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집에는 그 집의 주인과 아내가 집안의 중심이 되며, 이들을 곁에서 돕는 사람들은 각각 맡은 일을 가지고 그들을 돕는다. 음식 만드는 일을 맡은 자는 계집종이고, 마소 치는 일을 맡은 자는 사내종이다. 그 아래로 기르는 가축들까지 모두 각자 맡은 직책이 있다. 말은 사람을 대신하여 짐을 싣거나 사람을 태우고 달리며, 소는 무거운 짐을 끌거나 밭을 간다. 닭은 울어서 새벽을 알리며, 개는 짖어서 문을 지킨다. 이들은 모두 맡은 바의 직책을 가지고 주인을 돕는 것이다. 쥐란 놈들에게 내 묻는다. 네놈들은 맡은 일이 무엇이고, 누가 길렀으며, 어디서 생겨나서 번성하는가? 구멍을 뚫고 도둑질을 하는 것만이 오직 네놈들이 할 줄 아는 것이다. 대개 도둑놈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법이다. 그런데 네놈들은 어찌하여 집 안에 살면서 도리어 주인의 집에 해를 끼친단 말인가? <중략> 네놈들은 음식을 보면 훔쳐서 먹는데, 이것은 네놈들도 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어째서 옷을 쏠아 조각내놓아 입을 수 없게 만들고, 어째서 실을 쏠아 베를 짤 수 없게 만들어 놓는가? 네놈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내가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것은, 나의 성품이 본래 인자하여 차마 악독한 짓을 할 수 없어서이다. 만약 나의 이런 덕성을 무시하고 함부로 날뛰어서 내 성질을 돋운다면, 네놈들을 응징하여 후회하게 할 것이다. 네놈들은 빨리 내 집을 피해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사나운 고양이를 풀어서 하루아침에 네놈들을 잡아먹게 할 것이다. 고양이의 입술에 네놈들의 피를 묻히게 하고, 고양이의 뱃속에 네놈들의 살을 장사지내게 할 것이다. 그때에는 비록 다시 살아나려고 버둥대도 목숨을 다시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서 속히 떠나되, 뒤도 돌아보지 말고 잽싸게 도망치라.
惟人之宅, 翁媼作尊, 挾而輔之, 各有司存. 司烹飪者赤脚, 司廝牧者崑崙. 下至六畜, 職各區分. 馬司代勞, 載驅載馳, 牛司引重, 或耕于菑, 鷄以鳴司晨, 犬以吠司門, 咸以所職, 惟主家是裨. 問之衆鼠, 爾有何司? 孰以汝爲畜? 從何產而滋? 穿窬盜竊, 獨爾攸知. 凡曰寇盜, 自外來思. 汝何處于內, 反害主家爲? <中略> 飮食之是盜, 汝亦營口腹. 何故噬衣裳, 片段不成服? 何故齕絲頭, 使不就羅縠? 制爾者貓, 我豈不畜. 性本于慈, 不忍加毒. 略不德我, 奔突抵觸, 喩爾懲且悔. 疾走避我屋. 不然放獰貓, 一日屠爾族, 貓吻塗爾膏, 貓腹葬爾肉, 雖欲復活, 命不可贖. 速去速去, 急急如律令.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쥐를 저주하는 글[呪鼠文]」,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