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롯지
새소리. 반짝이는 나뭇잎, 맑은 공기 투명한 햇살!
일주일을 사파리 투어를 하는 동안 롯지를 세 번 옮겼다.
비슷했으나 제각기 특색이 있었고 아름다운 정원 때문에 내내 설레었다.
입구에 들어설 때 본 꽃잎이 좋아서 다시 뒤돌아 길을 따라 걸어 본다.
바람에 살랑살랑 햇살이 흔들린다.
붉은 꽃잎이 초록 이파리가 무늬를 만든 길을 천천히 걷는다.
문득 천상병의' 귀천'이 떠 오른다.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햇볕은 반짝반짝 초록잎을 건너 뛰어 꽃술에도 머물었다. 다시 초록잎에 쪼르륵
굴러 내리는가 싶었는데 어느 사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 눈이 부셨다. 잎 사이로
올려다 본 나무들의 잎 사이사이에 햇빛은 어느 사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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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집마다 들락거리는 노란 새. 비 맞지 않으려고 문을 다
아래로 냈구나. 어린새는 장난치다 미끄러 내리지 않을까.
2006. 1. 14. 일
5시 30분 . 새소리에 잠이 깼다.
식당으로 가는 길.휘요, 휘요, 휘로로륵......
여기 저기서 들리는 새소리. 어디지? 어디지?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며 새를 찾았다.
휘요, 휘요, 휘르르륵...... 아직 이른 새벽. 찬공기. 발길에 걸리는 이슬방울.
새소리 새소리가 휘돌아 가며 새벽 공기를 깨운다. 이어 간간히 들리는 식당으로
향하는 발자국 소리. 낮은 키로 밝혀 놓은 작은 불빛.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고 패치카 앞에 앉았다.
너, 나, 우리,동양 서양 사람
가릴 것 없이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포도주, 맥주를 마신다.
커피와 포도주의 향이 뒤섞여 불빛에 익어가는가. 덩달아 취하는 기분이다.
아직 빛은 남아 있다. 산속이라 싸늘해서 일찍 패치카에 불을 지폈나보다.
밖을 내다 본다. 낮으막한 앞산. 이제 막 어둠이 자락을 펼치려는 시간. 만일
지금 비가 온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얼마나 운치있을까.
갑자기 설레어서 비도 오지 않는데 설레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갔다. 거기 바닥이 파랗게 보이는 풀장. 아무도 없는 저 파란 물 위로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린다면, 비가 내린다면......
풀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카페.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블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