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갉아먹다
海月 정선규
어둠이 구멍 났다
가로등이 태워 먹어 버린
성성한 별들이 널브러져 있고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된장찌개 잊은 뒤였고
주방에서는 된장찌개 흘러넘쳐 뒤범벅되어
아내는 정신없이 뛰어갔다
아뿔싸
홀로 남겨진 남편의 와이셔츠는 하얀 옹기점으로
끓어오르는 구름처럼 피어 까만 구멍이 성성했다
그래 그럴 줄도 모르겠다
가로등이 어둠을 태워 먹고 아내가 다리던
남편의 와이셔츠처럼 인두로 지지듯 마음의 상처가 뚜렷하다
나는 지금
새벽이 밝아오도록 잠 못 이룬다
내 이웃이 고통을 호소한다
그의 아내는 자궁암 말기란다
그래도 그래도 삶이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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