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사무총장의 삼족오 직인
글: 나의택
반기문 외무부 장관이 이번에 UN사무총장으로 선출되셨지요. UN사무총장은 국제연합의 수장으로서 일명 ‘세계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직책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무총장을 맡게 된 것은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반기문 사무총장께 삼족오 문양이 들어간 직인이 증정된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요 공중파 방송에서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민족의 역사의 뿌리를 찾는 역사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고구려의 상징, 마스코드로 각각 삼족오를 내걸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삼족오를 보면서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반 사무총장님의 삼족오 직인은 그 아름다움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한껏 고취시켜주고 있습니다.
삼족오에 대한 관심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반작용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민족의 상징을 다시 찾기 위한 대다수 대한민국 백성들의 내면의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11월 15일 경기도 구리시에서 펼쳐진 ‘2006 고구려 삼족오대축제’에서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삼족오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음에도 그동안 잊혀졌다”면서 “이제라도 삼족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향후 민족을 끌어나갈 이데올로기 창출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교수님의 말씀대로 이제부터라도 삼족오의 참의미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해보면서, 한민족 정신의 시원을 이루고 있는 고대 한민족의 심원한 정신세계에 대해 알게 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듯합니다.
삼족오는 고구려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 1호·2호 고분을 비롯한 수많은 고분에 그려져 있는 고구려의 대표 상징입니다. 대표적인 삼족오의 문양은 태양같이 커다란 붉은 원 속에 다리가 셋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가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삼족오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청자와 불화 등 여러 곳에서 눈에 띄지만, 성리학적 사고가 팽배했던 조선시대에 들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 삼족오를 잃어버린 것은 고구려를 잊고, 나아가 우리민족의 뿌리를 단절시키는 역사왜곡의 과정과 그 길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는 8세 단군 우서한이 재위 중이던 갑인7년(BCE 1987)에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날아와 대궐 뜰 안으로 들어왔는데 날개넓이가 석자나 되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기원전후 시기에 삼족오는 옛 고구려 영토를 비롯한 산동지방과 요령지방 일대 고분벽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고구려 벽화에서 보면 태양 속에는 삼족오가 있고 달 안에는 두꺼비, 혹은 방아 찧는 토끼가 그려져 있습니다. 삼족오는 태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유엔 사무총장 직인”
전각 예술가 고암 정병례씨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헌정하기 위해 삼족오를 주제로 만든 전각.[연합뉴스]
그렇다면 고구려인들이 삼족오를 그리고 바라보면서 마음에 되새기는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삼족오를 단순히 그 형체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 때문에 숭앙하기보다는, 그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왜 삼족오가 태양 속에 있으며, 다리는 세 개이어야 하는가? 왜 하필 불길한 새로 인식되는 까마귀인가? 이것은 고구려인들의 삶의 철학, 신앙의 근본이념이 담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뜻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삼족오의 참의미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개벽실제상황을 읽으면서 우리 한민족의 역사정신의 핵심은 신교(神敎) 문화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교 문화란 이 세상 모든 것을 영적인 눈으로 보는 문화로, 태고시절에는 성인들은 문자가 아닌 신도(神道)로써 가르침을 베풀었습니다. 신교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 식물, 심지어 바위와 같은 무생물에까지 모든 존재에는 신이 깃들어 있으며, 사람이 죽으면 천상의 신명으로 재탄생함을 가르칩니다. 나아가 개개 인간의 조상신을 비롯한 모든 신명은 천지를 다스리는 삼신(三神, 삼신상제, 삼신하느님)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습니다. 이 신교의 가르침은 유교와 불교의 풍파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지금도 나이 드신 할머니들은 아기를 낳고, 자라기까지 삼신할머니가 보살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족오에 대해서 계속 알아보기로 하지요. 삼족오의 다리가 세 개인 것은, ‘삼신’이라는 하느님의 명칭에 3이 들어가 있듯이 모든 것이 3수(數)로 변화한다는 한민족의 우주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천부경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것인데, 천부경에는 한민족의 3수 철학의 정수가 녹아있습니다. 천부경은 ‘환국구전지서(桓國口傳之書)’라 하여 환국 때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한민족의 우주 철학과 그 총결론이 쓰인 비결서입니다.
까마귀는 몸이 검습니다. 그래서 현조(玄鳥)라 불리기도 합니다. 검은색은 음양오행에서 북방의 통일된 물, 생명의 뿌리를 상징합니다. 모든 생명은 뿌리가 굳건해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몸이 검은 까마귀를 택한 것은 고구려의 뿌리되는 고조선과 환국, 배달의 정신을 깊이 되새긴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구려 조의선인이 검은옷을 입었던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한편 삼족오를 둘러싼 커다란 붉은 태양은 우주만물에 생명을 부여해주는 생명의 대광명이며, 진리를 밝혀주는 태양입니다. 태양 속에 있는 까마귀는 진리의 광명을 인간에게 전해주는 메신저를 의미합니다. 그리스신화에서도 태양신 아폴론의 사자가 까마귀로 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인들이 태양 속의 삼족오를 그린 것은 삼신하느님의 도법을 체득하여 밝고 순수한 생명정신으로 살고자 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까마귀가 흉조로 둔갑한 것은 조선 이후 유교의 중화주의에 물들어 고구려인들의 신교 문화의 본질을 잃어버린 까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께서 전세계를 향한 문서에 삼족오 직인을 찍어 내려 보내는 것은 우리 역사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민족의 참 번지수를 찾는 것이라 생각되어 매우 기쁩니다. 오늘 다시 한번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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