞의 사람은 양증 질병에 걸린 사람이고 뒤의 사람은 음증 질병에 걸린 사람이다.
그러면 음증에 왜 양이 드러나며 양증에 왜 음이 드러나는가?
그 까닭은 음증에는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양을 도와서 음양의 균형을 얻기 위해 외부의 양의 원조를 요구하여 밝은 것을 좋아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데에 있다. 양증에 음을 요구하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이다.
카. 변비의 음증과 양증
변비증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장의 운동이 너무 작아서 생기는 변비증(무력성 변비증)이며, 또 하나는 이와 반대로 장의 운동이 너무 지나쳐서 생기는 변비증(경련성 변비증)이다. 앞의 것은 음증이고, 뒤의 것은 양증이다. 이것을 무열성 변비증과 다열성 변비증으로 구별할 수도 있다.
다열성 변비는 몸에 열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땀과 호흡으로 대량의 수분을 있는 대로 다 흡수하므로 대변이 건조해져서 변비가 된다.
설사에 대해서 변비는 양증이지만 변비를 다시 음결과 양결로 나누고 음결을 다시 양이 허해서 생기는 변비와 음이 허해서 생기는 변비로 나누어 치료 방법이 저마다 다르다. 이때 음결은 체질로 말미암은 습관성 만성 변비를 가리키고, 양결은 급성 질병으로 말미암은 변비증이다.
최근에는 변비에 걸리면 약을 먹어서 설사를 하게 하는 일이 많은데 이것은 사실 서양 의학에서도, 동양 의학에서도 다같이 기피하는 치료법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자. 우선 하제를 쓰기 시작하면 습관이 되어서 그 뒤론 계속 쓰지 않으면 뒤를 보지 못한다. 또 효력 체감의 법칙에 의해서 약의 분량을 점점 더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따르며,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진만 빠지게 되고, 생리적 자연 조절을 무리로 세게 교란시켜서 다른 악영향을 발생하게 하는 것 등이다.
결국 변비에는 식이 요법이나 특히 식물성 한방 요법이 아니면 근본 치료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타. 정신병의 음증과 양증
정신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서양 의학에서는 이것을 발병의 원인과 병자의 연령, 또는 병의 증세에 따라 분류한다. 치매증(조발성, 마비성, 노인성, 치매증 등) 광조증(우울증, 망상병, 중독, 피해, 질투, 가난, 과대 등)등으로 나누기도 하고 유전성, 뇌매독성, 동맥 경화증성, 알코올 중독증성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무 살 남짓에 많이 발생하는 조발성 치매증이 마흔에 가서 처음 나타나는 일도 있고, 중년에 많이 발병하는 마비성 치매증이 스무 살 안팎에 나타나는 수도 있다. 또 마비성 치매증의 원인이 매독이라고 하지만 이 병을 페니실린이나 수은이나 그 밖의 매독을 퇴치하는 방법을 써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여러 가지 단백질 요법, 유황 요법, 발열 요법 등이 잘 듣는 수가 많다고 한다.
증세로 말하더라도 조울증, 치매증에도 망상증이 있고 알코올 중독증에도 망상증이 있으므로, 이런 분류가 오히려 번거롭기만 하고 막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신병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광증은 양진에 속하고 간질은 음증에 속한다.
1. 간질과 광증과 치매증을 겸한 것.
2. 광증과 치매증을 겸한 것.
3. 간질과 치매증을 겸한 것.
4. 광기만 있는 것.
5. 간질만 있는 것.(경련이 발작한 때만 정신을 잃고 평상시에는 정신작용에 결함이 없는 것)
6. 간질도 광증도 없고 정신 작용만 아주 불완전한 것.(이른바 백치라는 것인데, 조발성 치매증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먼저 간질에 대해서 살펴보자
간질은 발작할 때 신열이 있고 맥이 펄펄 뛰며 소리를 지른다. 흥분이 되거나 직사광선을 받거나, 여러 사람이 우글거리는 곳에 가거나, 불 앞에 오래 있거나 하면 발작하기 쉽다. 낮에 잘 발작하는 것은 양증이다. 그와는 달리 발작할 때 맥박이 늦고 가늘어지고, 소리를 지르지 않고, 무서움을 타거나 놀래고, 물가에 가거나 하면 발작되기 쉽고, 경련이 없는 대신에 그저 정신만 잃어서 의식이 몽롱해지거나 또는 현기증만 있고 마는 때가 있는 것, 그리고 밤에, 또는 자다가 흔히 발작하는 것은 음증에 속한다.
광증도 이와 비슷하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말이 많고, 쾌활하고, 몸의 움직임이 요란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폭행을 하고, 곧잘 화를 내거나 껄껄 웃고 질투 망상, 의처증 같은 것과 과대 망상(나는 옥황 상제다, 어느산 산신령이다 하는 등)같은 양증이다.
이와 반대로 기분이 침울하고 별로 움직이지 않고 말도 없고 늘 원한을 품고 서러워서 울고 때로는 자살을 기도하며, 나는 얼마 안 있으면 죽는다. 누가 나를 뒤쫓고 있다. 나는 파산해서 알거지가 되었다 같은 공포 망상증이 있거나 누가 밥에다 독약을 넣어서 나를 먹였다는 등의 중독 망상증이 있으면 음증이다. 이러한 정신병을 치료하려면 모든 증세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장부학적 견지에서 어느 장기에 무슨 이변이 있는 가를 규명해서 각자의 체질과 증세에 맞도록 치료해야 한다.
1-8. 장부의 음양
서양 의학과 한의학 사이에 장부(臟腑)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데 서양 의학에서는 폐장, 심장, 비장, 췌장, 신장, 그 밖에 내분비 장기를 가리켜 장이라고 하고 한의학에서는 폐(肺), 심(心), 비(脾), 비장과 췌장을 합해서 비라고 한다), 신(腎), 그 밖에 명문(命門)을 가리켜 장이라고 한다. 또 서양 의학에서는 위, 소장, 대장, 담낭, 방광 그 밖에 장기 사이의 막을 부(腑)라고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위, 소장, 대장, 담낭, 방광, 그밖에 삼초(三焦)를 가리켜 부라고 한다.
그리고 서양 의학에서는 해부와 실험에 의해서 장기의 구조, 장기 상호간의 연락 관계, 각 장기의 작용을 연구하는데, 한의학은 해부적 실험보다는 생리 현상을 계통별로 분류해서 그것을 통제하고 대표하는 장기를 정했다.
그래서 한의의 '심(心)'이라는 것은 서양 의학의 '심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심장의 모든 작용과 심장으로 인한 모든 현상을 표시하며, 한편으로는 추상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의 경우에는 한의학에서는 광범위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신장이라는 장기와 생식기 계통, 비뇨기 계통, 정력을 조절시키는 내분비 계통 전부를 통괄하는 것으로 본다.
그 밖에 한의학은 장기의 연락 관계도 이것을 해부학상 연락 관계보다도 화학적 상호 관련, 즉 호르몬에 의해 영향받는 각 기관의 기능의 관계를 연구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갑상선을 떼어 내면 물질 대사는 대개 감퇴하지만 함수 탄소의 동화작용은 항진한다.
그런데 함수 탄소의 동화 작용이 항진한다는 것은 곧 췌장 기능이 왕성해진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반대로 췌장을 떼어 내면 일반 물질 대사는 항진되지만 함수 탄소의 동화작용은 감퇴된다. 이 관계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흙이 물을 이긴다" 곧 토극수(土克水) 해당된다. 췌장은 비(脾)에 속하므로 토(土)요, 부신과 같이 갑상선은 신(腎)에 속하므로 수(水)로 볼 수 있다. 비와 신의 작용이 서로 억제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토극수(土克水)라고 한다.
또 심장의 활동이 왕성하면 호흡은 곤란하고, 소화는 잘 된다. 그 이유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심(心)은 불(火)에 속하고 폐(肺)는 쇠(金)에 속하는데, 불과 쇠는 상극이어서 불이 쇠를 녹이므로 심장의 활동이 강해지면 폐의 활동이 약해진다.
그런데 오행설에 따르면 "불은 흙은 낳는다(火生土)", 다시 말하면 불이 흙을 도와준 생리적 기구는 실로 미묘해서 신장의 활동으로 인해서 피로해진 호흡기를 간접적으로 심장의 활동이 보충해 주는 측면이 있으니, 곧 불은 흙을 돕는데(火生土), 또 흙은 쇠를 도와서(土生金) 심이 비를 비가 폐를 돕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생 상극(相生相克)의 원칙이다.
폐병 환자가 대개 초기에는 식욕이 보통 사람 이상으로 왕성하고 소화가 잘 되나 신열이 나고 심장이 항상 피로해서 힘든 일을 감당하지 못함은 이 원칙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이다.
또 한의학에서는 비(脾)와 위(胃), 간(肝)과 담(膽), 신(腎)과 방광(膀胱), 심(心)과 소장(小腸), 폐(肺)와 대장(大腸)이 각각 음양으로 한 짝을 이루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때 다른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지만, 폐와 대장, 그리고 심장과 소장을 한 짝으로 다루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의 기능이 유사하고 작용이 서로 밀접히 연결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면 이것은 쉽사리 이해될 수 있다.
우선, 폐와 대장의 관계를 살펴보자.
폐는 탄산가스를 몸밖으로 배출하고 대장은 대변을 배출한다. 또 폐는 수분을 발산하고 대장은 수분을 흡수한다. 그리고 폐는 공기를 호흡하고 대장도 때때로 가스를 배출한다(방귀). 그 밖에 폐에 열이 있으면 변비가 되고 폐의 활동이 약하면 설사가 난다.
다음에 심장과 소장의 관계를 살펴보면, 먼저 심장은 영양분을 온몸에 분배하고 소장은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리고 심장은 정맥혈을 폐에 보내고 소장은 소장 안에 있는 내용물을 대장에 보낸다. 이것은 해부학상 연락 관계보다 기능상 연락 관계를 한의학이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의 좋은 본보기이다.
우리가 한의학 서적을 보면 간(담)은 목(木)에 속하므로 왼쪽에 있고 폐(대장)는 금(金)에 속하므로 오른쪽에 있고 비(위)는 토(土)에 속하므로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역시 오른쪽에 있다. (肝[膽]屬木而位左, 肺[大腸]屬金而位右, 脾[胃]屬土而寄位西南故亦, 在右一丹溪)'와 같은 귀절이 나오는데, 이런 말이 해부학에 굴림을 두고 해석하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모른다. 간장은 오른쪽에 있는데 왼쪽에 있다고 하고 폐와 대장은 오른쪽과 왼쪽에 다 있는데 왼쪽에만 있다고, 비장과 위는 왼쪽에 있는데도 이것을 오른쪽에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오른쪽이니 왼쪽이니 하는 것이 장기의 해부학상 위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장기의 생리적 반응이 나타나는 부위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런 의문은 쉽사리 해소될 수 있다.
우선 두통을 예로 들어보자. 상습적 두통은 대개가 소화 불량에서 오는 것인데 ,식사가 끝난 2, 3시간 뒤에 가장 심하다. 아픈 곳을 같은 힘을 주어 지압하면 누구든지 오른쪽이 더 아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누르지 않아도 자각 증세로 오른쪽이 더 아프다고 말한다.
이것이 곧 편두통인데 편두통의 대부분은 오른쪽 편두통인 것을 웬만큼 주의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또 견비통(肩臂痛)을 예로 들어보자. 대개의 견비통이 상습 변비와 상습 설사, 곧 대장에 탈이 낫을 때 나타난다. 이것은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 팔이 더 아프다. 장과 부는 저마다 기능이 다르지만, 각 장과 부에 공통된 다른 점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장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쉴 사이가 없다. 심장,폐장뿐만 아니라 비장,간장,신장 역시 모두 마찬가지다. 마치 우리의 가정 생활에 여자가 맡은 일처럼 밖에서 볼 때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지만 음식 만들고, 청소하고, 세탁하고, 자녀를 기르고 해서 하루도 쉴 날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깥주인은 하루 이틀쯤은 멀리 떠나거나 앓아 누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 전체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이 없지만 주부의 경우에는 어디로 가거나 아파서 누우면 단 하루라도 전 가족의 생활에 큰 곤란이 따른다. 장이 이처럼 쉴새 없이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부는 일이 없을 때는 쉬고 필요한 때만 힘들여서 일한다.
위는 음식이 들어오면 힘들여 일해서 그 내용물을 소장에 보낸 뒤에는 다시 음식물이 들어올 때까지 쉰다. 소장,대장,방광,담낭 역시 마찬가지다.
둘째로, 장보다 부가 밖에서 보기에, 또는 자각적으로 그 존재를 알기가 쉽다.
셋째로, 장은 그 반응이 전부 구부리는 근육 쪽에 나타나고 부는 그 반응이 펴는 근육 쪽에 나타난다.
오장 중에 그 존재를 가장 알기 힘드는 것이 신장이고 가장 알기 쉬운 것이 심장이다. 신장은 해부를 해 보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은 왼쪽 젖가슴 아래에서 항상 동작하는 것을 살필 수 있다. 놀래거나 하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은 음 가운데 양인장(陰中之陽臟)이요, 신은 음 가운데서도 음인 장(陰中之陰臟)이다.
오부 중에서도 그 존재를 가장 알기 힘드는 것은 담낭이고, 가장 알기 쉬운 것은 소장이다. 담낭은 해부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있는지 없는지 알기 힘들지만 소장은 복통이 있든지 할 때는 어린애도 그 동작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므로 소장은 양 가운데도 양인 부(陽中之陽腑)이며, 담낭은 양 가운데 음인 부(陽中之陰腑)이다.
1-9. 경락의 음양
경락(經絡)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오는 경락편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여기서는 그 음양의 구분만 언급하려고 한다. 인체 내부의 변동은 반드시 바깥쪽에 반응되는데 각 장기에 소속된 특정한 몸 표면의 반응 부위를 경락이라고 한다.
먼저 육부(六腑)의 경락을 살펴보면, 위, 소장, 대장, 담낭, 방광, 삼초를 일컫는 육부의 경락은 모두 뻗는 근육 쪽에 자리잡고 있다.
소장에 이상이 있을 때 반응이 나타나는 소장경락은 새끼손가락의 뻗는 쪽에 있으며, 대장경락은 둘째손가락의 뻗는 쪽에 있고, 위경락은 둘째 발가락의 뻗는 쪽에, 담경락은 넷째 발가락의 뻗는 쪽에, 방광경락은 새끼발가락의 뻗는 쪽에, 그리고 삼초경락은 넷째 손가락의 뻗는 쪽에 자리잡고 있다. 부는 앞서 말한 대로 일이 있을 때만 움직이고 일이 없을 때는 쉰다.
다음에 육장(六臟)의 경락을 살펴보자.
육장은 폐, 심, 간, 비, 신, 명문을 이름이다. 이 경락은 모두 구부러지는 근육 쪽에 있다. 폐에 이상이 있을 때 반응이 나타나는 폐 경락은 손의 엄지손가락 구부러지는 쪽에 있으며, 심 경락은 새끼손가락의 구부러지는 쪽에, 비경락은 발의 엄지발가락 위쪽 구부러지는 쪽에, 신경락은 발바닥 구부러지는 쪽에, 그리고 명문심포(命門心包) 경락은 손의 셋째 손가락 구부러지는 쪽에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장은 생명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늘 일한다.
1-10. 맥동의 음양
맥(脈)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오는 맥편(脈篇)에 자세히 설명하겠으므로 여기에서는 극히 간단하게 맥에도 음양의 구분이 있다는 것만 말하겠다.
사람의 몸에서 맥이 뛰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이다. 동맥 혈관이 비교적 크고 동맥 혈관과 몸 표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데에서는 대체로 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 맥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목 동맥과 손과 팔이 잇대어 있는 관절 부분에 자리잡고 잇는 요골동맥(橈骨動脈)이다. 한의학에 서는 목 동맥을 '인영(人迎)'이라고 부르고 요골동맥을 '기구(氣口)'라고 부른다. 서양 의학에서나 한의학에서나 다같이 맥이 뛰는 것을 기구에서 살펴보는 것은 그 자리가 맥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기구의 맥만 가지고도 오장 육부의 병을 다 알 수 있다고 한다. 기구는 폐경맥 선상에 있는데, 엄지손가락 쪽 팔목 굽어지는 곳에서 자기 손가락 한두 개의 폭과 거의 같은 자리에서 찾으면 된다. 이 기구를 다시 '촌(寸)''관(關)''척(尺)'의 세 부위로 나누어 오른쪽과 왼쪽을 합해서 '육맥(六脈)'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체질이 모두 같지 않으므로 맥이 뛰는 모습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한의학적으로 이름을 부친 맥의 종류만 해도 상당히 많지만 크게 나누어 부침(浮沈), 대미(大微), 활색(滑穡), 삭지(數遲)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① 부맥(浮脈) : 손을 누르지 않고 피부에 가볍게 손을 대기만 해도 맥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것.
② 대맥(大脈) : 맥이 폭넓게 뒤는 것.
③ 활맥(滑脈) : 새 기계에 기름을 친 것처럼 맥의 움직임이 매끄럽고 연한 것.
④ 삭맥(數脈) : 맥이 보통 사람보다 빨리 뛰는 것. 어른의 보통 맥박 수가 1분에 70회라고 하면 체질에 따라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나 80회 이상은 모두 삭맥으로 보아야 한다.
이상의 맥은 모두 양에 속하는 맥이다.
① 침맥(沈脈) : 손을 가만히 대서는 맥이 뛰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꾹 눌러야만 비로소 맥을 알 수 있는 것.
② 미맥(微脈) : 맥의 폭이 아주 좁고 가늘어서 있는 듯 없는 듯한 것.
③ 색맥(穡脈) : 녹슨 기계처럼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고 꺽꺽해서 걸리는 것 같은 것.
④ 지맥(遲脈) : 맥박 수가 보통 사람보다 적은 것. 1분에 60회 이하라면 지맥으로 보아야 한다.
이상의 맥은 모두 음에 속하는 맥이다.
1-11. 약성의 음양
한의 약리학(漢醫藥理學)의 기초 이론은 기미론(氣味論)이다. 기(氣)는 약의 성질을 뜨거운 것(熱), 따뜻한 것(溫), 보통인 것(平), 서늘한 것(冷), 찬 것(寒)으로 구분하는 것이며, 미(味)는 미각을 자극하는 약의 매운맛(辛), 단맛(甘), 신맛(酸), 짠맛(鹹), 쓴맛(苦)으로 분간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뜨겁다(熱)고 하고 무엇을 차다(寒)고 할까?
예를 들면 꿀이나 소주나 대추 같은 것은 얼음에 채워서 먹어도 속이 덥고 체온을 돋구나, 배나 수박은 데워서 먹어도 속을 식히고 설사가 나기 쉽다. 이로써 꿀이나 소주나 대추는 따뜻한 것임을 알 수 있고 배나 수박은 찬 것임을 알 수 있다. 앞의 것은 약성(藥性)이 양이고, 뒤의 것은 약성이 음이다.
또 매운맛은 양이요, 쓴맛은 음이다. 매운맛(辛)은 맛이 짙고 극렬한 것이니 신향성(辛香性)이라는 것은 자극성,흥분성,방향성(芳香性)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추,후추,겨자,마늘 같은 것이 모두 매운맛을 가졌다. 이런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 자리에서 얼굴이 화끈 화끈 달아오르고 땀이 쭉 난다.
쓴맛을 가진 약은 음성이다. 씀바귀,너삼,익모초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가 매운 것을 먹은 때는 입을 딱 벌여서 하하 하면서 매운 기운을 속히 위로 발산시키려고 하며 쓴 것을 먹은 때는 상을 찡그리며 자꾸 침을 삼켜서 속히 아래로 내려보내려고 한다. 땀내는 약이나 흥분제에는 매운맛이 안 끼는 법이 없고 설사약이나 안정제에는 반드시 쓴맛을 쓴다.
위에서 간단히 기미(氣味)에 관해서 말했으나 실제로는 한약은 한 가지 성질만 가진 것이 아니라 한가지 약이 여러 가지 성질을 한꺼번에 가진 일이 많아서 그 복잡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한없이 복잡한 것이 한약, 곧 유기성 약물의 특징이다. 거기에 한약의 가치가 있고 불가사의한 효력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에 서양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늘 한약에서 유효한 한 두 가지 성분만을 추출해서 쓰려고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고집하는 일이 많다. 유기 화학이 아직 유치한 단계에 있는 오늘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대 의학의 한 병폐라고도 볼 수 있다. 분석은 종합을 전제로 한 분석이라야 하는데 분석 과학 시대인 현대에 와서는 분석은 분석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종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일이 많다. 가령 인삼을 대단히 좋은 약이라고 하자. 인삼 속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있어서 그 중에는 혈액 순환과 호흡 작용을 돕는 것도 있고, 소화 기능을 돕는 것도 있고, 생식 기능을 돕는 것도 있다고 추측된다. 그러므로 심장이면 심장, 위면 위, 한 장기에만 유효한 성분을 추출해 가지고 그것으로 인삼의 작용과 효과를 논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그 밖에 다른 유효 성분이 없다고 성분을 추출해 가지고 그것으로 다른 유효 성분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없고, 만일에 있다고 치면, 그로 말미암아 효과는 어디에서 구하며, 따라서 종합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차라리 기미론에 의하여 인삼의 종합적인 효과를 논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인삼을 기(氣)로 따질 때는 약간 따뜻하고(微溫), 맛으로 따질 때는 쌉스름하고(薇苦), 달착지근하며(薇甘), 담백하다. 색깔로 따질 때는 수삼(水蔘)의 경우에는 황색이고, 백삼(白蔘)의 경우에는 흰색, 홍삼(紅蔘)의 경우에는 붉은 색이 난다.
인삼은 매운맛이 없고 따뜻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술이나 자극성 양념과 같이 흥분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체온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온하게 양기를 도와서 생리적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체온이 부족한 사람의 체온을 높여 준다.
그리고 인삼이 가진 쌉쓰름한 맛은 심장의 흥분과 피로를 치료해 준다. 쌉쓰름한 맛이 있기 때문에 순하고 무리가 없게 허약한 사람의 피로로 인한 발열(發熱)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또 인삼이 가진 달착지근한 맛은 소화기에 작용하여 영양을 북돋아 주고 담백한 맛은 신 경락 곧 생식기 계통의 작용을 조정한다. 인삼의 색깔 가운데 황색의 성분은 비장에 작용하고 흰색 성분은 폐장에 작용하며 붉은 색 성분은 심장에 작용한다.
이 여러 가지 성분이 혼연 일체가 되어서 각 장기에 동시에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건강을 증진하는 종합적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인삼은 이와 같이 다른 어느 한약에서도 볼 수 없는 구비된 성질을 가졌으므로 허약한 사람에게는 이보다 나은 약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또 인삼은 열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열을 내리게 하고, 열이 부족한 사람은 체온이 올라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설사하는 사람은 설사를 그치게 하고 변비가 있는 사람 은 대변이 잘 나오도록 하기도 하고, 소변을 잘 못 보는 사람에게는 오줌 누기 쉽게 하고, 오줌을 자주 누는 사람에게는 오줌보는 횟수를 줄여 준다.
인삼뿐만 아니라 다른 약의 경우에도 한약은 한쪽으로만 작용이 제한되어 있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작용해서 생리 작용의 과부족이 없도록 조절하고 정리해 준다. 사과가 변비도 고치고 설사도 고치는 것은 이러한 다면적인 작용의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
동작에도 음양의 구분이 있으니 뻗어 나가고 펼쳐지는 것은 양이고 구부러지고 움츠러드는 것은 음이다. 더울 때 활개를 쭉 펴고 추우면 사지를 오그리며, 자신 만만할 때는 가슴을 펴고 겁날 때는 몸을 오그린다. 이것을 병의 증세에도 관찰할 수 있으니, 양증은 대개 사지를 펴고, 음증은 대체로 오그린다. 같은 통증이라도 쥐어짜는 것같이 아픈 것은 찬 통증(寒痛)이고 화상을 당한 것처럼 아픈 것은 뜨거운 열통(熱痛)이다. 구역질은 횡격막의 경련증이니, 역시 찬 것이 원인이다.
형태에도 음양의 구분이 있으니, 둥근 것은 양이요, 모난 것은 음이다. 양은 동적이고 음은 정적인데, 원은 고정되지 않고 늘 움직이기 쉬우나 모난 것은 안정되어서 움직이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동양의 우주론에 나오는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 말을 대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 다는 것으로 해석해서 옛 동양인들의 무지의 소치로 돌리고 있으나, '지(地)'가 반드시 지구를 의미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천지(天地),건곤(乾坤),상하(上下),동정(動靜),원방(圓方),음양(陰陽)은 크게 보아 같은 테두리에 드는 말이다.
따라서 '천원지방'이라는 말은 '양은 둥글고 음은 모나다(陽圓陰方)'라는 말과 같고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가만히 있다(天動地靜)'는 것과 같은 말이다. 위는 하늘이요, 아래는 땅이다. 위는 하늘이요, 아래는 땅이다. 위는 양이고 아래는 음이다. 지면은 평평해서 안정할 수 있고 창공은 둥글게 보이며 안정성이 없다.
물체의 존재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인식되는 것이므로 우리의 관찰을 통해서 지면을 평면으로 보는 것이 결코 불합리할 까닭은 없다. 엄격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수평선이라는 것도 비과학적이요. 두 수직선이 평행을 이룬다는 것도 부정확한 소리다.
'원'은 곡선을 의미하고 '방'은 직선을 의미한다. 땅이 모나다는 것은 지면이 평면이라는 것이지 지구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위아래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0도의 경선(經線)위에서 본 아래위와 180도의 경선 위에서 본 아래위는 방향이 정반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아메리카의 위아래는 옳고 아시아의 위아래는 그르다는 말인가? 그런 것이 안이요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의 아래위가 옳고 아메리카에서는 아메리카의 아래위가 옳다. 그러므로 하늘,땅, 위,아래, 동,서라 하는 것이 모두 일정 불변한 것이 안이요, 상대적으로 장소에 따라 자꾸 변하기 때문에 '천원지방'이라고 할 때 땅으로서 일정한 존재인 지구라는 천체를 표시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인체에도 '천원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하다. 곧 머리는 원이며 발은 방이다. 위는 양이며, 발은 음이다. 그러므로 양증은 상체에 나타나고 음증은 하부에 나타난다.
여담을 하나 하자면, 남성미는 직선으로 표시되고 여성미는 곡선으로 표시되는데, 수소의 뿔은 곧고 암소의 뿔은 굽은 것으로 보아 그럴 듯하다. 실제로 육체의 선이 그렇기 때문이다. 곡선은 양이며, 직선은 음이다. 그런데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다. 남자는 양이기 때문에 직선 곧 음으로 조화시키고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곡선 곧 양으로 배합한 것이다.
수에도 음수와 양수가 있으니 홀수(1, 3, 5, 7, 9)는 양수요 짝수(2, 4, 6, 8, 10)는 음수이다. 그러면 왜 홀수는 양수이고 짝수는 음수일까? 양은 동(動), 음은 정(靜)이다. 동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정은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수에서 가장 고정되어 있지 않은 수는 순환 소수요, 순환 소수에 공통된 것은 나누는 수가 반드시 홀수이거나 홀수를 약수로 가진 수라는 것이다. 1, 2, 4, 5, 7, 8,을 3으로 나누면 모두 순환 소수가 되고, 1, 2, 3, 4, 5, 6, 8, 9를 7로 나누면 모두 순환 소수가 된다 11, 13, 17, 19, 23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3 = 0.333..., 2÷3 = 0.666..., 5÷3 = 1.666...)
또 ≪주역(周易)≫에 원 둘레는 지름의 3배이며, 바른 네모는 지름의 4배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 수학에서는 원주율(원주율)이 지름의 3.1416배라는 것과 바른 네모꼴의 둘레가 한 면의 4배라고 한다. 이로써 원은 양이고, 원주율은 양수이며 네모는 음이고, 그 면의 수도 음수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남자와 여자의 성생활 기간과 나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사람이 성생활을 하는 기간이 얼마간의 예외는 있으나 대개 일정한데 여자는 열네살에서 마흔 아홉까지요, 남자는 열 여섯 살에서 예순 두 살까지다. 여자는 월경이 시작되는 때부터 월경이 중지되는 때까지로 그 기간이 분명하고 남자는 열 여섯 살이 되면 이성에 대한 관념이 획기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일곱 살을 발육의 단계로 하고 남자는 여덟 살을 발육의 단계로 한다. 여자는 그러므로 50세가 넘어서 아이를 낳는 여자는 거의 없고 마지막 월경이 끝나는 때 가서 밴 아이가 속칭 '쉰둥이'이다.
아무튼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14라는 수와 49라는 수가 모두 7의 배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연과 필연의 차이점은 그 이치를 알고 모르는 것에 달려 있을 뿐이다. 우연한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보편 타당성을 지녔다면 그 속에 어떤 법칙이 숨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자는 음(小陰)이요, 7(小陽數)이기 때문에 양을 조화시킨 것이요, 남자의 양(小陽)에 8(小陰數)의 음수로서 배합한 것이다.
[소학(小學)]에 '남녀 칠세 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있다. 이 일곱 살 이라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다. 여자가 일곱 살이 되면 막연하게 이성간의 관계를 감지한다고 한다. 곧 일곱 살이 되면 수치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막연한 성욕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일곱 살이 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심리적인 변화를 겪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① 부끄러움을 느낀다.
② 옷에 신경을 써서 발가벗거나 생식기 부분을 보여 주는 일이 없다.
③ 아름다움에 예민해져서 고운 옷과 몸맵시와 화장에 관심을 갖는다.
④ 결혼과 부부 관계를 어렴풋이 이해한다.
그리고 남자가 여덟 살이 되면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격는다.
① 우악스럽고 대단히 불량해진다.
② 장난을 많이 하고 동무와 싸움을 잘 하고 말을 잘 안 들어 아주 밉살스럽게 군다.
③ 여자를 멸시하는 생각이 강해져서 말할 때도 '여자들이 뭘' 하는 소리를 잘 하고 아주 건방지게 군다.
또 옛날부터 '이팔 청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오랫동안에 걸친 경험에서 나온 말이지, 허투루 내뱉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저마다 과거를 회상해 보아도, 또 그 나이 또래의 사내애들을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자가 열 여섯 살이 되면 누가 어느 날 꼬시기라도 한 듯이 갑자기 이성에 대한 동경이 강해진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타오르는 열정이 순진하고 아름답고 강렬하기 때문에 이팔 청춘을 많이 노래한 것이다.
이것을 보아 열 여섯 살이 남자의 발육에 한 획일 점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면 쉰 여섯 살에 남자가 성생활을 마친다는 것은 어떠한가? 이제까지의 습관이 성생활을 될 수 있는 대로 비밀에 부치려고하고 나이든 사람은 감정의 표시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가 곤란하나, 대체로 쉰 여섯 살이 넘으면 성행위가 대단히 부진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1-13. 음양의 상대성
음이니 양이니 하는 것은 모두 상대적이다.
절대적인 양도 없고 절대적인 음도 없다. 가는 나에 대해서는 음이 되어도 다에 대해서는 양이 될 수 있다. 이 음의 성질과 양의 성질을 얼마만큼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온갖 사물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음의 성질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없고 양의 성질이 하나도 없는 것도 없으므로 음 가운데 다시 양이 있고 양 가운데 다시 음이 있다는 것이 그 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모든 물건의 성질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음양을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을 거듭하여 한없이 세분할 때 그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무한히 늘어날 것이다.
음양의 상대성을 모르고는 음양 이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며, 음양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한의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음 |
음 |
양 | |
양 |
음 |
양 |
이 관계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신경 |
식물성 신경(음) |
억압 신경 |
조장 신경 | ||
동물성 신경(양) |
|
장기(臟器) |
장 |
아래쪽 - 비(脾), 간(肝), 신(腎) (발의 3음) |
위쪽 - 폐(肺), 심(心),[심포](손의 3음) | ||
부 |
아래쪽 - 위(胃), 담(膽), 방광(膀胱)(발의 3양) | |
위쪽 - 소장(小腸), 대장(大腸), [삼초 ](손의 3양) |
절후(節後) |
겨울 |
| ||
여름 |
밤 |
| ||
낮 |
흐림 |
| ||
맑음 |
서늘함 | |||
더움 |
체액(體液) |
임파액 |
|
|
혈액 |
혈장(血漿) |
| |
혈구(血球) |
백혈구 | ||
적혈구 |
1-14. 호르몬과 신경
우리의 생명의 중추는 신경이 맡고 있다. 뇌가 근원이 되고 척추가 큰 흐름이 되어 온몸에 가지를 쳐서 내장과 골격에는 말할 것도 없고 피부의 전면을 덮어서 낱낱의 세포에까지 전류와 같은 생명의 파동을 흘러 보낸다. 인체의 신경 계통을 국가의 전신망(電信網)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혈관 계통을 교통,운수,우편 망으로 보는 것이 좋고, 이 기관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보고,청원,요구,의뢰 등을 서류로 발송하거나 사람을 파견하는 것이 호르몬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신진 대사를 행한다는 것이다. 생명은 신진대사가 없이는 존속할 수가 없으며, 이 신진 대사를 조절하는 것은 신경과 호르몬(내분비)과 그 밖의 자극 물질이다.
그러면, 호르몬이란 무엇일까?
신체 조직은 상호간에 여러 가지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연관 관계를 통일하고 조절하는데 중요한 두 가지 방식이 있으니 그 하나가 신경적 상호 연관이요, 다른 하나가 화학적 물질에 의해서 영위되는 상호 연관이다. 신경적 상호 연관이 있다는 것은 신경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체액(혈액이나 임파액)의 매개에 의해 특수한 화학 물질이 격리된 부분에 운반되어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위에 있는 내용물이 십이지장에 이르러 췌액과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신경 작용이 아니고 화학 작용이다 산성 위 내용물이 십이지장의 점막에 작용해서 세크레틴이라는 물질이 형성되어 곧 흡수됨으로써 피에 섞여 돌아서 췌장과 간장에 이르러 상피(上皮)세포를 자극하여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때 심부름꾼이 되어 우선 췌장과 간장에 분비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은 세크레틴이다.
이와 같이 일정한 신체 조직 또는 장기에 작용하는 특수한 화학 물질을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호르몬의 생성 기능을 내분비라고 한다. 온몸의 산화 기능의 생산물인 탄산은 호흡을 조절하는 아주 유용한 역할도 한다. 곧 혈액 중에 일정한 양 이상의 탄산이 싸이면 그 탄산이 호흡 중추를 자극하여 호흡 운동을 자주 깊숙이 해서 산소 결핍을 알리는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때의 탄산은 일종의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신을 하면 젖샘(有線)이 부풀어서 젖을 분비한다. 전에는 이것을 신경의 작용으로 돌렸으나 젖샘과 생식기와의 신경성 연결을 끊거나(집토끼 실험), 또는 젖샘을 끊어 내서 귀 쪽에다 이식을 해도(모르모트 실험) 임신을 하면 역시 젖샘이 부풀어서 젖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으로써 젖샘과 생식기 사이에 신경성 연관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아직 임신하지 않은 집토끼에게 같은 동물의 난소나 태반, 자궁 점막, 또는 태아에서 뽑아 낸 물질을 주사하면 역시 젖샘이 부풀어오르고 젖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한데 달라붙은 여자 쌍둥이의 한 쪽이 임신해서 정상적인 분만을 했는데, 다른 쪽에서는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젖이 분비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것은 달라붙은 쌍둥이는 공동의 혈액에서 영양을 받으므로 한쪽의 임신한 쪽에 생성된 자극 물질, 곧 호르몬이 피를 타고 돌아서 다른 쪽 여자의 젖샘을 자극해서 젖의 분비를 촉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을 우리의 통신 관계에 견주면 다음과 같다.
젖샘 귀하
여기에 아이가 생겼으니 귀하께서는 젖을 분비해 주십시오
생식기 올림
이런 통지서를 혈액에 부치면 혈액은 순환하면서 젖샘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어디든지 가서 젖샘에 가서 전달하는 것이다. 호르몬, 곧 내분비액은 직접 그 존재를 증명하기는 어렵고 한 두 가지 예외를 빼놓고는 임상적 병리 해부적 관찰 또는 인체 및 동물에 행한 실험에 굴림을 두고 특수한 분비액의 존재를 추측하고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는데 그친다. 비록 호르몬의 범위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로써 그것이 있다는 것만은 증명될 수 있다.
첫째, 갑상선을 예로 들자면,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지면 뼈의 발육 불완전, 피부의 영양 장애, 생식기의 발육 불완전, 지적 능력의 결함(백치), 물질 대사의 감퇴, 체온이 내리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또 갑상선의 기능이 항진되면 갑상선 종대(腫大), 물질 대사 항진, 체온의 상승, 정신 작용으로 인한 이상 흥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생식기를 예를 들자면, 어렸을 때 고환(睾丸) 이나 난소(卵巢)를 때어 내면 남자는 지방 조직의 발달 과잉, 수염,겨드랑이 털, 음모의 발육 불완전, 생식기 발육 불완전, 뼈 발육 이상 등이 생기고 여자는 자궁 위축, 월경 폐지가 되고 남자나 여자나 다같이 성격이 변하게 된다.
셋째, 부신(副腎)에서 분비하는 아드레날린은 그 화학적 구성까지 밝혀져 있다.
이 밖에도 부갑상선,흉선, 대뇌하수체, 췌장 등의 분비에 대한 실험 보고가 있다. 이처럼 호르몬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아직 모르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있고 분비선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한의학은 일종의 호르몬 조절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호르몬의 종류가 많고 호르몬의 작용이 복잡하겠지만 한 마디로 뭉뚱 그려서 말하자면 조장하는 힘과 억압하는 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이 두 힘이 곧 음과 양이다.
음양이 조절되면, 다시 말해서 호르몬에 의한 생리적 조절이 유지되면, 곧 건강 상태에 있고, 반대로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내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에 일정한 병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병적 변화를 관찰하여 어느 내분비 계통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판정하는 것이 허실 설(虛實說)[징후학]이요, 내분비 장기 상호간의 억제(췌장과 갑상선의 관계 같은 것)와 촉진(갑상선과 부신의 관계 같은 것)관계를 규명한 것이 상생 상극 설이요, 약에 의해서 내분비 이상을 조절하는 것이 기미론(氣味論)[약성학, 처방학]이다. 허실은 증후편에서 상생 상극은 장부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1-15.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
한의학에서는 진음(眞陰)과 원양(元陽)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나 이해하기는 무척 힘든 개념이다. 진음과 원양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생명의 힘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신경과 호르몬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모든 생리적 조절이 유지되고 적당한 신진 대사가 이루어지게 하는 무형적 힘을 원신(元伸)이라고 하고 그것을 두 측면으로 갈라서 원양과 진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음양에는 형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이제까지 설명해 온 음양은 모두 형체가 있는 음양이다. 그러면 형체가 없는 음양 곧 원양과 진음은 어떻게 해서 알 수 있는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생리 작용에 의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형체가 있는 음양은 서로 대립되어서 어느 한쪽이 성하면 다른 한쪽이 쇠하고 어느 한쪽이 생기면 다른 한쪽은 쓰러지지만, 진음과 원양은 오로지 생명을 위해서 서로 타협하고 조화를 이룬다.
이를테면 열이 지나칠 때는 찬 것을 요구하고 음식물도 열을 내리게 하는 음식물을 요구하는데 이것은 생리상의 필요에 의해 원양이 발열을 시키고 한편으로는 원음이 그 열이 지나치지 않도록, 또는 그 발열의 원인을 제거할 음식물을 요구하도록 조절하기 때문이다. 몸에 열이 부족할 때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 몸에 열이 지나칠 때에는 들숨이 약하고 날숨이 강해진다. 이것은 산소의 공급을 줄여서 몸 안의 연소 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들숨을 약하게 하고 이미 왕성한 연소 작용에 의해서 산출된 탄산을 속히 몸밖으로 배출하는 동시에 숨을 내쉴 때 다량의 증기 발산에 의해 열을 내리게 하려고 날숨을 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음의 작용이다.
반대로 들숨이 강하고 날숨이 약한 것은 원양의 작용이다. 어린애는 모두 들숨이 강하고 날숨이 약하다. 그 이유는 어린애는 적극적으로 성장하고 발육하기 때문에 원양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쇠기에 들숨이 강하고 날숨이 약한 것은 생리적 기능이 미약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원양의 작용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이 곧 질병의 원인이다.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은 크게 내재적 원인과 외래적 원인의 합작으로 볼 수 있다.
외래적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고나기를 건강하게 타고나서 내재적 원인이 없으면 질병이 생기지 않고, 체질적으로 허약하더라도 외래적 원인을 피할 수 있으면 역시 탈이 생기지 않는다.
똑같이 찬바람을 쬐어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으며, 똑같이 장티푸스균이 몸안에 들어가도 열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멀쩡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이 구비되어야 병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디까지가 내적 원인이며 어디까지가 외적 원인인지 한계를 정하기 대단히 어렵다.
편의상 우리가 질병의 원인을 도식화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질병의 원인 |
소질 : 선천적으로 체질이 허약한 것 | |||
과로 |
성생활의 무절제 | |||
기쁨,조심,생각, 두려움 따위가 지나친 것 | ||||
과음,지나친 노동 | ||||
음식 |
영양 부족, 폭음, 폭식 | |||
입맛이 까다로운 것 | ||||
유독물 |
중독성 | |||
세균성 | ||||
바깥 기운 |
병균(급성 전염병) | |||
기후가 좋지 않아 생리적 조절이 혼란된 것 |
가. 선천적 소질
선천적 소질과 후천적 변화 사이의 한계는 확실하지 않다. 똑같은 균에 접촉해도 전염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으며, 같은 음식물을 먹어도 식상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불운한 환경에 처해도 그것이 원인이 되어 시름시름 앓아 눕는 사람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 있다.
넓게 해석하면 우리의 모든 질병 현상이 선천적 소질에 기인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선천적이란 말은 인간이 지어낸 것이므로 그 경계선도 인간이 그 을 수밖에 없다.
선천적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선천적이라고 하는 경우, 첫째로 모체 안에서 어떤 원인으로 체질에 변화가 생긴 것,
둘째로 출생 후에도 이렇다 할 까닭이 없이 체질에 변화가 생긴 것, 셋째로 의식하지 못할 만큼 미약한 정도로 오랜 시일을 두고 점차로 체질이 바뀌고 그 도가 병이라고 부를 만큼 심하지 않은 것, 넷째로 섭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년기에 일어난 체질의 변화 같은 것을 가리킨다.
이것들은 근본적으로는 유전이나 거기에 환경 요인이 가미된 것이다. 그러므로 선천적으로 허약한 사람이라도 섭생만 잘 하면 체질을 바꿀 수 있으며, 선천적인 것이라고 해서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 과로
모든 병의 원인은 과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과로했을 때는 저항력이나 치유력 같은 모든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질병이 생기기 쉽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이 늘 균형을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면 피로가 생기고 피로하면 휴식하고, 휴식하면 회복되고, 회복되면 다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는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없고 휴식 없이는 건강 유지가 불가능하므로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일에 직접 관련된 장기는 심장이다.
심장은 온 몸의 각 기관에 동력을 제공하고 그러므로 우리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하다는 것은 곧 심장의 피로를 말한다. 몸이 허약한 사람은 반듯이 심장이 약하다. 동력은 열량의 소모에 의하여 얻으며, 열은 불(火)이기 때문에 심장을 불의 장기라고 하며, 심(心)의 화를 군화(君火)라고 한다. 서양의 철학적 의학자가 심장을 태양에 견준 것도 역시 군화와 동일한 의미이다.
기쁨의 감은 건강에 이롭지만 그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된다. 늙은 어머니가 잃어 버렸던 자식을 만나서 기절했다는 이야기는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복권에 당첨되어 가난뱅이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자 그만 실성하고 말았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한의학에는 지나치게 화를 내면 간(肝)이 상하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으면 비(脾)가 상하고, 지나치게 근심을 하면 폐(肺)가 상하고,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신(腎)이 상하고 지나치게 놀래면 담(膽)이 상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감정의 작용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됨을 의미한다.
만일에 강도가 높은 감정 작용이 장시간 쉴 틈이 없이 계속되면 피로의 도가 점점 커져서 마침내는 건강을 해치게 된다. 지나친 번민이나 흥분이나 공포로 말미암아 몸져눕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또 무절제한 성생활에서 오는 피로가 폐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이다.
성교에 의해 많은 정력이 흩어지고 따라서 모든 활동력, 특히 저항력이 약해지는 것은 누구나 체험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 번의 성교에 의해 소모된 정력을 보충하는 데는 얼마 동안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은 사람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지만 닷새가 되든 열흘이 되든 일 개월이 되든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또 성교를 하여 피로의 부담이 자꾸 싸이게 되면 마침내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잠을 설치고 쉴 새 없이 밤낮으로 계속해서 과중한 노동을 해도 역시 건강을 해친다.
여기에다 영양 부족과 정신적 불안이 겹치게 되면 더 위태롭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것도 알코올의 자극에 의해서 무리하게 지나친 생리적 노동이 계속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쉽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신체가 피곤할 때 그 결과가 소극적으로 나타날 때는 양이 허한 체질이 되고 적극적이 될 때는 음이 허한 체질이 된다. 음이 허한 체질은 병이 급성으로 오고 양이 허한 체질은 만성으로 오는데, 이 피로에 의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것은 타고난 소질에 돌릴 수밖에 없다. 음이 허한 체질인 사람은 하루바삐 체질을 조정해서 폐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 음 식 물
먹는 것에 지나치게 소홀히 해서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받지 못하면 건강이 부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와는 달리 음식을 제때에 적당한 양을 먹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섭취해도 병이 생기고, 자극성 양념을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정력에 좋다고 흥분성 최음제를 많이 복용해도 체질이 음이 허한 쪽으로 기울어져서 병이 나기 쉽다. 또 중독성 음식물이나 약물, 또는 병균이 섞여 있는 음식물을 섭취해도 병이 된다.
라. 바깥 기운, 독(병균)
'외감(外感)'이라는 것은 기후와 계절에 관련된 급성 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외 부의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변해서 생리적 조절에 균형이 파괴되어 생기는 병이 외감이다.
병균으로 인한 전염병도 그 전염의 시기가 대개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서 기후의 덥고 추움, 건조하고 습기에 찬 것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병의 증세가 오한,발열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역시 모두 외감으로 간주한다.
한의학에서는 균으로 말미암아 병은 모두 독(毒)이라고 한다. 외과적 질병에는 장, 창(瘡), 옹(癰), 저(疽) 같은 것이 있고 균으로 인한 내과적 전염병에는 려(旅), 온(瘟), 역(疫), 학, 장 같은 것이 있고, 내외를 겸한 것에는 두(痘), 진(疹)같은 것이 있다.
독에는 양독(陽毒)과 음독(陰毒)이 있는데 양독은 양증이 나타나게 하는 병원균을 가리키고, 음독은 음증이 나타나게 하는 병원균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성홍열균, 학질균 같은 것은 양득이요, 콜레라균은 음독으로 볼 수 있다.
양증의 외감을 양사(陽邪)라고 하고 음증의 외감을 음사(陰邪)라고 한다.
마. 음양 허실과 보사
허(虛)한 것은 보(補)하고 실(實)한 것은 사(瀉)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만일에 허한 것을 사하면 부족한 것이 더욱 부족할 것이요, 실한 것을 보하면 과한 것을 더욱 과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하면, 먼저 폐병은 음이 허해서 생기는 병이다. 그러므로 음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병이 났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 만일에 이 음허증(초기 폐병)을 감기로 잘못 생각하고 치료하면 무리가 생긴다. 그런데 초기 폐병을 감기로 잘못 아는 수가 많은데 그 까닭은 증세가 오한,발열,기침,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점이 많고 폐병이라는 이름에 공포를 느껴서 그런 판정을 받기 싫어하여 병자 자신이 자꾸 감기라고 우겨서 감기 치료만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감기의 치료에는 발한 발열제를 쓰는데 왜 이 약이 초기 폐병에 해로운가 하면 맵고 덥고 위로 올려서 발산시키는(辛溫升散) 약은 모두 양성 약인 까닭이다. 이런 약을 쓰면 열이 나게 해서 그렇지 않아도 열이 지나쳐서 난 병에다가 열을 보태서 병을 더 크게 된다.
음이 허한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체온이 과해서 몸에 수분이 부족한데다가 땀은 체내의 수분 곧 음을 흩어 버리는 것이므로 음이 더 허해서 병이 약화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감기는 한사(寒邪), 곧 음이 실해서 생기는 증세이다. 감기의 원인은 갑자기 찬바람에 쏘이면 온몸에 있는 피부의 땀구멍이 지나치게 오므라들어 피부 호흡과 피부를 통한 땀의 배설이 불가능하게 되어 이로 말미암아 대사 작용에 변조가 생기는데 이것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열이 나는 것이다.
비록 열이 난다 해도 그 원인을 찾으면 급히 오므라듦은 숨구멍을 다시 여는 힘, 곧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극성 있고 따뜻한 양성 약을 써서 숨구멍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에 이것을 폐병 증세로 잘못 알고, 감기에만 걸렸다면 이럴 리가 없어, 오한이 나고 열이 펄펄 끓고 기침이 잦은 데다가 가래가 나오고 가래에 피까지 섞인 걸 보면 폐병 초기에 틀림없어, 아무래도 빨리 조치를 해야지 하고 음을 보하는 약을 쓰면, 그렇지 않아도 양이 땀을 못 내는데 음을 도우니 더욱 발한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위로 흩어야 피부의 숨구멍이 열릴 텐데 아래로 모아서 내리는 작용을 하니 감기가 더욱 깊어져서 쉽게 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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