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대통령 단임제가 정착된 이후로, 옛날 두 영웅의 천하쟁탈을 기록한 『초한지(楚漢誌)』와 같은 상황이 몇 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몇 개의 진영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어김없이 포용과 통합을 외치고, 그의 공신과 친인척들이 발호한다.
그러나 『맹자(孟子)』에 “거이기(居移氣)”라는 말이 있다. 처한 지위에 따라 기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녔던 가치관이나 인간관계는 대통령이 된 후에는 변하게 될 것이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자체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국가를 발전시키는 통치를 해야 한다. 임기 동안 투표로 보장받은 권한을 통합이나 보은이라는 차원에서 양보해서는 안 된다. |
어제 대간(臺諫)에서 올린 계사(啓辭)에 답하신 비답(批答)에서, 한(漢)나라 광무제(光武帝)의 도량을 예로 들면서 하교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광무제 때와는 다릅니다. 광무제 때는 천하가 아직 안정되지 못하다 보니, 오직 인재를 얻는 것에 급급하여, 그 사람의 품행과 명망이 어떠한가는 따지지 않고 진실로 쓸 만한 재주가 있다면 모두 거두어 받아들이기에 힘썼습니다. “반측자(反側子)들이 스스로 안심하게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만약 천하가 이미 안정되어서 군신의 의리가 크게 정해졌다면, 마땅히 강상(綱常)과 명의(名義)를 급선무로 삼아야 할 것이니, 반측자들이 어찌 용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한나라 고조(高祖)는, 천하를 차지하지 못했을 때는 적진에서 도망한 자도 불러들이고 배반한 자도 받아들였으나, 천하를 얻고 난 뒤에는 정공(丁公)을 참수하고 계포(季布)를 사면하였으니, 선대의 유학자들은 “한(漢)나라의 기틀은 대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昨日答臺啓之批, 以漢光武之量爲敎, 今時則異於光武時矣。光武時則天下未定, 惟以得人材爲急, 勿論其人行誼名節之如何, 苟有可用之材, 則務皆收納, “欲令反側子自安”者, 此也。若天下已定, 君臣之義大定, 則當以綱常名義爲急, 反側子何可容貸乎? 是故漢高祖未得天下之時, 招亡納叛, 而旣得天下, 則斬丁公, 赦季布, 先儒以爲漢家基業, 蓋本於此。以光武時事, 以之於今, 則恐不襯貼矣。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영조 원년(1725) 2월 16일자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