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역사인물

율곡 이이의 여인이야기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7. 3. 8. 14:20

율곡 이이의 여인이야기

율곡이 해주의 석담(石潭)에 칩거하며 후학을 가르치던 어느 봄날 녹의홍상(錄衣紅裳)의 아리따운 여인이 나귀를 타고 찾아오자 제자 하나가 대청마루에서 고한다.


스승님! 어떤 여인께서 스승님을 뵙자 합니다 그래? 존함이 어떠한가? 예1 유지라 하는 여인입니다 그러자 아~그래 어서 들라 해라 하며 반가이 맞이하니 또한 유지라는 여인은 울먹한 목소리로 선생님! 하면서 손수건을 눈가에 대는 것이 보통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아니! 스승님께서 어찌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단 말인가 도학 높은 스승님은 여자편력에 대하여 부끄럼 없이 사시던 스승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아리따운 여인을 아무도 몰래 숨겨두고 있었단 말인가 제자들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율곡이 누구인가 그는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이며 당대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다간 그는 이조 오백 년을 통하여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 받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힘썼으나 당리당략에만 눈이 멀어 정사는 뒷전이고 당파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를 바로 잡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다 갑자기 해주에 내려가 후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임진란이 일어나기 전에 10만 양병 설을 주장한 선각자로도 유명하며 당시에 함께 하던 서 애 유성룡이 무릎을 치며 과연 율곡은 성인(聖人)이야 하며 감탄하였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며 사후에 남은 재산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청빈한 선비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선조 임금은 항상 율곡을 존경하며 곁에 두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당파싸움에 어쩔 수 없는 시대라 할 수없이 가끔 중요한 국사가 있을 때마다 해주에 운둔 하고 있는 율곡을 불러 조언을 구하곤 하였다.


그러한 율곡에게 여인이라! 모든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어리 둥절 할 수밖에 그렇게 고귀한 인품과 학식 그리고 도량이 깊은 스승께서 숨겨놓은 여인이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어느 한 제자가 여인에 대한 사연을 묻자 율곡은 여인에 대하여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율곡이 해주에서 후학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날 조정에서는 명나라에 황제의 칙사를 맞이하는데 그 많은 원로대신들 중에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고심하던 선조 임금은 역시 도학 높은 율곡이야 말로 적임자라 생각하여 원접사(遠接使=칙사를 접대하는 사신)로 임명하여 율곡은 해주에서 여장을 추스르고 의주로 떠나는데


때는 바야흐로 추우오동엽낙시(秋雨梧桐葉落時)라

스산한 바람은 오동잎 낙엽을 이끌고 창문을 간지럽히고 머나먼 객고에 시달린 율곡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며 외로운 가을밤을 보내려니 밖에서는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만 적막을 깨뜨리니 잠이 오지를 않아 심사가 어지러운데 이때 마침 황 주(黃州) 목사(牧使)가 율곡의 객고를 달래주려 어여쁜 여인 유지(柳枝)라는 사람을 보낸다.


은 소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청아한 목소리에 주안상을 받쳐들고 들어와 사뿐하게 술잔을 치는 모습이 마치 선녀 아니고서야 이렇게 아리따운 여인이 조선 천지에 어디 또 있을까 그러한 유지의 눈망울에는 하룻밤 모시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한 눈!


율곡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보니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울컥했지만 그러나 비장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유지를 다독 거린다 유지야! 나를 용서 하여라 내가 너와 하룻밤을 지낼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막중한 국사를 앞두고 너에게 혼을 팔렸다가는 국사를 그릇 칠 것이 분명 하거늘! 오늘은 부디 용서를 하여야 겠다 내가 여기서 임무를 마치고 해 주에 석담(石潭)으로 돌아가거든 그때 찾아오면 맞이하겠다 그랬다.


유지는 율곡이 편안하게 잠을 이루도록 이불을 깔아주면서 당대의 성인이신 이분을 이렇게 지척에서나마 바라만 보아도 얼마나 행복한일이냐 하는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면서 쓸쓸한 눈시울을 적시며 돌아 선다 편안하게 주무시라는 인사와 함께 방문을 나가면서 다음에 찾아뵙겠노라 한다.


그럼 대감 님! 부디 몸조심 하소서! 훗날 해주의 석담에 꼭 찾아 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세월이 지난 지금 그렇게 아리따운 유지가 잊지 않고 찾아 온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난 제자가 그럼 그때의 여인이 찾아 온 겁니까? 그렇다네! 곁에서 조용하게 듣고 있던 모든 제자들이 한 목소리로 감탄 한다 참으로 높으신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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