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와 순조 때 좌부승지 등을 역임하였으며, 일생의 대부분을 학문
연구에 몰두하면서 보냈던 두암(斗庵) 김약련(金若鍊)이, 닭이 자신의 어미 닭이 먹을 먹이를 빼앗아 자신의 새끼 닭에게 먹이는 것을 보고 느낀
심정을 기록한 글이다. 두암의 이 글은 효(孝)의 사상이 퇴색한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대부분 자식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랑을 쏟는 반면, 부모에 대한 효성은 등한시하고 있다. 자식을 위하여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부모를 위해서는 적은 돈도 아까워하고, 심지어는 애완동물이 병이 나면 가축병원에 데려가면서도, 늙은 부모가 병이 나면 늙어서 그런 것이려니
한다. 또한, 우리들은 대부분 자식이 자신에 대해서는 효성을 다하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자신의 부모에 대해 등한시한다. 아니 아예 부모의 은혜를
깡그리 잊고 패륜을 저지르는 경우까지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누가 가르치지 않고 시키지 않더라도
모든 부모 된 사람들이 다 잘한다. 아니 도리어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부모에 대한 효성은,
그것이 사람의 본능이기는 하지만, 자녀에 대한 본능만큼 큰 본능은 아니다. 그러므로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으면 소홀히 하기가 쉽다. 여북하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고, ‘열 자식이 한 부모 못 모신다.’고 하겠는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이 행한 대로 거두는 것이다. 자신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면,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식은 굳이 자신에게 효성을
다하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당연히 효성을 다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자신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식은 제아무리
자신에게 효성을 다하라고 다그쳐도 효성을 다할 리가 없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이 평범한 이치를 안다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는 것이, 자기 자녀에게 불효를 저지르라고 가르치는 것임을 알 것이다. 자기 자식에게
불효를 저지르라고 가르치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참으로 두렵고도 두려운 일이다.
선비에게 부모 있어 당에
계신데, 가난해서 맛난 음식 못 드리누나. 새조차도 사람 마음 감동케 하니, 숲 까마귀 반포함에 눈물 떨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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士有親在堂 貧無甘旨具 微禽亦動人 淚落林烏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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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현종 때 이조 판서와 개성부 유수 등을 지낸 구당(久堂)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인조에게 지어 올린 시로, 『인조실록(仁祖實錄)』에 실려 있다. 여기에 나오는
반포(反哺)라는 말은, 까마귀 새끼가 다 장성한 뒤에는 먹이를 물어다가 늙은 어미에게 먹여 주어 어미의 은혜를 갚는다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로, 부모에게 효성을 다 바쳐 부모의 은혜를 갚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효리지치(孝理之治)라고 하여, 효를
근본이념으로 삼아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교화시켰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효라는 이념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 시를 본
인조는 박장원의 효성에 대해 칭찬하면서, 박장원에게 쌀과 베를 내려 주어 어머니를 봉양하게 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장사익의 <꽃구경>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이 순간이나마 어머님을 생각해 보고 싶어 일부러 틀었다.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 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가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신대요? 아, 솔잎은
뿌려서 뭐하신대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노래를 들으면서
노쇠한 몸으로 홀로 시골에서 지내고 계신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파트 생활은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하시면서, 오셨다가도 곧바로 내려가,
굳이 시골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 깊은 속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며
치솟아 오른다. 그저 죄송해서 눈물이 난다.
이 화창한 5월에, 우리 기성세대들이 잘못해서 스러져간 꽃들에게 미안하여 고개가
숙여지고, 내가 잘못해서 홀로 계신 어머님께 죄송해서 눈물이 난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고, 나도
죄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