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라꽃은 무궁화(無窮花)다.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누구의 명도, 규정도 없었지만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영국의 신부 리처드 러트도 자신이 쓴 `풍류한국'에서
“프랑스 영국 중국 등 세계의 모든 나라꽃은 그들의 왕실이나 귀족의 상징으로 만들어졌으나
조선은 유일하게도 왕실의 꽃 이화가 아닌 백성의 꽃,
국민의 꽃인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국화(國花)에는 역사가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의 엉겅퀴는 호국의 나라꽃이다. 잠입하는 덴마크 바이킹들이
그 가시에 찔려 지르는 비명을 듣고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설화가 있다.
호주의 와틀은 18세기 말 초기 정착민들의 주택, 가구 등의 재료가 된 삶 자체였고,
우아한 노란 색조와 향 때문에 사랑받는 나라꽃이 됐다.
매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모란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절개를 뜻하는 전설의 꽃이다.
▼무궁화는 늘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다.
고조선의 건국 이전인 신시 시대에는 무궁화를 환나라의 꽃인 `환화(桓花)'로 일컬으며
신성한 신단(神壇) 둘레에 심었다.
이는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의 `훈화초' 기록 이후
우리 문헌인 조대기, 단군세기, 단기고사, 규원사화 등에도 나와 있다.
상고사에 등장하는 무궁화는 신라, 고려 때 `근화'라는 이름을 거쳐
일제강점 시절에는 민족의 상징이자 독립에 대한 꿈, 희망이었다.
▼산림청이 이달 초 국회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5년까지 33년간 총 3,366만 그루의 무궁화를 심었다.
그러나 2015년 기준 남아 있는 것은 고작 298만 그루(전체 8%)다.
2015년 이후 현황은 아예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나라꽃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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