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맡은 무대에서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업은 사회에서 맡은 일의 분담이고 개인 생활의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의 할 일이란 오로지 과거에 합격해서 벼슬길에 나가서
입신양명하는 것이었다. 노동과 장사를 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들이 하는 일치고 장사와 관계없는 일이란 있을 수가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파는 장사요,
교수는 지식을 파는 장사요, 예술가는 작품을 파는 장사다.
노동 또한 그렇다. 글을 쓴다는 것도 노동이요,
강의를 하는 것도 노동이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노동이다.
이렇게 본다면 노동이란 결코 천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노동이 이 사회에서 모두 필요한 것이라고 할 때,
모든 노동은 마찬가지로 다 중요하며, 거기에는 귀천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이는 우리 몸의 각 부분들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소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미물, 심지어는 기계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쓰임새가 있게 마련이다.
시계 수리 점에서 부속품으로 쓰이기 위해서 대기 중이던 작은 나사 하나가
어느 날 주인의 핀셋에 집혀 화려한 세계에 나왔다.
작은 나사는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유리 뚜껑으로 된 상자 속에는 톱니바퀴나 태엽,
그 밖에 자기보다 커 보이는 시계부속품들이 가득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여러 종류의 자명종시계와 괘종시계들이 걸려 있었다.
작은 나사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모두가 자기보다 크고 위대해 보였기 때문에 핀셋에
의해 집혀질 수밖에 없는 미소하고 보잘 것 없는 자신과 비교하면서 비관하고 있었다.
잠시 주인이 외출한 사이에 주인의 아들이 점포에 들어와서 수리대기중이던
「작은 나사」를 핀셋으로 집으려다가 그만 잘못하여 어두운 바닥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밖에 나갔던 시계사가 들어와 수리대 위에 놓아두었던 나사를 찾았으나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 하였다.
“그 나사가 없으면 아무개 사장님의 시계를 수리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야 된다.”
고 호령호령 하였다.
수리대의 어두운 밑바닥에 떨어진 작은 나사는 시계수리공의 말을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기와 같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도 보기 좋게 쓰일 때가 있다는 감격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작은 나사」는 스스로를 미미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비하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계의 작은 나사가 태엽이나 톱니바퀴의 큰 역할에 비해 자기 자신의 미미한
존재를 비관하였으나 시계사의 말을 듣고, 작은 나사도 중요한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어 자신을 회복하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큰일을 해야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는 생각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작은 일에는 별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한 사명자는 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자신이 하고 있는 현재의 일에
부끄럽거나 무가치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어느 철학자는
'인생은 자기가 각본을 쓰고 자기가 연출을 하는 자작자연(自作自演)의 연극'이라고 했다.
우리는 영화나 연극을 볼 때마다 한 두 사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의 배역이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 다시 말해 천해보이는 일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돋보일 때가 더 많다.
배우란 어떤 배역을 맡았는가에 따라서 연기자로서의 성공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어떤 배역을 맡았던지 그 맡겨진 배역을 잘 해내는 배우가 훌륭한 배우라 할 수 있다.
군인은 군인의 역할을 잘하고, 농부의 역할을 맡았으면 농부의 역할을 잘하고
택시기사의 역할을 맡았으면 택시기사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
올바른 직업윤리에서 본다면 우리의 일터는 매우 신성한 곳이며
인간적인 성실과 책임을 쏟아 넣어야 할 곳이다.
「이 세상에는 비천한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비천한 인간들이 있을 뿐이다.」
링컨이 선언한 직업관을 음미 해보자.
먹고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계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가꾸고 헌신해야 할 삶의 현장이며, 역할을 맡은 무대이다.
역할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바로 우리의 인생을 명작으로 만들고
명서를 쓰고 명연기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역할을 나만큼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발전한다.
<시인/수필가 차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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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수요일입니다.
협회에서 내가 맡은 역활은 무엇이며,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어제는 정탄 시인이 유기농 사과를 사무실에 가져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제까지 모르고 먹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고요.
카페지기 임수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