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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三十六計(삼십육계) 敵戰計(적전계) 제11계 李代桃僵(이대도강)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8. 9. 5. 23:18

 

 

三十六計 敵戰計

第十一計

 

李代桃僵(이대도강)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쓰러지다

 

 

<僵(쓰러질 강)이 윈도우 기본 한자에 포함되지 않아

 한글 등이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쓰러지다. 딱히 와 닿지는 않을 테지만, 이는 '중요성이 적은 것을 희생하여 중요성이 큰 것을 살린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복숭아나무의 병충해가 심해서 그 옆에 오얏나무를 심어 쓰러뜨리면 병충해가 오얏나무에 집중되어 복숭아나무가 무사히 자랐다고 한다.

 

원문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싸움에는 반드시 손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부분적인 손해를 무릅쓰고, 대국적인 이익을 취해야 한다.[勢必有損,損陰以益陽.]"

 

 이것은 이른바 '살을 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르는' '肉斬骨斷(육참골단)'과도 뜻이 통한다 할 것이다. 이는 양동작전시의 주력부대가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끼부대를 버린 돌로 삼는 식의 작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간단히는 양동작전시의 미끼부대와 주력부대 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양동부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몇가지 살펴보자.

 

먼저 또 한사람의 孫子(손자)로 불리우는 전국시대 제나라의 '손빈'의 일화이다.

 손빈이 위나라에서 탈출하여 제나라로 망명한 후 제위왕은 손빈에게 벼슬을 주려 했다. 이에 손빈은 '자신이 제나라에서 벼슬을 산다는 것이 위나라에 알려지면 방연이 무슨 간특한 짓을 꾸밀지 모른다'는 이유로 벼슬을 사양한다.

 제위왕은 여가시간에 종족과 공자들을 거느리고 사냥터에 나가서 내기를 걸고 경주를 하거나 활을 쏘는 것이 취미였다. 그런데 제위왕의 종족인 '전기'는 말[馬]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겨룰 때마다 늘 지기만 했다. 그래서 전기는 제위왕에게 늘 막대한 돈을 잃곤 했다.

 어느날 전기는 손빈을 데리고 나가 내기를 구경시켰다. 그 날도 전기는 제위왕과 세번을 겨루어 다 지고야 말았다. 이에 손빈이 전기에게 말했다.

 "그대는 내일 다시 왕과 내기를 하시오. 내 반드시 그대가 이기게 해드리리다."

이에 전기는 왕에게 가서 내기를 청하고, 돌아와 손빈에게 계책을 물었다. 손빈이 대답했다.

 "왕은 제나라에서 좋은 말을 다 가지고 계시오. 그대가 순서대로 왕과 겨루다가는 이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기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써야 합니다. 먼저 그대는 가장 좋지 못한 말을 타고 왕의 가장 좋은 말과 경주하십시오. 그리고 대왕이 보통 말을 타시거든 당신은 가장 좋은 말을 타고 경주하십시오. 또 대왕이 가장 좋지 못한 말을 타시거든 당신은 보통 말을 타면 됩니다. 그러면 세 번 내기에서 한 번은 지겠지만, 두 번은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손빈의 계책에 따라 전기는 한 번은 지고 두 번은 이겼다. 전기는 그 후에 왕에게 자신이 이긴 것은 손빈의 계책 덕분이라는 것을 고했다. 이에 제위왕은 손빈을 존경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빈에게 상을 내렸다.

 

이와 다른 방면의 예를 또 하나 살펴보자.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일화이다. 완성에서 전위를 잃고 살아돌아온 조조는 또다시 '황제'를 자칭하는 원술의 토벌에 나섰다. 조조군에 차츰 밀리던 원술은 식량을 모두 거두어 회수 건너로 후퇴했다. 이 해에 커다란 흉년이 들어 양식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17만 조조군은 양식이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조조는 손책에게 양곡 10만 섬을 빌려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병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양곡관리관의 부하인 창고지기 '왕후'가 들어와 조조에게 품했다.

 "군사는 많고 양식은 적으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작은 되로 나누어 주어 우선 급한 불이나 끄면 될 것이다."

 "병사들이 원망을 하면 어찌합니까?"

 "나에게 생각이 있느니라."

 왕후는 명령에 따라 작은되로 병사들에게 양곡을 배급했다. 조조가 암암리에 사람을 보내 살펴보니 모든 병사들이 '승상(조조)이 우리를 속였다'며 불평하고 있었다. 조조는 남몰래 왕후를 불렀다.

 "내 너에게 한가지 물건을 빌리고자 한다. 그것만 있으면 군사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으니 너는 인색하게 굴지 말지어다."

 "무엇을 빌리려 하시옵니까?"

 "너의 머리를 빌려야겠다."

 "저는 아무 잘못도 없사옵니다."

 "나 역시 너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군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네 식솔들은 모두 책임지고 보살필 것이니 아무 걱정 말라."

 조조는 왕후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장대에 매달고 방을 붙였다.

 <왕후가 군량을 작은 되로 나누어 주며 군량을 착복했으므로 군법에 따라 다스리노라.>

...이리하여 조조에 대한 군사들의 원망은 비로소 해소되었다.

 그리고는 원술을 무찌름에 있어, 조조는 스스로 앞장 서며 칼을 들고 적을 베고 말에서 내려 흙을 퍼 해자를 메웠다. 이 모습을 본 장수와 군사들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술의 본거지인 수춘성을 함락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역시도 작은 희생으로 큰 승리를 거머쥔 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승리'란 원술을 무찌른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병사들을 진정시킨 것을 뜻한다.

 

 

창천항로에서 묘사된 미주랑 '주유'.

주유의 몸을 걱정하여 조조를 치는 것을 망설이는 손권에게 일침을 놓는 장면.

 

 

 

여기에서 하고 있는 얘기도 기본적으로 '이대도강'과 다르지 않다.

(자신을 걱정하여 때를 놓치면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니,

자신을 희생으로 삼더라도 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

 

 

 

*. 손빈과 전기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전략은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다. 검도나 유도 같은 시합의 단체전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 '오얏'은 오늘날의 '자두'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출처 : 인간의 탈을 쓴 늑대(人狼)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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