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의숨결] 세모 |
세월이 나와 함께 하지 않아/올해도 어느덧 다 가는구나./지나온 50여 성상/많은 덕 쌓고 큰 업적을 남기길 바랐었지./어찌하여 길을 잘못 들었을꼬/문장에서도 별달리 이룬게 없네./후회해본들 이미 늦었으니/누가 그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을까./이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느라/궁벽한 집에서는 탄식소리만 나오네/옛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면/공자님 찾아가 여쭈어 보리라.
-조현명(1691~1752)의 ‘세모에 느낀 바를 쓰다’(歲暮書懷, ‘귀록집’에서)
250여년 전 영조 때의 지식인이자 관리였던 조현명. 피비린내 나는 당쟁을 해소하기 위해 탕평책 실시에 누구보다 앞장 섰고, 영의정까지 올랐던 그가 한해의 저물녘에 붓을 들었다. 새록새록 솟아나는 상념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 세밑은 반성과 회한의 시간이다. “왜 이리도 덕을 쌓지 못했을까”, “문장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못했구나”. 장탄식하며 한숨 쉬는 소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찌 조현명뿐이겠는가. 평소 목석 같은 사람이라도 한 해의 끝에서는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친구·동료를 대하는데 잘못이 없었는지, 가족들을 따뜻하게 대했는지,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반성과 성찰, 후회가 이어진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지지난해에도 그러했다. 내년에도 또다시 되풀이할 줄 모른다. 도돌이표를 달고 계속되는 삶. 그래도 어쩔것인가. 인간이란 원래 그러한 존재인 것을. 〈조운찬/경향신문 문화부장〉 |
출처 : 한비문학
글쓴이 : 夢之天/김기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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